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청소년기 부모교실 4주차 강의를 듣고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청소년기 부모교실 4주차 강의를 듣고

2021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청소년기 부모교실 우수 (성북구센터/조난영)

 

몸과 마음이 병들다.

아이가 언제부턴가 이상해졌다. 늘 거실에 나와 있던 아이가 자기 방에 들어가 나오질 않았고 웃음이 그렇게 많던 아이가 도통 인상만 쓰고 다녔다. 일주일에 세 번 등교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아침마다 온갖 투정을 부렸다. 참고 참다 한마디 잔소리하는 날이면 내 목소리보다 더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냈다. 분명 아이가 이상해졌다. 보통 이것을 사춘기라고 하는 것 같은데 열세 살 초등 6학년에 이 정도라면 나는 이 아이를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게다가 나 역시 갱년기에 접어들었다. 산부인과 검진을 다니고 있었고 직장업무는 고됐으며 집안일과 직장일 등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내 몸이 힘드니까 아이의 짜증을 받아줄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너만 힘든 게 아니고 내 삶은 더 엉망진창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이와 나의 평행선은 자꾸만 멀어지고 있었다.

 

내 아이를 알아가는 시간

그때 성북구청 홈페이지에서 ‘청소년기 부모교실’ 강의안이 눈에 들어왔다. 한편으로는 강의 네 번 듣는다고 뭐가 얼마나 변하겠는가 하는 마음과 그래도 뭐라도 해보자는 절실함에 강의를 신청했다.

첫 시간 박선영 강사님의 ‘청소년기에 대한 이해’, 두 번째 시간 김연정 강사님의 ‘청소년기 자녀와의 의사소통’의 강의를 들었다.

“부모님들은 스스로 힘을 빼고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과 ‘안아주고 버텨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강의를 들으며, 내가 가장 어려워하고 못 하는 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제 할 일을 제대로 해놓지도 않은 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는 아이를 보며 격려하고 지지하고 더욱이 안아주기까지 하라니 정말 눈 돌아갈 말이었지만 자녀 역시 본인이 그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행동으로 변화되지 못해 누구보다 본인이 힘들다는 강사님의 말을 들으며 그제야 아이의 힘듦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인들 공부를 못하고 싶어 못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열심히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것이다. 나 역시 공부를 잘하고 싶었지만 그게 어디 그리되던가. 내 아이도 공부도 잘하고 싶고 생활 태도도 좋은 모습으로 살고 싶지만 그게 안 되는 것임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의 3~4주차를 통해 박수진 강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청소년기 자녀의 진로와 교육이라는 주제로 두 주에 걸쳐 진행되었다.

아이의 기질, 적성, 흥미 등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진로는 직업과는 다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 즉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하는 것이 진로라는 것이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 한다. 이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안정적이고 평안한 삶을 살길 바라서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지금의 직업과는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고 우리가 지금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높은 인기의 직업군들이 미래에는 사라질 직업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직업이 안정적인지, 어떻게 해야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등 정보를 얻으려고 애쓰지 말고 ‘내 자녀를 잘 관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이 일도 잘할 수 있으며 자기의 기질, 적성, 흥미를 잘 알아 진로를 정해야 행복한 직업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워크넷이나 커리어넷을 통해 진로심리검사, 직업의 세계를 찾아보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잘 자라고 있고 잘 자랄 것이다

박수진 강사님이 내준 숙제가 있다. 바로 내 아이의 장점 100가지 쓰기. 처음엔 아이의 장점을 100가지나 어떻게 쓰나 싶었는데 막상 작성하다 보니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었다. 내 아이는 웃는 입매가 참 예쁘고, 어떤 옷을 주던 불평 없이 잘 입는 아이며, 영어를 잘 못 하지만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아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빛이 나고 아름다운 아이다.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이는 성장하고 변화하는데 나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을 사람이 막을 수 없듯이 내 아이의 변화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듯이 내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고 버텨주고 사랑으로 안아줘야 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나는 명치까지 차오르는 화를 내려 앉히기가 어렵고 아이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계속되지만, 강의를 통해 얻은 교훈은 내 아이는 잘 성장하고 있는 것이며 내가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만큼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가족으로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서울가족학교’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이 좋은 강의를 직접 현장에서 듣고 바로바로 피드백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님들과 함께 소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 코로나19 상황에서 ZOOM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또 오픈채팅방을 통해 자료를 실시간 올려주고 질문을 사전에 취합하여 강사님에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빠르게 진행해준 서울가족학교 담당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줌을 통해 얼굴을 볼 때 젊은 분이어서 사춘기 자녀를 두고 있지 않을 것 같은데 2시간 내내 수업을 함께 들으면서 실시간으로 자료를 업로드 해주는 그 순발력 덕분에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강의 덕분에 서울가족학교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꼼꼼히 살펴보았다.

‘처음 배워 보는 가족으로 사는 법’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데 자꾸만 어긋나는 우리 가정. 우리 모두 알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 살면서 배워야 한다는 것, 모두가 서툴지만 어디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가족으로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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