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서울가족학교 수업을 마치고
서울가족학교 수업을 마치고
2021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청소년기 부모교실 우수 (노원구센터/장영미)
2년 전 어느 날,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이 학교에 가서 밤이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쓰던 폰은 책상 위에 놓고 나간 상태였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아들을 찾아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사실 전날 저녁 아들과 다투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들은 이미 학교에 간 상태였습니다. 그냥 저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 학교를 일찍 갔나보다...하고 있었는데 밤이 늦도록 아들이 귀가하지 않고, 연락할 방법도 없어서 몹시도 당황했던 날이었습니다. 남편은 거의 매일 자정을 넘겨 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그날은 남편에게 연락하고 10시가 넘어서 집에 급히 온 남편이 집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다가 귀가하는 아들을 만나 밖에서 치킨 한 마리 먹으며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빠의 마음을 이야기했던 어느 날이 있었습니다... 후로도 사춘기 아들과 어려운 날들은 많았습니다.
저는 60살 조모의 손에 핏덩이로 안겨 부모님 사랑, 부모님 손길 한번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60살 조모의 눈물을 먹고 자랐습니다. 커서 결혼하면, 가족 많~은 집에 시집가서 가족의 정을 느끼면서 살고 싶었는데, 제게 가족 복은 없었는지 저는 또 고아 같이 자란 남편을 만나 스물세 살 나이에 결혼을 하고, 스물다섯에 첫아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애가 애를 키운다고 했고 저는 실제로 아이가 울면 저도 같이 울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남편은 자기가 받지 못한 사랑, 자기도 줄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아이들을 위해 어떤 희생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독박육아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행착오를 굉장히 많이 겪어야 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완전히 혼자가 된 저는 육아 도서로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아이들의 나이에 맞춰서. 영아기 아이들을 돌보는 방법, 유아기 아이들을 돌보는 방법, 초등학교 아이들을 돌보는 방법... 이런 식으로 책을 찾아 읽어가며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어찌어찌 초등학교까지는 그런대로 치마폭에서 자라는 아이들인지라 무탈하게? 키우는 듯 보였으나, 문제는 사춘기가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아이와 생기는 마찰은 피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자아를 찾아가면서 커지는 생각을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제가 홀로 감당할 수가 없을 때가 자주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큰아이에게 생긴 어려움은 학교, 친구, 이성 등등 많아졌습니다. 또 세 살 터울 딸아이와의 관계도 문제였습니다.
문제라고 보면 문제인 것들이 많아진다면 많아지고, 또 익숙해진다면 익숙해지고 그랬습니다.
다행히도 종종 도와주려 노력하는 남편 덕분에 큰 고비들은 넘길 수 있었고, 작고 소소한 어려움은 책이나 주변의 이웃들과의 소통으로 조언을 받으며, 아이들과 저는 함께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잘 자라 세상에서 귀한 성인으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기를 매일 바라며 양육하던 제게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둘째 딸아이가 들어간 중학교에서 부모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에도 이런 수업은 있었지만, 대부분 평일 낮 시간에 연속적으로 진행되어 직장인인 저는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그냥 ‘남의 일’이었던 터였습니다. 때마침 제게 코로나로 인한 줌 수업은 최고의 기회였습니다. 또한 퇴근 후 저녁에 들을 수 있는 시간표까지 아주 완벽했습니다.
6월에는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법, 우리가족 인권이야기, 자녀진로의 나침반 수업이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소통하다 보면, 제 생각에는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속으로 ‘쟤는 어디서 저런 말을 듣고, 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라고 생각하며 ‘엄마 때는~~~ ’을 외치고, 아이들의 생각이 다 이해되지 못한 저는 ‘왜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거야?’ ‘남자는 말이야’ ‘여자는 말이야’ ‘자고로 옛말에 ...’ 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아이들이 자기주장을 펼치며 ‘엄마 요즘에는...’ ‘엄마 그거 인권 문제예요’ ‘엄마 성평등...’이라고 말할 때, 저는 그저 말대꾸... 그저 엄마 말에 토를 다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깊은 한숨을 쉬며, ‘너희들을 어떻게 키우지….’라고 고민했었습니다.
정규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은... 아 많이 변했구나, 아이들은 이런 수업과 이런 교육을 받았었구나, 그래서 그랬구나...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진로의 나침반 수업을 들으면서는 큰아이를 특성화 고등학교에 보내고 내심 불안했던 제 마음을 실제로 위로받는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11월에는 심화 반 수업으로 사춘기 자녀의 성&건강한 관계, 부모 자기 돌봄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아 이 강의를 3년 전에만 들었어도 나의 3년은 훨씬 행복했을 것 같다...입니다. 강의를 통해서 성이 다른 두 아이를 이해하고, 온통 걱정만 가득하던 우리 아이들의 문제가 머리로 해결됐습니다. 또한, 부모도 자기 돌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수업을 통해서 독박육아에 치여,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피해 의식 아닌 피해 의식이 위로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수고했어 영미야...잘해왔어. 앞으로도 잘하자... 하고 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저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생각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더 책 한 권이라도 읽어보려고 노력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혼자 하는 육아는 언제나 외롭고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노원구 가족학교를 통해서 받게 된 이 수업들은 꿀송이 같았습니다. 사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컴퓨터 앞에 앉을 여유 없이 지내는 제게 남들 보기엔 ‘뭐 하러..’ 하는 시간으로 보여 질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직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서 입니다. 이렇게 좋은 수업을 듣게 해주신 선생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심화가 뭔지 그런 것도 전혀 생각지 못하고, 수업 전 소통에도 무반응이었는데, 물 흐르듯이 강의에 노출시켜주시고, 평소 너무나 필요하고 갈급했던 이런 시간에 저를 참여시켜 주신 것에 대한 깊은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신지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저처럼 길을 몰라 헤매고 있거나, 혹시나 저처럼 외로운 길에 서 있는 누군가가 계신다면 이런 시간을 반드시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제 감사의 표현이 이 수업을 기획하시고, 진행해주신 모든 분에게 힘이 되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이상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