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둘이 먹었던 팟타이! 이젠 넷이서 함께!

둘이 먹었던 팟타이! 이젠 넷이서 함께!

2021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패밀리셰프 우수 (마포구센터/설규주)

 

1. 마포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우리 가족의 만남

저는 마포에서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 아마도 2015년 무렵 어느 날 저녁에 마포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어린이집에 출장 강의를 나오셨고 그 자리에는 부모들도 참석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키울 화분을 꾸미고 식물과 화분을 다른 가족들 앞에서 소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화분의 이름을 ‘약또리(조약돌이)’라고 지어서 가져왔는데 지금도 베란다에 있습니다. 그때 이후 센터에서 다양한 행사를 문자로 안내해 주셨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들과 직접 센터에 가서 케이크 만들기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대면 활동이 크게 제한되면서 간단한 만들기 키트를 배송받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추석을 앞둔 시점에 태국을 주제로 하는 집콕 푸드 트립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꼭 해보고 싶었는데 참여자로 선정되었다는 안내 문자를 받고 참 기뻤습니다. 아마도 그건 ‘태국’이라는 나라와 저의 인연 때문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2. 태국과 우리 부부의 만남

대학생 시절에 처음 가 본 저의 첫 해외 여행지가 태국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겨울에 출발했는데 태국에서는 반팔, 반바지는 물론 해변에서 수영도 하면서 해외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저는 태국에 네 번 더 다녀왔습니다. 방콕이나 파타야 같은 대중적인 관광지는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 옛날처럼 냇가에서 목욕하는 곳에도 가 보았고, 영화 <콰이강의 다리> 촬영지에서 덜컹거리는 기차도 타 보았고, 태국에 얼마나 불상이 많은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아유타야에도 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태국은 아내와 저의 신혼여행지라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희는 태국 푸켓으로 다녀왔는데 아내에게는 태국이 처음 가 본 동남아시아 국가이기도 했습니다. 신혼부부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희도 결혼식 준비와 결혼식으로 인해 지칠대로 지쳐 있던 터라 푸켓의 따뜻한 기후, 시원한 바닷물과 바닷바람, 몸 마디마디를 풀어주는 타이 마사지는 저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휴식과 회복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태국의 음식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해산물을 좋아해서 싸고 푸짐한 태국의 해산물 요리를 마음껏 먹었습니다. 똠얌꿍, 카오팟, 팟타이 등과 같은 태국의 대중적인 음식도 당연히 맛보았습니다. 향신료 때문에 입맛에 다 맞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음식 천국인 태국에서까지 한식을 찾을 만큼 ‘아재’는 아니어서 그냥 주는 대로, 나오는 대로 잘 먹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생 어거스틴 같은 동남아시아 음식점에서 종종 태국 음식을 먹곤 했지만, 사실 집에서 태국 음식을 만들어 먹어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센터에서 진행하는 태국 푸드 트립을 통해 ‘팟타이’를 가정식으로 만들어 먹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일도 아니었지요. 태국 사람들에게 팟타이는 어쩌면 우리에게 국수나 칼국수 같은 정도로 친숙한 음식일 테니까요.

 

3. 태국과 우리 아이들의 만남

아이들은 아직 태국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 있는 태국 음식점에서 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은 있지만, 아이들에게 태국이라는 나라는 상당히 낯선 나라입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도 그랬었지요. 미국, 서유럽, 일본, 중국, (당시) 소련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는 그냥 아프리카고 동남아였지 정확히 어느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때보다야 낫다고는 하지만, 우리집 아이들도 태국이라는 나라는 미국 등 서구권에 비하면 인지도가 훨씬 낮은 나라였습니다. 기껏해야 태국의 수도가 방콕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태국 집콕 푸드 트립의 장점 중 하나는 그냥 태국 요리만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태국에 대해 공부를 좀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센터에서 정리해서 배부한 태국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아이들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태국 여행을 하면 누구나 배우게 되는 ‘시왓디 캅’, ‘커쿤 캅’ 등과 같은 인사말부터 연습해 보았습니다. 제가 태국 여행을 할 때 배웠던 인사 동작도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태국의 독특한 화장실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고요. 그리고 태국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왕이 있다는 것, 대부분의 태국 사람들은 불교를 믿고 있다는 것, 태국에서 사원이나 스님이 하는 일 등은 센터에서 제공한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단어나 내용도 있어서 아이들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태국 음식을 만들어 먹기 전에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는 그 자료가 적지 않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았고, 거의 아는 것도 없던 태국이라는 나라가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한결 친숙해졌습니다.

 

4. 팟타이와 우리집 식탁의 만남

신혼여행을 갔을 때 매 끼니를 태국 음식으로 채웠는데 그중에는 팟타이도 있었습니다. 아내와 저, 둘이 먹었던 그 팟타이를 이젠 사랑하는 두 딸이 더해져 네 식구가, 그것도 집에서 함께 만들어 먹는다고 생각하니 참 기분이 좋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센터에서 준비해 주신 상품권으로 장을 보고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제공해 주신 레시피도 참고하고 유튜브도 보면서 팟타이를 준비했습니다. 팟타이와는 별도로 우리 가족만의 메뉴 ‘바삭바삭 토토나’(참크래커+토마토+치즈+햄)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빵칼로 토마토를 썰었고 저는 아몬드를 쪼개고 양파를 잘게 잘랐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아무리 안 그런 척하려고 해도 양파 때문에 눈물이 나는 걸 막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왜 우냐고 묻길래, 아예 일부러 소리 내서 울며 양파를 써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주로 채소, 땅콩, 과일 등을 준비했고 아내는 주로 불 옆에서 스크램블을 만들고 면과 새우, 숙주 등을 볶는 일을 했습니다. 양파 때문에 제가 눈에서 눈물이 났다면, 아내는 불 옆에서 있다 보니 땀이 줄줄 흘렀을 겁니다.

그 눈물과 땀의 결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팟타이가 완성되었습니다. 맛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젓가락으로 면을 크게 집어 먹어보았습니다. 음... 솔직히 아주 맛있었다고는 못하겠습니다. 먹을 만하긴 한데, 좀 싱겁고 뭔가 어설픈 맛이었습니다. 양념장을 좀 더 넣어보기도 했는데 그건 말 그대로 간을 더 한 거라 다른 것은 똑같고 짠맛만 더해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잘 모르겠습니다. 레시피대로 한다고 했는데 레시피의 물리적 단계와 재료의 물리적 결합만이 아닌,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할 모양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가족이 함께 장을 보고, 함께 요리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소중합니다. 우리가 만든 팟타이의 맛은 비록 전문 식당에서 제대로 만든 팟타이 맛에는 못 미쳤을지 몰라도, 우리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들인 시간과 정성만큼은 결코 다른 어느 요리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태국이라는 나라가 이제는 한 걸음 더 우리 아이들의 세계 안으로 들어왔고, 다른 나라 요리에 비해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태국 요리를 집에서 처음 만들어보았다는 것도 우리 가족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마치 마포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우리 가족이 처음 만난 이후 그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네 번, 다섯 번을 넘어 쭉 이어졌듯이, 제가 처음 태국을 방문한 이후 그 한 번이 또 두 번이 되고 세 번, 네 번, 다섯 번이 되었듯이, 팟타이와 같은 태국 음식과 우리 가족이 이렇게 우리 집에서 처음 만난 이후, 앞으로 여러 번 더 많은 만남, 더 좋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유쾌한 예감이 듭니다. 우리 가족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마포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그리고 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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