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소중함을 깨달은 아빠

소중함을 깨달은 아빠

2020 부자유친프로젝트(現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우수 (김명준/관악구센터)

 

저는 11살 아들, 5살 딸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항상 육아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며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를 선택한 아내를 믿는다고 이야기하는 못된 남자였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 혼자서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책 읽어달라는 작은 딸아이의 외침과 함께 놀아달라는 큰아들의 호소에 마지못해 1시간 정도 겨우 놀아주는 척을 하고 먼저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40대 중반이 되고 나니 편해질 줄 알았던 직장 생활은 점점 더 녹록지 않고 어깨 위의 책임만큼 퇴근 후의 피곤함도 늘어나는 것만 같았죠. 이런 모습이 보통 아빠들의 모습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충분히 아빠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제가 꿈꾸던 아빠의 모습이었을까요? 이 세상 최고의 아빠가 되어 주고 싶었는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의 부모님은 생각해보면, 제가 어렸을 적에 지금의 저보다도 더 치열하고 힘들게 사셨던 것 같고, 그 덕분에 부모님과의 놀이나 함께 하는 시간은 사치였던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선 방치된 부분도 있었고 덕분에 스스로 무엇이든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생각을 아내와 이야기하면 다투는 일도 가끔 있곤 합니다. 퇴근 후에 보는 아내의 모습은 직장에서 지친 저의 모습만큼이나 더 지쳐 보이는데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도와주지는 않으면서 육아나 교육에는 고지식한 고집이 있는 것이었죠.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미래 AI 시대에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때문에 로봇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일반 학교 교육보다는 예체능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저의 고지식한 지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말만 있을 뿐, 함께 하는 실천이 없는 그저 말하기 좋아하는 아빠의 방어용 이론일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볼 때마다 조금씩 자라 있고, 그때마다 아빠로서 해준 것이 많지 않음에도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자라나 이런 아빠와의 기억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무섭기도 합니다.

 

그런 어느 날, 아내의 추천으로 우리 가족은 올해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두 번째 ‘부자유친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제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과 그로 인해 조금은 더 가까워진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아이들이 어떤 재능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없었고 관심을 가지려 한 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자유친프로젝트’를 통해서 아이들이 놀라울 정도로 크리에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발휘하고 스스로 몇 시간씩 집중하며 작업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디지털 시대에는 그에 맞는 놀이와 부모로서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 위험한 작업 몇 가지를 빼놓고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대부분의 작업을 직접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제가 함께 하는 부분은 아이들 질문에 대답해주거나 촬영하고 편집 프로그램의 기능을 알려주는 정도였습니다. 촬영하며 스마트폰 화면에 담기는 아이들의 몸동작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부한 표정은 촬영하는 저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고, 하나를 알려주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함과 재치로 절 웃게 하였던 아이들은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은 저만의 피로회복제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처음엔 아들과 아빠만의 관계 개선 프로젝트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어느새 작은 딸아이까지 참여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완성된 동영상만으로도 충분히 2020년 그해 여름과 가을의 가족 추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론을 처음 날리던 날 미숙한 조작으로 사라져버린 드론을 찾기 위해 한여름 밤에 몇 시간씩 아이들과 함께 찾아다니던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 드론이 사라져 놀란 나머지 아들 이름보다도 “야”라는 외침으로 아들을 찾던 못난 아빠와 자기가 좋아하는 레고 장난감을 이용해 만화 영화처럼 스톱모션을 찍고 싶다며 새벽까지 이어진 긴 작업 끝에 마침내 해낸 열정의 큰아들, 오빠의 생일이라며 열심히 캔버스에 생일 케이크를 그려주고 네온사인으로 오빠를 향한 마음을 전해준 귀여운 작은딸, 그리고 열심히 간식을 지원해주고 응원해준 아내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추억의 조각들이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중에도 아빠 미소를 짓게 해줍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이 저의 고지식한 교육 지론처럼 미래 AI 시대에서도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로봇에 지지 않고 당당히 자기 한몫을 해낼 수 있을까요? 참여하는 내내 저는 만들기 과정도 중요하지만 만들기 재료나 도구를 활용해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나 의미를 고민하도록 조언을 해주었고 아이들은 정말로 감사하게도 틀에 얽매이지 않은 천진난만함으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어주었고 행동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센터에서 진행해주신 시상식에서도 칭찬을 많이 받았고 아이들도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에 대해 행복해했습니다.

 

이달 말에 저는 무서운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가서 또다시 아이들과 헤어져 있어야만 한답니다. 귀국 후 격리 기간까지 하면 3주간은 아이들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부자유친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하며 눈에 담은 아이들의 몸짓과 얼굴 표정, 재잘거리는 이야기 소리 모두 가지고 갈 수 있어 무엇보다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시간이 없었다면 아이들을 제가 이만큼이나 벌써 그리워할 수 있었을까요?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파파튜브 밴드에 올렸던 아이들의 동영상을 꺼내 보려고 합니다. 전화도 자주 할 겁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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