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아버지교실 수강 반년 뒤의 소회

아버지교실 수강 반년 뒤의 소회

2022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아버지교실 최우수 (강서구센터/곽수안)

아버지교실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것은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통해서였다. 아버지교실을 사이버강좌 수강하고 나면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대단한 것을 바라고 수강한 것은 아니고, 어린 시절 엄부자모도 아닌 엄부엄모 밑에서 자란 편이라서 나는 커서 꼭 친구 같은 아빠가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수강의 주요한 계기였다.

아버지교실 사이버강의는 당시의 메모를 참고해보면, 아빠와 함께 목욕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같이 놀았던 아이의 IQ, EQ, 사회성, 언어발달 등이 확연히 좋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내용이었다. 최근에는 부모의 학업수준이 기존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게 좋아졌고, 육아에 대한 지식 정보의 수준도 높아졌기에, 강의의 상당 부분은 나 역시도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육아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과 내가 그것을 수행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서, 강의를 상당히 집중해서 들었었다.

지금까지 내가 못하고 있던 점은 아이에게 일관되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체벌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내가 나의 육아에서 고쳤으면 하는 점 중 하나가, 아이의 잘못에 어떤 때는 가볍게 혼내지만, 어떤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는 점이었다. 핑계이지만, 근무를 하고 와서 몸이 많이 고될 때는 같은 잘못이더라도 화를 많이 내고, 내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화를 덜 내는 나의 모습이, 친구들 또한 많이들 그런다고 생각해서 가볍게 넘기고는 했었다. 당장은 그것이 바로 좋아지지 않더라도, 가까운 가족인 아내의 조언 외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타인이었던 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빨리 고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사님이 강의 중반에 소소하게 이야기 해주신 점 중 하나가, 거창하지 않더라도 아빠와 반복해서 같이 하는 것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자기 전에 이불 안에서 같이 손발로 이불을 텐트처럼 만들어서 매일 놀아본다든지 하는 루틴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올해 초부터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내가 맡아야 할 상황이 되어서 직장을 옮긴 터라, 등원할 때 그런 루틴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어린이집 가는 길에 1주일에 한번쯤은 언덕배기 작은 산을 넘어서 간다든지, 어린이집 가까운 곳에 있는 계단부터는 아빠가 안아서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그리고 어린이집 옆에 인도에서는 서로 뛰면서 가는 놀이 등이 그것이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던 아들이었으나, 이제는 아침마다 먼저 아빠에게 “오늘 산으로 가는 날이야?” 혹은 등원 중에도 “아빠, 우리 뛰기놀이 할까? 아빠 저기부터는 안아서 가는거야.”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아들도 아빠가 만든 루틴을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길지 않은 강의의 마지막은,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읽어주라는 점이었다. 아이가 편지의 내용을 아직 이해하지 못할 어린아이더라도 꼭 편지를 써서 읽어주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당시 우리 아들은 32개월 정도라서 편지를 쓰면 이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아빠가 그동안 혼낼 때 어떤 때는 윽박지르듯이 혼내고, 몸이 피곤할 때는 아들과 놀아주는 것이 귀찮아서 많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아빠가 좀 더 우리 아들에게 성숙된 모습으로 대해준다는 짧은 편지를 써서 읽어주었다. 아들이 그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아빠가 손으로 써준 편지를 한동안 자기의 장난감 가방에 넣어서 다니고, 잘 때도 편지를 갖고 다니는 것을 보며 그래도 써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강의가 끝나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개월 정도가 흘렀다. 그 6개월 동안 아들은 놀랍게도 많이 성장했다. 당시 말이 늦어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또래보다 논리적으로 긴 문장도 말하게 되었고, 키도 크지 않은 편이었는데 또래 평균보다 살짝 커졌으며, 지금 만 40개월이 되어가는데, 숫자에 관심이 많아서 1부터 100까지 읽을 줄 안다. 반대로 아빠는 어떤 면에서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출근시간이 촉박한데 등원 준비를 도와주지 않는 아들에게 “빨리 양치하자, 빨리 옷 입자, 제발 아빠 좀 도와줘” 하며 매일같이 윽박지르는 것이 일상이며, 주중에는 몸이 피곤해서 많이 못 놀아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주말에는 많이 놀아줘야지 라고 생각했음에도, 막상 주말에 되면 ‘하, 너무 피곤하다. 차라리 빨리 회사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강의를 통해 보다 더 일관되게 반응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다른 아빠들이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할 때, 그래도 아들과 재미나게 놀아줄 수 있는 아빠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야 3돌이 조금 지난 아들을 키우며 결혼할 때보다 급격하게 바뀐 생활양식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부모님 댁에서 아이를 고정적으로 봐주실 형편이 안되기에, 주말에 다니던 예쁜 카페, 레스토랑은 고사하고, 맞벌이 하며 정신없는 주중을 보내고, 주말에는 밀린 빨래와 집안일을 해치우느라 한주 한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때가 많다. 그래도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