[아이돌봄 이용자 수기] 아픈 엄마에게 온 선물(노원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박정연 님)

 저는 암 환자입니다. 암 덩어리가 뇌와 뼈에 퍼져서 왼쪽 팔다리가 마비가 온 중도장애인이죠. 이런 제게 삶을 살아가는 건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얼마 남았을지 모를 제 삶을 장애인이 된 채로 그리고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고 싶지 않은 저에게 그래도 살아가야 할 마지막 희망과 의지가 있는 건 제 아이들과 제 남편 때문입니다. 다들 엄마니까 어떤 마음일지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내게 남은 삶보다 내 아이들을 위한 남은 삶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을 위해 정말 최선의 노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겐 두 아이가 있습니다. 큰아이는 14개월 때 제가 암이란 걸 알고 수술과 병마 투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품에서 억지로 떼어내야 했던 큰아이, 그리고 둘째 아이는 지금 막 13개월 된 돌 지난 아기죠. 두 아이 모두 너무나 아픈 손가락이랍니다. 그리고 애들은 제 삶의 전부이고, 제가 마지막까지 버텨내는 힘입니다. 이런 긴 서두를 쓰는 이유를 아시겠죠? 제게 아이들이 특별한 만큼 저처럼 까다로운 엄마도 없을 거란 생각에....이런 제 상황을 설명합니다. 얼마 남은 지 모를 제 인생의 끝까지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잔뜩 해주고 싶은 마음... 최선을 것을 가지고 잔뜩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 그게 제 마지막 바램입니다. 

 중도장애인이 된 저는 사실 뜻하지 않게 둘째를 낳았습니다. 팔다리가 멀쩡하지 못하다 보니 아가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안아줄 수가 없고 당연히 분유를 주는 일도,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도, 목욕을 시켜주는 일도 갑자기 장애인이 된 저로선 아직 요령이 없어서 너무나 힘듭니다. 

 엄마로서 자식에게 해줄 수 없는 게 있다는 거... 그건 정말 저 자신을 더 나약하게 만들고 한없이 작게 만드는 일 같아요. 그리고 큰 아이를 키울 때는 정말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들이 몸이 불편하니 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아가와 아픈 제가 남편과 이제는 다섯 살이 된 저희 큰 아이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에 정말 죽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힘들걸...

 왜 그런 몸으로 아기를 낳았냐고 하시겠지만 세상사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그런 고난의 과정 중에 아이 돌봄서비스를 처음 만났습니다. 참 힘들었던 순간이라 잔뜩 날이 서 있었던 거 같아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제게 맞는 여건에선 아이 돌봄서비스를 받는게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런 저는 날 선 마음에 혹시나 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까 봐 경계하고 또 경계하며 서비스를 신청했어요. "남의 아이를 얼마나 잘 봐줄까?"하며 의심의 마음으로 서비스를 받으면서 그래도 아이가 엄마인 나와 같은 공간에서 돌보미 선생님과 같이 있는 거니 그나마 안심하며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마음이 지금의 저에겐 너무나 죄송스런 마음이 되어 가슴 한편의 짐이 될 만큼 선생님께 죄송해요. 그 정도로 돌보미 선생님은 좋으시고 다정하세요. 

 다른 것도 다 잘해주셨지만 가장 힘들었던 아기의 목욕을 너무나 예쁘고 정성스럽게 해주시는 걸 보고, 처음엔 적은 시간을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깊은 신뢰감으로 거의 종일 저희 둘째를 맡길 만큼 마음을 놓게 되었어요. 종일 선생님이랑 같이 있다 보니 선생님이 아이를 얼마나 따뜻하게, 사랑을 많이 주시는지 늘 느끼고 있어요. 저희 아가는 엄마보다 선생님을 더 좋아하고 종일 매달려요. 어쩔 땐 서운하지만 느끼는 바는 확실히 있어요. 아기는 거짓말을 못 하죠. 자기를 따뜻하게 사랑해주고 안아주는 진심을 아니까 엄마보다 더 선생님께 아낌없이 손을 뻗어요.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 걸어주고, 안아주고, 그 모든 것들이 토대가 되어 저희 아이의 모든 처음에 선생님이 있어요. 옹알이도, 걸음마 떼기도, 손뼉치기도 다른 엄마들에겐 별거 아닌 거 같은 그 모든 것들을... 저는 못 해주지만 저희 돌보미 선생님은 다 해주시죠. 그래서 선생님을 볼 때마다 저는 늘 감동하고,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몇 달을 선생님을 쭉 지켜봐 온 저로서, 제가 곁에 있어서 선생님이 그러신 게 아니라 정말 제가 없어도 한결같으리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처음엔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만 가도 걱정되던 저는... 제 아이를 보며 선생님을 믿게 되다 보니 이젠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멀리 가셔도 걱정 없이 쉴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엄마가 아이가 곁에 없는 데 큰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실 거예요. 이 모든 것들의 바탕에 저희 아이 돌보미 선생님이 계세요. 그리고 모든 제 날 서던 마음의 평화는 좋은 돌보미 선생님을 만나고 아이를 대해주시는 선생님의 넉넉한 인품에 있습니다. 

 저희 돌보미 선생님은 정말 저희에겐 가족 같아요. 큰아이의 어린이집 등하교도 처음엔 아니었지만, 지금은 선생님이 맡아주시고 계세요. 그러다 보니 긴 시간 우리 가족과 있고, 그래서 아이들은 선생님을 "이모"라며 부르고 식구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이모랑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좋은 건 어떤 상황에서도 제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것만큼 큰 위안은 없을 거예요. 사실 세상에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요? 

 몸이 아프지만, 아이를 아무 곳에 맡길 수 없어 아픈 몸을 이끌며 아이를 돌보는 분들... 그런 분들은 삶의 끝을 생각하며 견디고 계실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런 수기를 쓰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그런 분들에게 믿을만한 분들이 있다고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그 소개하고픈 분들이 '아이 돌보미 선생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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