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딸아, 아빠는 이제 대답할 준비가 되었어
딸아, 아빠는 이제 대답할 준비가 되었어
2022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청소년기부모교실 최우수 (서초구센터/하명진)
서초구가족센터의 서울가족학교 청소년기부모교실 ‘별안간 사춘기’ 프로그램의 홍보 포스터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게 지금 나한테 필요한 교육인가?’였습니다. 아직 큰 아이는 8살, 초등학생이고 둘째 아이는 겨우 24개월인데 사춘기 교육을 지금 들어서 소용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문득 큰 딸 아이가 하던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빠, 아이는 어떻게 태어나?’, ‘ 엄마랑 아빠는 왜 결혼했어?’, ‘있잖아, 나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아빠한텐 비밀이야’라고 말하던 순간이 생각나면서, 사춘기가 시기를 정하지 않고 올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막상 온라인 교육에서 비친 화면에는 다른 부모님들도 계시고, 저보다 한참 선배이신 부모님들도 계셔서 여러 부모님들의 다양한 경험도 들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생기더라고요. 이런 기대감과 열정으로 카메라 화면을 켜고 강사님과 같이 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갑자기 걸려오는 업무전화와 딸아이의 방해공작 그리고 아들의 습격으로 화면을 종종 끄기도 했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교육을 들으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강사님께서는 아이가 2차 성징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면, 숨김없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대화와 공감하고 대화를 통해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들으니 그동안 아이에게 ‘나중에 알게 된다. 때가 아직 이르다. 설명해 줘도 지금은 모르니 다음에 선생님한테 들어라’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이야기의 화제를 바꾸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8살 아이도 많은 것을 물어보더라고요. 특히 아이에게서 먼저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빠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대답을 못해주었던 부분이 아이에게는 궁금증을 해소해 주지 못했고, 결국 아이와 소통이 잘 안되다보니 ‘아빠한테는 비밀이야’라고 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궁금한 질문을 던질 때, 잠깐이라도 하던 일이나 업무를 멈추고 5분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상하게 이야기를 하며, 잘 모르는 부분도 섣불리 아는 척하지 않고 ‘엄마랑도 같이 이야기해볼까?’라며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 등교를 하면서 잠깐이라도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아이 친구 이름을 미리 외워와서 그 친구랑은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으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일상에서 있었던 일, 속상했던 일, 친구와 싸웠던 일들을 대화 중에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는 딸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제 작은 행동에 따라 아이가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지’ 했었던 부분이 많았었지만, 사실 대중매체를 통해서 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잠시 뿐이고, 뒤 돌면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청소년기 부모교실은 직접 강사님의 교육을 듣고 알아가기도 하고, 질의 응답시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의문점과 저의 행동이 맞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다보니 오히려 제 모습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인문학 강의 시간에 잠시 들었던 ‘메타인지의 오류’가 저한테 정말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우리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나만한 아빠는 별로 없다, 나 정도면 괜찮은 아빠지’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회차 자녀와의 대화법 교육을 들으니 오히려 아내하고도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딸아이의 이야기를 같이 공유하며 친구랑 싸웠다는 이야기, 친구와 싸움에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아이가 싸웠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니 아내의 생각 또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회차 가족형 성교육을 듣고 나서는 아이가 남녀의 생식기를 부를 때도 음순, 음경, 음낭 등의 호칭을 통해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아내와 같이 교육해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건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라고 생각하며 말하기도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꺼렸는데, 이제는 정말 자연스럽게 말 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또한 성 역할에 대해서 아이한테 이야기를 해줄 때에도, 남자와 여자의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남녀가 같이 하는 것이며,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엄마는 밥하고 반찬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아빠가 맛있는 요리를 잘 못해서 엄마가 주로 하는 거야. 그 대신 아빠는 계란프라이는 잘하지? 그건 아빠가 잘하니까 만드는거야’라든지 ‘아빠는 음식은 못해도 설거지는 잘 하지? 이렇게 각자 잘하는 것을 하는 거야’라며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답니다.
마지막 교육시간에 갑작스러운 출장이 생겨 교육에 참여하지 못했을 때는 많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 강의가 아니라서 소통도 잘 되었고, 오히려 더 집중이 되는 강의여서 수강하는 입장에서 효과가 큰 강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교육은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우리 딸과 아들의 성장에 있어, 아버지로서 잘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교육은 여러 질문들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고, 변화무쌍한 시기에 육아를 하는 아빠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교육받을 때 남자 참가자가 저 혼자라서 담당자님과 강사님의 관심을 받았었는데, 질문이 자주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집중해서 듣기도 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는 어렵지만, 좋은 아빠로 되어가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교육에는 저 말고도 다른 아빠 참가자가 좀 더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