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나와 같은 듯 다른, 우리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
나와 같은 듯 다른, 우리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
부모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내의 신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주말에 캠핑으로 가족 모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 저와 달리, 아내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따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저와 첫째 아이가 둘만의 친밀한 시간을 보내길 원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고 상처받은 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하여, 아빠와 둘만의 집중된 시간을 보내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어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자클래스 오픈채팅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프로그램 공지는 전날이나 당일 오전에 아내의 연락을 받아 부랴부랴 센터에 방문하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늦었다고 오늘은 쉬자며 버티기도 하고, 그런 저의 모습에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까 봐 아내의 조바심까지 더해져 서로 다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내 사이의 신경전은 아자클래스를 하고 싶다는 아이의 한마디로 종결되어 저를 움직이게 하였습니다.
가끔 아이가 “나는 아빠랑 같이하는 아자클래스가 좋은데, 아빠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라고 속마음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현이랑 같이하는 아자클래스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주말에 다른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좀 불평이었어”라고 아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서로 터놓고 얘기를 해보니 각자가 원하는 기대가 다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원예교실 ‘용돈 상자 만들기’ 프로그램은 꽃 알레르기가 심해서 꽃을 멀리하는 저를 걱정하며 아이는 꽃을 만지지 말라고 하면서 함께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콧물을 훌쩍이는 아빠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을 보고 나니, 아이가 꽃을 좋아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손 빠르게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도 평소에 느릿하다고 생각하던 아이의 모습과 대조되어 신기했습니다. 아빠이기에 아이를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는 무게감만 생각했지만, 반대로 아빠의 불편을 걱정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아이의 배려하는 마음도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신비한 마술모험’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주말에 TV를 보거나 보드게임 정도로 시간을 보내는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놀이를 알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마술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배운 마술은 여전히 아이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어른으로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찾아보고 싶은 욕구가 솟아 올라왔습니다.
아자클래스를 하기 위해 캠핑을 포기해야 했지만,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대면으로 진행했던 아자클래스 프로그램이 끝나고 데리러 오는 아내와 둘째 딸을 만나서 근처 맛집을 찾아가보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산책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행복했습니다. 큰 이벤트가 아니어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변에 많이 열려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 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그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겪은 좋은 일들을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해져서 강요되기도 하고, 아이는 섬세하고 느긋해서 활동적인 제가 보기에는 기다려줄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느긋한 성격이 둔한 움직임으로 나오는 것은 아닌지 부모 마음에 염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자클래스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은 운동이나 신체 활동은 재빠르지 않더라도, 만들기를 누구보다 빠르고 야무지게 완성하는 아이를 보며 정답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성격이 ‘좋다’, ‘나쁘다’,를 판가름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성격과 아빠의 성격이 조화롭게 편안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를 인정하는 시간을 갖는데 아자클래스의 참여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느긋하지만, 주변을 잘 살피고 꼼꼼한 아이와 추진력이 좋고 목표 달성을 중요시하는 아빠가 더불어 살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가 아이였던 시간과 많이 멀어진 지금, 아이의 시간과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애정과 믿음을 가지고 한 발 떨어져 지켜보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1회성에 그치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7회기에 걸친 시간은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고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지향점을 찾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나와 같은 듯 다른, 우리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담당자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