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코로나의 역설, 다시 찾은 행복

코로나의 역설, 다시 찾은 행복

2020 부자유친프로젝트(現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장려 (박영길/종로구센터)

 

사상 유례가 없는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자유로이 여행을 가는 것도 제약이 되었습니다. 마스크 없이 문밖을 나가는 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아침 일찍 아이들과 아내가 자고 있을 때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일은 여전히 일상이 되어 심한 경우 평일에는 깨어 있는 아이들을 못 보고 겨우 주말에 보는 경우가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이런 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는 “이게 다 가족을 위한 일이다.”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다시금 의욕과 기운을 내곤 했지만, 어느 순간 부쩍 커 버린 아이들을 볼 때면 세월의 무상함과 그 무수한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로 인하여 직장에서는 강제 워라밸이 실시되었으며, 이로 인해 저녁이 있는 삶이 되었지만 막상 일찍 퇴근해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생긴 지금이 왠지 어색하고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내의 권유로 알게 된 “2020 부자유친프로젝트”를 보고 “그래!, DIY 목공이라면 아빠로서의 역할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시작을 한 게 회차를 거듭할수록 무에서 유를 만들 듯이 성취감과 추억 그리고 그동안 함께 할 기회가 없어서 아이들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목공 1회차의 “원목 좌탁 만들기”는 처음 도전해 보는 목공이라서 저와 아이 모두 의욕은 충만하나 당황과 실수의 연속이었습니다. “좌탁 만들기가 별건가 대충 끼우고 조이면 되지” 하면서 시작했지만 나사도 사이즈가 다 다르고 원목도 안과 밖이 다른데 모르고 무작정 진행하다가 “아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고 후회하며, 이걸 어쩌나 지금이라도 설명과 가이드를 보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지 번뇌에 사로잡혀 있을 때였습니다. 옆에서 아빠가 삽질할 동안 묵묵히 동영상 가이드를 꼼꼼히 보던 아이의 자신감에 찬 말 한마디 “아빠 비켜보세요”, 그 후 작지만 야무진 손으로 뚝딱뚝딱 끼우고 조립하더니 어느새 첫 작품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상황을 대견하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아빠의 삽질에 대한 변명이라도 해서 체면을 살려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쿨하게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하고 아무 일 없는 듯 완성품을 감상했습니다. 좌탁은 책장이 있는 방에 인테리어 가구 정도로 생각했지만 아이는 자신만의 좌탁에 손수 만든 좌탁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책도 읽고, 평소에 하라고 해도 안 하던 학교 과제며 학습지를 가져와 놓고 하기 시작하네요.

 

목공 2회차. 드디어 지난 1회차의 실수를 만회할 순간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아이와 만들기 전에 혼자서 미리 이메일로 보내온 설명 가이드를 무한 반복을 통해서 숙지하고 또 숙지했습니다. “원목 책꽂이 만들기”는 1회차의 좌탁에 비해서 구조도 단순하고 크기도 작아서 쉬워 보였습니다. 물론 사전에 제작 방법을 예습한 부분도 있어서 더더욱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이러한 자신감과 충만한 의욕으로 시작하려는 순간 아이 왈 “이번 건 작고 간단한 것 같으니까 내가 해 볼게. 아빠는 옆에서 보조해줘”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지 그동안 이날만을 기대하고 기대했건만. 더 당황스러운 건 그런 아이 말에 뭐라 반박을 하거나 제가 하겠다고 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회차에 없던 칠하는 부분이 복병으로 찾아왔습니다. 스펀지에 묻힌 물감의 양과 원목에 바를 때 힘 조절에 따라 색은 천차만별이 되었습니다. 어른의 눈으로는 색이 마음에 안 들지만 아이는 나름 만족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색이 고르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제가 수습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덧칠하는 순간 결국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는 상태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애써 통일되고 일관된 느낌보다 인위적이지 않은 느낌이 좋다고 또 합리화를 하면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왠지 2회차도 의문의 1패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한 칸 사이즈의 책꽂이라서 아이 책상에 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꽂으니 금세 근사한 인테리어 가구가 되었습니다. 물감칠로 인하여 손이며 주위가 온통 물감 범벅이 되었지만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쌓이는 것 같아서 즐겁고 다음 회차가 기대되었습니다.

 

목공 3회차는 2개의 만들기가 하나의 회차로 구성된 “원목 가족 액자 및 훅걸이 만들기”였네요. 이제는 무념무상 모든 걸 내려놓았습니다. 유치하게 아이들 앞에서 아빠로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도,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했던 것도, 내가 너희들보다 위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권위의식도 다 내려놓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결 마음도 편해지고 시작 전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신경전도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진행을 하고 전 철저히 보조되어서 재료 준비 및 뒷정리 정도의 역할만 하게 되었습니다. 1회차, 2회차를 거듭하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경험으로 끼우고 조이는 건 일도 아니고 칠하는 건 그냥 덤일뿐이었습니다. 옆에서 아이가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는 방법만 알려주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숙달되니 이제는 웬만한 어른만큼 해내는 아이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쯤 아이가 손수 만든 작품은 완성되었으며 가족사진을 액자에 끼우고 훅걸이 위에는 작은 화분을 올리니 또 하나의 근사한 인테리어 가구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목공 4회차 “원목 스툴 만들기”까지 다 완료하니 집안은 어느새 아이와 함께 만든 인테리어 가구로 하나씩 자리를 잡아서 원래부터 그 자리인 듯 주위 가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집안에 놓여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기억이 어린이집 시절에 멈춰 있어서인지 뭐든지 아빠가 도와줘야 할 것 같고 아빠는 아이의 나침반이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서 이제는 어엿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으며 아빠의 눈에는 부족하고 잘못되어 보이지만 그건 아빠나 사회의 기준이며 그것이 반드시 옳고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동안 집에서의 어색함은 아이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게 없어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가 고정관념과 틀에 갇혀 있으면서 그 틀 안의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바라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함께하면, 그 안에서 공유하고 공감하는 부분은 저절로 발생하고 그 시간 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될 텐데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매일매일 아이들을 깨워서 학교에 보내고 출근하느라 집안일과 회사일을 하는 아내와 본인의 일은 똑 부러지게 하고 아빠,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을 챙겨주는 큰딸과 조금은 엉뚱하지만 활기차고 궁금한 건 끝까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집안의 마스코트인 작은딸에게 아빠가 많이 많이 사랑하고 항상 고마워한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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