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청소년기 부모교실 후기
청소년기 부모교실 후기
2022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청소년기부모교실 우수 (강동구센터/정애영)
안녕하세요. 현재 중학교 1학년인 딸과 5학년, 2학년인 두 아들이 있고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엄마인 동시에 또 아이들에게 의지하며 하루씩 성장하고 있는 학부모입니다. 귀가 얇은 편이라 무언가를 소신껏 처리하는 걸 어려워하는 편인데, 저의 이런 성향이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고스란히 반영이 되어 사춘기가 된 자녀들과 힘겨루기를 하다 힘 빠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올 초, 중1이 된 딸의 학습에 관여를 하게 되면서부터 이런 일들이 좀 더 비일비재 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가 잘해야 둘째, 셋째가 잘 따라올 거라는 흔한 생각을 가지고 다 큰(?) 첫째를 잡기도 하고요. 3kg의 작고 귀여운 아이로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 속에서 어느새 14세가 된 어느 정도 자존감도 있는 딸은, 엄마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소중하게 다뤘던 딸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서로에게 으르렁거렸습니다. 지나고 하면 후회하면서도 같은 상황이 자꾸 반복하게 되니 얼마나 지치던지요.
큰 아이와 한바탕을 하고 나면, 첫째에게 시원하게 내뱉지 못한 감정들을 사춘기가 살짝 온 것 같은 초5 아들과 마냥 사랑스러운 2학년인 아들에게 풀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방식이란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강동구에서 주최하는 청소년기 부모교실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수강을 신청했을 당시에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이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여태껏 저의 대화방식이 아이들과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었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나는 내 위치에서 할 만큼 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건데?'라는 생각이 더 컸었습니다. 아이가 목소리를 높이면 저는 더 큰 목소리로 답을 했고요.
'그렇게 물러서 아이들을 어떻게 혼내냐',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말을 듣겠냐'. 라는 말이 생각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더 크게 비난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하는 아이에게 무례하다며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고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겉으로만 소통하는 척하며 아이가 엇나가서 힘들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여기저기 하고 다녔습니다. 돌아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한 행동들을 참 많이 했네요. 마냥 이쁘기만 했던, 건강하게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던 그 눈빛이 지금은 방향성을 잃었다는 걸 부모교실을 들으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야기들은 저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고, 아이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비난하기 전 아이의 상황을 공감해주고 친밀감을 형성해주는 말들이 처음엔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먼저 사과도 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제 감정을 배제하고 보이는 것에 대해서만 짧게 말한다는 것도 저에겐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고 싶다면 꼭 해야 할 일들이었습니다. 아이와의 갈등 상황을 녹음하여 문제점도 알아보고, 강동구 가족센터 담당자분을 통하여 강사님께 파일을 전달하여 피드백을 받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강사님은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부모의 행동에 더 주안점을 두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 말씀이 저를 돌아보고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청소년들을 제대로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가 보냈던 청소년기와 지금 우리 아이가 자라고 있는 환경과 문화는 많이 다른데 자꾸 저의 청소년기를 기준으로 아이와 타협을 보려 했으니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를 바라보던 시선을 저에게도 나누어주기로 했습니다.
저를 돌보는 시간을 갖게 되니, 미루기만 했던 일들을 해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 시간들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많이 호전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여전히 서로 목소리를 높여가며 종종 언쟁을 하기도 하지만, 풀리는 시간도 짧아졌고, 아이의 마음이 보이니 저도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즘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요즘은 청소년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핸드폰을 갖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이해받았기 때문에 내게도 아빠 엄마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뜻이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좀 더 폭넓고 깊이 있는 거겠지만 난 아직 자라고 있는 아이다. 당연히 어른이 먼저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어른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휴대폰이 없는 중2 친구에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부모님이 최신형 휴대폰을 사주게 되는 대목에서 아이가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제 자신이 아직 미성숙한 어른이라고 생각될지라도 아이는 저를 어엿한 어른으로 보고 있을 테니, 아이 앞에서만큼은 어른인 척 해볼까 합니다. 먼저 베풀고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지라도 앞에선 이해하는 척하다 보면, 저도 아이도 지금보다 웃을 날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부모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신 강동구 가족교실과 강의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