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온 가족 출동! '패밀리셰프, 반갑다, 고맙다, 기쁘다'

온 가족 출동! '패밀리셰프, 반갑다, 고맙다, 기쁘다'

2021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패밀리셰프 최우수 (관악구센터/변정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이 글귀는 내가 좋아하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의 첫 구절이다. 그리고 이번 패밀리셰프를 함께하고 난 후 내가 느낀 감정이기도 하다.

 

반갑다.

- 이제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이제 위드 코로나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 집만은 예외였다. 출산한 지 갓 한 달이 넘은 신생아가 있는 집이라 2021년도 내내 칩거하듯 바깥 외출을 삼갔다. 그래서 에너지 넘치는첫 째 4살 아들도 있지만 뭔가 나서서 해줄 수 없는 상황에 참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있던 참이었다. 때마침 아내가 서울가족학교 패밀리셰프라는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며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솔직히 요리는 젬병인 지라 자신이 없다고 했는데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패밀리 셰프라며 독려했다. 첫째 하준이와 우리 가족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말에 도전하게 됐다. 프로그램은 금요일 저녁, 토요일 오전 2차시로 진행되었다.

 

고맙다.

- 1차시는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아빠의 대화법이었다. 첫째 아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아들이 꾀를 부리며 협조하지 않으면 큰소리가 나오기 일쑤였다. 특히 양치할 때 “너 이리 안 와? 양치를 안 하면 이가 썩는데 그럼 이제 사탕, 과자 안 먹을 거야?” 하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말. “나, 아빠 싫어”. 아내는 아들 양치 한번 시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냐고 했다. 4살 아들에게 나도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육아가 힘들기만 한 게 나의 퇴근 일상이었다. 34개월 말과 행동이 많아지는 우리 하준이와 나에게 아빠표 대화법은 정말 필요한 강의였다. 강사님의 강의가 끝난 후 남아서 질문을 했다. ‘행동수정이 먼저가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만져주자’가 강의의 요지였다. 그래서 “하준이는 양치가 왜 하기 싫어?”“아빠는 치카치카를 너무 세게 해!” 그럼“어떨 때 양치가 하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자 “헬로 카봇 끝나고 치카 치카할게요” 이런 유레카! 하준이는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내가 하준이의 마음 읽기를 못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면 강의였다면 용기 내서 질문하기도 멋쩍었을 수 있었을 텐데…. 강의 끝난 후 용기 내서 질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2차시 토요일 진행된 패밀리셰프는 단순히 요리만 함께하는 게 아니라, 온 가족 화합의 장이었다. 갓난아기를 돌봐야 하는 아내를 대신해 장모님과 아들이 함께 장을 보았다. 장인어른 장모님 모두 모여서 만두 빚기를 했다. 만두는 처음 빚지만, 강사님이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게 시간도 여유롭게 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매끄럽게 진행이 되었다.

 

기쁘다.

- 손이 여러 개라 그런지 생각보단 빨리 쟁반 가득 만두를 만들 수 있었다. 맛은 열량만 높은 시판 만두에 비할 게 아니었다. 우리 아들은 만두보다는 과자에 초콜릿 그림이 더 마음에 드는 거 같았지만 막상 만두를 쪄서 완성되자 내가 만든 만두를 보면서 “이건 커다란 공룡 만두네? 아빠 최고”하면서 신나 했다. 장모님 장인도 “명절에도 못 만든 만두를 이렇게 모여서 만들어 먹으니 좋다”면서 웃으셨다. 가랜드 만들기까지 하자 처음에는 좀 길지 않나? 생각했던 3시간 30분이 마무리가 되었다. 솔직히 늦잠으로 흘려버리기 일쑤인 토요일 오전이 패밀리셰프 덕분에 장인·장모님 포함 온 가족에게 점수를 톡톡히 땄다. 토요일 저녁 메뉴도 정해졌다. 남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잡채와 동그랑땡으로 낙찰! 프로그램 진행의 전반적인 부분을 친절히 응대해 준 유지은 선생님과 두 분의 강사님께도 감사 인사 전한다. 벌써 다음 프로그램이 기대된다. 부디 다시 참여할 수 있기를…….

 

좋은 프로그램과 관계자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 우리 가족 날씨는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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