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일상이 성과이다.

일상이 성과이다.

2022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청소년기부모교실 우수 (노원구센터/김현주)

 

 

저는 나이 많은 한국인 엄마입니다. 예전엔 골드미스로 한창 자기 커리어로 잘나가던 때도 있었습니다. 국적이 다른 배우자와 결혼하고 다문화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자녀가 태어나면서 부모로서 저의 위치와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첫째가 초등 일학년 때 노원구가족센터의 문을 두들기면서 저는 도움을 받는 것이 무척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그 도움이란 센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부모교육입니다.

 

최근에 주변의 엄마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년도에 서울가족학교에서 배운 이론으로 장착되어, 나이 어린 엄마들에게 바람직한 부모역할부터 자녀와의 대화법, 성인지 감수성 등등을 들려줍니다. “부모력力을 키워야 한대. 자녀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녀의 감정을 읽어주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고, 끝까지 해내는 힘을 길러주고, 자존감의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댜. 헉헉... 듣기만 해도 버겁지? 이 모든 것의 핵심은 아이와 깊이 있는 교감과 상호작용 즉 소통이 필요한데 우리 부모도 훈련이 필요하댜.”

 

최근 같이 부모훈련교육을 들었던 중학생 엄마가 격하게 감정을 보이며 열심히 배워도 실행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합니다. “언니. 난 오늘도 애랑 싸우다가 울었어. 이 녀석이 중학생이 되더니 나를 무시해. 나랑 한참을 실갱이를 하다가 ‘엄마는 쓸모없어’라고 말하고 자기 방문을 꽝 닫는 것 있지. 내가 얼마나 이 아이를 애지중지 키웠는데 그리고 나처럼 똑똑한 엄마에게 쓸모없다니... 나도 속상해서 화장실에서 엉엉 울고 말았어.”

 

“그래, 맞아. 나도 말만 이론이지. 현실은 어제 둘째 녀석 헤어컷을 하러 미용실에 갔어. 평소에 차로 다니는데 어제는 걸어가니깐 길거리에서 10살짜리 아들이 걸어가기 싫다고 왜 차타고 안 가나며 한참을 징징거리며 엄마를 밀치고 지랄하잖아. 그 시간동안 이미 미용실에 도착해서 이미 헤어컷 완성했겠다 싶을 정도로.... 나도 이성을 잃고 길거리에서 소리쳤잖아. ‘이미 3분의 2를 왔어. 그럼 그냥 집으로 가서 차를 가져 올까. 응! 왜? 엄마도 소리치니깐 너도 주위사람 보기에 창피하니...’ 다행이도 녀석이 말없이 미장원에 따라가서 헤어컷하고 밑의 이마트에 가서 과자하나 사주고 사건은 일단락 했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저 자신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우리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아이의 속마음을 정리해주고 잘못된 행동은 교정해줘야 함을 아는데 엄마가 감정을 폭발하는 시행착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쓰담쓰담 격려해주고 그나마 다시 아이에게 할 말을 정정해 보고 연습도 해봅니다. “민준아. 엄마가 이해하지 못해서 속상했구나. 엄마도 우리 사랑하는 아들이 얼마나 답답하면 ‘엄마는 쓸모없어’ 그렇게 얘기했을까 싶다.” “동윤아. 걸어가는 게 힘들지. 왜 걸어가는지 아니? 지금 퇴근시간이라서 차가 꽉 막혀있어. 다음에는 차 안 막힐 때 일찍 차로 가면 좋겠다. 그치.”

 

이론상으로는 지랄같은 자녀들의 말과 행동을 디코딩하여 부드럽게 교정해주는 작업을 통해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일석이조를 얻는다는데 그런 생산적인 선순환의 과정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을 왜 매번 깨지면서 배울까 싶습니다. 그래도 이런 일련의 노력이 매순간 쌓여서 루틴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 부모가 일상속에서 계속 배우고 의식적으로 실행함을 통해서 자녀들은 본인들의 삶에서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독립적 그리고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선택을 하며 사회에서 한몫을 하는 태도와 능력을 갖추어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어떤 엄마들은 냉소적이기도 합니다. 교육에 회의적이기까지 합니다. 나도 열심히 노력해 봤는데 애들은 여전히 똑같아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한 엄마가 저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그 성과가 뭐예요?”

 

살짝 생각해 보고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6학년이 된 첫째아들이 미용실에 가면 원장님이 이마를 8:2로 가르마를 갈라서 젤로 시원하게 이마를 까시면서 너는 이게 제일 잘 어울린다. 라고 하셔서 항상 업스타일로 다녔거든. 그런데 이번 여름부터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앞머리를 죽죽 내리는 거야. 그리고 매일 씻으라고 해도 안 씻던 아이가 아침마다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앞머리를 내려서 이마를 엄청 덮는 거야. 난 더운 한여름에 이마에 여드름이 한참 생겨 신경도 쓰이고 해서 잔소리를 했지. 처음엔 이해가 안되었어. 그런데 사춘기 자녀에 관한 교육을 받고 깜짝 놀랐지뭐야. 줌으로 강사님과 직접 일대일 Q&A를 통해서 앞머리로 사춘기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생각 사思, 봄 춘春, 때 기春의 한자로 본인의 생각이 싹 트는 시기로서 스스로 객관화하는 과정임을 말씀하셨어.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티칭이 아닌 코칭으로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봐주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셨어. 단점이 아닌 장점을 위주로 말야. 그래야 아이들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자기다움으로, 주체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댜.”

 

생산적인 대답을 원하던 엄마가 재차 묻습니다. “언니, 그래서 그 성과가 뭐냐니깐요?”

 

저는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 무슨 대답을 하였는지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확신하게 됩니다. 나의 일상이 성과입니다. 매일매일 배우고 적용하는 와중에 시행착오도 하고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하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보다 나은 부모로서 변화를 위한 나의 조그마한 노력 즉, 교육을 받고 수용하고 성장하려는 움직임이 자녀들에게도 결국은 나에게도 일상속에 축적되어 내일을 위한 동력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런 인식함이 성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그 엄마를 만나면 이번에는 자신 있게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응, 그대의 질문 덕분에 일상이 성과임을 알았어...”

이마를 시원하게 까던 과거도, 앞머리를 죽죽 내려 보기에도 답답한 현재도, 언제든 웃으면서 이야기할 내일을 기대하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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