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찾아가는 아버지교실 참가 후기 (2013년, 유춘상)
응답하라! 웅이아버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웅아! 밥 안 먹으면 아빠가 텔레비전 끈다.”라는 아빠의 협박· 명령조 어투가 조용한 주말 아침 집안을 가득 채운다.
아이들에게 이런 어투가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최선의 방법 이라고 합리화하며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의 반응과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했을 수도 있었는데’라고 후회를 하면서 말이다.
최근 맞벌이 가족이 증가하면서 양육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이 증대되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가정과 양육 영역, 특히 자녀와의 애착 관계 형성에 대한 중요성과 방법에서 아버지는 아직 서툴고 어색하다.
독단적 생각에서 벗어나 아버지의 역할을 점검하기 위해 참석한 아버지교실
자녀와 함께 하는 아버지와의 다양한 놀이 및 각종 신체활동이 아이들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 실천방법에서는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라는 그 이름.
아버지만의 독단적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 친화적인 아버지의 생각과 행동을 가다듬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도움을 구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차에 웅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으로부터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이 준비되어 있으니 참석을 하시어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는 안내문이 날라 왔다.
참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생소했던 ‘찾아가는 아버지교실’이란 것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일-가정 양립을 통한 건강한 가족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여성행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정 내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가사 참여를 유도해 여성 위주의 가사 및 육아 부담을 해소함으로써 가족의 행복지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과 교육철학 부재로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던 차에 반드시 참석하여 분위기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해 참석을 결정하게 되었다.
또래들과 다른 아이의 모습, 처음 보고 놀라
‘찾아가는 아버지교실’ 프로그램은 크게 아버지의 역할 중요성에 대한 교육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체험활동으로 구성되는데, 교육은 주로 일-가정 양립에 대한 중요성, 양성평등 가족관계, 부부 및 자녀와의 의사소통 및 대화법 기타 양육에 있어 아버지 참여의 중요성 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버지들은 교육을 받는 그 시간에 아이들은 아버지와의 체험활동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찾아온 체험활동 시간, 문제의 발단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어린이집의 반(班)은 같은 연도에 출생한 아이로 구성되며 ‘찾아가는 아버지교실’에 참석한 아이들도 우리 웅이와 동갑인 아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체험활동 시간 내내 ‘웅이 아버지’의 심기는 불편하였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들은 신체활동 강사분께서 하시는 말씀을 알아듣고 스스로 행동을 취하는데, 우리 웅이는 강사분 말씀을 이해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보며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웅이가 월령(月齡)에 비해 말이 늦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말귀는 잘 알아듣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였다. ‘아버지를 오른쪽으로 두 바퀴 돌고 왼쪽으로 두 바퀴 돌고’라는 강사분의 말씀에, 우리 웅이는 오른쪽· 왼쪽이 뭔지 두 바퀴가 뭔지도 모른 채 마냥 장난식으로 삥삥 돌기만 하였다.
아이의 발달을 위한 특명, ‘함께 시간 보내기’
아이들과의 체험활동을 끝으로 ‘찾아가는 아버지교실’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비장한 심정으로 아내에게 웅이의 그 모습에 대해 말하였다. 아내는 "괜찮아, 웅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키가 커서 그렇지 다른 아이들은 웅이보다 월령이 높아서 그럴 수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 바빠서 못한다고 하지만 말고 웅이랑 많은 시간도 보내고 많이 놀아줘." 라는 말을 해서 그나마 안도는 하였지만, ‘웅이와의 많은 시간 보내기’라는 또 다른 숙제를 받게 되었다.
‘찾아가는 아버지교실’ 참석을 계기로 우리 가정은 주말마다 웅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각종 신체놀이를 하기 위해 피자스쿨, 동물농장, 고구마 캐기 등 각종 체험 행사에 참여하느라 바빠졌다.
아울러 또래보다 키와 몸무게 같은 신체발육은 좋지만, 신체 활동능력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 우리 웅이의 신체 활동능력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 체육 교실에도 다니게 하였다.
함께 놀다 보니,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
부모와의 놀이 활동 이후로 겁이 많아 놀이터에서도 조금 어려워 보이는 놀이기구 앞에서는 꼭 엄마, 아빠를 불러 도와 달라고 했던 아이는 비교적 스스로 놀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고, 단어 위주의 언어 수준에서 이제는 3~4개의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으로 곧잘 표현하며, 무엇보다도 아빠와의 시간을 편안해 하고 즐거워한다. 엄마가 외출하고 아빠와 함께 있는 날에는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TV 보기와 잠으로 시간을 보내려 했던 몇 달 전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자녀와 함께 하는 놀이 프로그램은 아버지와 자녀 간 소통의 통로를 열어주고 엄마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가족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 그리고 아빠와 친밀한 관계를 맺은 아이가 언어능력 및 신체활동 능력, 사회성, 행복지수가 모두 높게 나와 있다는 통계를 믿으며, 진정으로 ‘친구 같은 아버지(프렌대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 있게 결심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찾아가는 아버지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진정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