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아들아! 아빠랑 깐부 해줄래~

아들아! 아빠랑 깐부 해줄래~

2021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장려 (김도윤 | 종로구센터)

늘 나는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하지만 방법이 서툴러 아이들에게 점수를 못 따는 아빠였고, 아이들에게 아빠가 필요할 때마다 해외 현장 파견 근무로 자주 보지 못한 아빠는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 아빠가 원하는 대로 해주다 보니 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결과를 만들 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종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아빠 수업은 좋은 기회였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방법,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는 방법,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놀이 수업 등 진정한 아빠가 되기 위한 수업을 들을 때면 나는 완벽한 아빠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집 에 돌아오면 언제 그런 수업을 배웠는지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종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아자프로젝트-우리 아빠는 프렌디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그런데 주제가 너무 어려워 보였다. 우리 아이들이 4차 산업을 과연 이해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 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너희 4차 산업이 뭔지 아니?, 가령 AR/VR, 드론, 3D Printing 말이 야. 이런 거 알아?’ 큰 아들 진우의 대답이 의외였다. “아빠, 요즘 애들 다 알아요. 저 그거 하고 싶어요”. 이럴수가 우리 아이들이 이런 걸 다 안다고?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사실 우리 두 아들들을 그저 아무것 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로만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이거야 아이가 관심을 갖고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을 해보자 하고 아자 프로젝트에 지원을 했고 그렇 게 멋진 5개월을 종로 아자프로젝트과 함께 했다. 솔직히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이들이 잘 이해할까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었지만 모든 과정의 수업 난이도와 구성 그리고 강사의 짜임새 있는 강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좀처럼 집중하기 힘든 사내 녀석들에게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는 매월 수업을 가고 싶어 아빠를 조르는 아이와 이날 만큼은 아이와 손을 잡고 걷는 행복한 아빠였다. 솔직히 수 업보다는 아들과 손잡고 걷고 언덕을 오르며 함께 숨을 고르고, 수업 후에는 동대문 완구거리를 거닐며 아이들이 관심 있는 장난감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같이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 한 시간의 선물을 받았다.

이번 체험활동에서 아빠가 배운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기다림” 이다. 이전까지 체험활동을 다닐 때면 거 의 대부분 ‘이렇게 해봐’‘이거 아닌거 같은데’‘빨리 좀 해, 시간 다 돼 간다’‘이것도 못해!, 옆에 좀 봐봐!’ 어휴~‘ 내가 적으면서도 너무 부끄러워 누가 볼까 노트북 모니터 각을 조정해본다.

이번 체험에서는 아이들 눈높이를 맞춘 강의 때문인지 아들이 수업을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면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이전에는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웠 거나 흥미를 갖지 못했거나 혹은 아빠가 옆에서 잔소리하며 아이가 즐거움을 찾는 것을 방해한 것이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체험 활동에서는 정답을 원하는 아빠가 아닌 오답이어도 아이가 만들 어내는 결과물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아빠가 되기로 했다.

그 기다림의 결과가 만들어 낸 차이는 단순히 재미있게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아빠와 아들이 나눌 수 있는 주제를 공부와 학원과 같은 답답한 틀이 아니라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관심과 좋 아하는 것에 대한 부자간의 소통이었다. 그래서 아이와의 대화가 즐겁고 기다려지고 아빠도 아들에게 말 동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 나와 우리 아이 그리고 우리 가족에겐 큰 선물이 되었다.
책과 학원을 떠나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던 AR/VR 코딩, 드론, 3D Printing 으로 아이의 시야가 좀 더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집에서 시간 날 때마다 코딩을 연습하고 결과물을 아빠에게 자랑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아이들이 어느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가는 지금, 아빠에겐 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의 유년 시간을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체험과 활동으로 소통할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 다. 이 모든 생각의 전환과 실천을 하게 기회를 만들어 준 종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선생님들 과 강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제 아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들아, 이제 아빠랑 깐부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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