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서울가족학교'가 필수교육으로 인식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서울가족학교'가 필수교육으로 인식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2022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예비·신혼부부교실 최우수 (송파구센터/김민주)
남녀가 정식 부부관계를 맺는 ‘결혼’
사실 내게는 오랜 시간 가깝고도 먼 단어였다.
긴 연애 끝에 결혼한 부모님을 보고 자란 나는 어렸을 적 오랜 연애 후 결혼하는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에 대해 확신이 드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곤 그 로망은 서서히 사라졌다. 더불어 동생과 자취할 땐 생활패턴과 성향이 너무나도 다른 탓에 ‘이렇게 가깝고 친한 가족과도 부딪히는데, 생판 남인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게 일상이 된다면 결코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나와 지금의 신랑이 만나 연애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결혼에 대해 멈춰있던 서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깜짝 프러포즈를 시작으로 상견례, 스드메 등 낯설었던 단어들이 차례로 지나간 끝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던 나는 올해 초여름의 신부가 되었다.
결혼을 생각지 않았던 나에게 든 확신은 서로의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우리의 성향은 다르지만, 가치관 등 큰 부분이 맞으니 부딪힐 점이 발생하지 않았다. 게다가 20대 끝자락에 누군가를 좋아해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던 우리 모습은 서로에게 더 큰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 행복 속에서 나는 가슴 한편에 남모를 불안을 갖고 있었다. ‘식장 들어가기 전까진 모른다더라’는 일반적인 걱정과 ‘내 주변엔 청첩장 돌리고 파혼했다더라’ 등의 이야기는 결혼을 결심하게 된 내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 잘못된 판단이 아닌지 스스로 의심하게끔 만들었다. 이런 나에게 신랑이 확신을 주며 마음을 달래주면 다시 괜찮아졌다가 또 걱정하는, 끝없는 굴레의 연속이었다.
그 무렵, 유부 선배인 지인에게서 서울가족학교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다. 장기연애 끝에 결혼했던 지인은 결혼 후 다툼을 풀 때 서로의 방식의 차이를 느껴 그 힘듦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예비부부교실과 신혼부부교실 교육을 통해 크게 개선됐고, 앞으로의 결혼생활 또한 잘 꾸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거다!’ 했으나, 결혼 준비하는 동안 일정을 맞추긴 여간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22년의 끝자락이 다가올 즈음, 송파구 예비부부교실과 예비부모교실을 듣게 되었다. 운이 좋아 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2주간 수많은 예비부부와 함께했다. 그리고 수업을 완료한 끝엔 나는 비로소 스스로를 괴롭히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예비부부교실에서는 DISC 검사를 통해 커플의 성향을 파악하며 수업이 이루어진다. 강사님은 왜 이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고 반응하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후, 개인의 성향에 맞게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나는 D(주도형)-I(사교형)가 월등히 높은 성향이며, 신랑은 C(신중형)가 가장 높고 D(주도형)-S(안정형)가 비슷한 성향이었다. 재미난 건 이 성향의 특징을 우리 부부에 대입하니 딱 들어맞았다. 당연한 소리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우리 성향에 대해 들은 후 그래서 서로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를 이론적으로 알게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이었다. 왜 우리 부부의 모든 일은 내가 주로 시작했는지, 그 일들의 세부적인 계획과 마무리는 왜 대부분 신랑이 해왔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30년간의 삶을 통해 깨달아온 내 단점을 성향의 특징으로 만나게 되니 내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이런 성향으로 좋은 점도 있지만, 그래서 이런 이면도 있는 거구나.’ 강사님의 설명을 통해 온전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단점을 무조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함께 보완해 나가면 더욱 발전할 수 있겠다는 긍정의 힘과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우리 부부가 잘 싸우지 않는 이유도 알게 됐다. 연애 때부터 습관이 된 우리 대화법은 강사님이 설명한 대화법이었다. ‘나-전달법’을 통해 대화를 하고, 규칙적인 부부의 대화 시간을 갖는 것. 이론적으론 몰랐으나 우리 부부의 일상이었다. ‘그래서 우리 다툼이 적었구나’, ‘이런 부분을 더 강화시켜 잘 유지해나간다면 우리 결혼생활이 앞으로도 쭉 밝을 수 있겠구나’ 이 생각이 들고나니 내 마음속 막연했던 불안과 걱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주변 지인들은 “정말, 진짜로 안 싸워?” “결혼해서 같이 살아보니 어때?” 등의 질문을 많이 했었다. 그럴 때마다 우린 “서로의 의견이 다르면 대화로 절충이 되어서 크게 다툴 일이 없는 것 같다”라고 답했었다. 이제 누군가 다시 같은 질문을 물어본다면, 강사님들께 배운 이론들을 토대로 설명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수많은 교육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두 남녀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결혼생활도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확신과 기대감을 갖고 결혼을 한다. 그렇지만 상대방과의 ‘성격 차이’만으로도 갈등을 갖는 부부는 결코 적지 않다. 만약 결혼 전 혹은 신혼 초에 이런 교육을 받는다면, 좀 더 행복한 가정들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번 예비부부교실과 예비부모교실을 통해 우리 가정의 초석을 다졌다고 생각한다. 1~2년 후에 참여할 신혼부부교실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참여하게 될지 이제는 불안감이 아닌 온전한 기대를 안고 있다.
참고로 거의 다툼이 없는 우리도 냉랭할 때가 있다. 타이밍 맞게 예비부부교실 2주차 아침이 그랬다. 수업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급한 마음에 일방적으로 내 감정을 표출했다. 그런데 차에 타자마자 내 입장에서 내 감정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의견이 맞다고 몇 시간 동안 고집했던 이전의 나를 돌아보면 짧은 시간 내 이룬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2주차의 3, 4회기 수업을 들으며 앞으로도 어떤 점들을 더욱 보완해야 우리의 ‘관계통장’을 더욱 두둑이 적립해 나갈 수 있을지 또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도합 10시간의 알찬 프로그램들을 통해 든 결론은 이 교육이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결혼 준비할 땐 ‘스드메’보다 ‘예비부부교실’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려지길 바래본다. 이번 후기를 통해 우리 가정을 포함한 모든 가정의 앞날을 응원하며, 서울가족학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드느라 애쓰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