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무화과같은 청소년기 부모교육

무화과같은 청소년기 부모교육

2021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청소년기 부모교실 최우수 (성동구센터/박현주)

 

여름 끝자락, 가을을 열 때쯤 만나게 되는 과일이 있다. 바로 무화과이다. 무화과나무의 열매인 무화과는 꽃이 피지 않아 ‘무화과’(無花果)라 불린다. 사실 무화과는 꽃이 피지 않는 게 아니라 열매 속에서 꽃을 피운다. 이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며 농약을 치지 않는 과일이라 그냥 흐르는 물에 닦은 후 무르기 전에 바로 먹어야 한다.

청소년기 자녀와 함께 하는 부모가 마치 무화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받은 내용을 부단히 연습하면서 실생활에 바로 적용하지 않으면 관계가 무르기 쉽기 때문이다.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년 정도는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다짐했지만, 2년째 접어들면서 이제는 사실 지쳤다. 하지만, 학교에 확진자가 나오면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어 집에서 학교수업을 받아야 하며, 뻔한 집밥 반찬으로 점심을 해야 하는, 어디를 가도 이 가을의 향기를 마스크를 쓴 채 맞이해야 하는 청소년기 자녀들이 있다. 나는 부모이기에 어쩔 수 없다.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매년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마련하는 부모교육을 틈나는 대로 계속 수강하고 있다. 고1, 중1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아동기에서 청소년기 부모교육까지 다시 공부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이다. 도무지 적응 안 되는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부모로서 살아보는 세상은 처음이고, 내가 겪은 학창 시절과는 아주 많이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부모교육을 받아도 돌아서면 그때뿐이다. 잊어버리고, 타성에 젖어 다시 원점이다.

 

엄마: 엄마 어렸을 때는 말이야. 학교에 도시락을 각자 챙겨와 먹었어. 토요일에도 학교 등교했거든. 그에 비해 지금은 얼마나 편하니?

 

시도 때도 없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랩 같은 잔소리가 시작된다. 반찬투정을 하는 아이들을 향한 잔소리가 아닌, 어쩌면 편한 세상을 사는 듯 보이는 아이들이 내심 부러워 하는 푸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상이 좋은 세상으로 바뀌기만 했을까?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많은 변수가 생긴 이 불확실성이 가득한 사회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세상의 숙제를 받아내고 있다. 숙제는 딱히 정답도 없어 보인다. 명문 대학교에 진학한다고 해서 취업이나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가 막을 내렸으니까.

첫회 수업은 “자녀진로의 나침반되기”라는 주제였다. 우선 아이들의 기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직업과 진로를 가져야 할지 알려주셨다. ‘우리 아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 이 물음에 내가 답하기 위해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요즘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진로의 첫걸음이었다. 그런데, 사실 아이들과 대화를 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와 마음속 이야기를 잘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속으로 참으려고 하는 내성적인 성향을 아이들도 닮아 결국은 서로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제대로 반복, 무한 반복해야지!’

두 번째 수업은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말하는 것보다는 잘 들어주는 경청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실생활에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 그래야만 평소 대화 환경이 자연스러워지니까. 들어주는 것보다 내가 말하려고 할 때 그 순간 3초만 참아보는 연습을 했다. 3초간 시간을 주면서 더 들어주려는 노력이었다. 끝으로 수업 시간에 알려주신 ‘나’전달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엄마: 애들아! 엄마 이야기 들어보니까 어때?

 

아이들의 입장을 존중하는 전달법이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래, 역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피드백할 수 있으니까 참 좋다.

마지막 수업은 성인지 감수성 및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 성에 관한 정확한 단어를 익히며 자위, 섹스, 피임에 대한 지도법과 콘돔 사용법에 대해 배웠다. 실제 나는 남성용 콘돔을 구입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개봉하게 했고, 자연스럽게 만져보게 했으며, 나는 바나나에 콘돔을 삽입해 보는 연습을 시연해주었다. 사실 속으로 오글거렸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 자연스럽게 알려주고자 했다. 그래서 아이들도 진지하고, 솔직하게 사용법을 배웠다.

부모교육은 시와 같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고, 가슴에 와닿는 시구는 나도 모르게 반복하게 되며 혹시 그 시가 무척 마음에 들면 한 편을 다 외울 수도 있다. 부모가 자녀를 믿고 확신하며 인정하는 연습이 부모교육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매년 알차게 부모교육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공부하며 노력하는 부모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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