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어린 신부의 행복 결혼 준비기

 어린 신부의 행복 결혼 준비기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예비·신혼부부교실 (강북구센터/노유진)

 

“그래서 공주는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하지만 현실은?

 

인생에는 4가지 커다란 미션이 있다. 이름하여 ‘관혼상제(관례·혼례·상례·제례)’. 성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싸울 일투성이다. 결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무도 안 가르쳐 준다. 드디어 험난한 과정을 뚫고 대망의 결혼에 골인. 그런데 오늘도 신혼부부는 싸운다. 그럴 때 부부가 손 잡고 같이 가면 좋은 곳이 있다. 바로 서울가족학교 '신혼부부교실'이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 오늘은 신혼부부교실을 가기로 한 날이다. 남편은 이미 나갈 준비가 끝났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남편의 표정을 흘끗 보니 굳어있다. 나는 “10분이면 될 것 같아요.”라며 연한 핑크 아이섀도를 빠르게 바른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나도 마음이 급해진다. 우리 집에서 강북구 가족센터까지 약 1시간 40분이 걸린다. 7월에 신혼부부교실이 진행되는 곳이 강북구 가족센터였다. 매월 신혼부부교실이 진행되는 가족 센터가 달라진다. 꼭 듣고 싶어서 남편과 어렵게 시간 맞춰서 멀어도 가기로 결심했다. 남편 눈치를 보며 “미안해요. 더 일찍 출발했어야 했는데…….” 남편은 “다음에는 더 일찍 준비해야 해요.”라고 한다. 초행길인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나도 혹시 늦을까 봐 기분이 별로 안 좋지만,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픈 마음에 남편에게 다가가 팔짱을 낀다. 생각해보면 안 싸우는 우리 부부도 ‘갈등’이 없는 건 아닌 것도 같다. 이 미묘한 긴장감이란! 도착해 보니 신혼부부 10쌍이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귀여운 아기를 안고 온 부부도 있어서 보기 좋았다.

 

신혼부부교실 주제는 ‘신혼부부는 오늘도 싸운다’였다. 처음 소개팅에서 가치관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 7시간을 내리 대화하고, 사귄 지 5일 만에 결혼을 결심했으며,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우리는 안 싸우고 사이좋게 잘 살 수 있을까? 게다가 요즘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 33.7세, 여성 31.3세’라는데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한 20대 어린 신부인 ‘나는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안고 수업을 들었다. 7월 15일에는 ‘신혼부부 갈등과 대화법’, ‘평등부부’, 7월 22일에는 ‘함께 만들어 가는 신혼의 성’, ‘몸의 대화’를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다.

 

결혼 전 친정아버지에게 여쭤봤다. “아빠,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어요?”는 나의 물음에, 아버지는 “바라는 게 없으면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다. 수업 시간에 바라는 게 많은 아내와 회피형 남편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해답은 상대방 덕 보고 살 생각하지 말고, ‘당신 내 덕 보고 사시오!’라는 마음의 준비가 되면 서운하지 않고 싸우지 않을 것이다.

 

갈등은 당연하다. 강산이 두 번, 세 번 변할 동안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가 ‘다른 점’이 있는 건 당연하다. 신혼부부교실 가는 날에만 해도 일찍 가려는 성격의 남편과 딱 맞춰 가려는 자유로운 성격의 나는 부딪혔다. 하지만 서로 날 선 말을 하지 않았기에 원만하게 넘어갔다. 갈등이 왜 없으랴. 남편이 ‘과자 껍질’을 식탁에 두고 곧바로 치우지 않아서 답답한 적이 있었는데, 많이 생각하고 말하는 나는 ‘이걸 바로 치워달라고 말할지? 내가 그냥 치워버릴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남편이 아프면 빨리 병원 가서 나았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병원을 웬만해서는 안 가고 버티려고 한다. 또한 나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왔는데 시댁은 제사를 지내는 집안이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맞춰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톱니바퀴가 맞물려가는 과정이다. 마찰은 불가피하지만 부드러운 말투라는 윤활유를 뿌려준다면 더욱 잘 돌아갈 것이다. 남편과 나는 서로 ‘존댓말’을 쓰는데, 같은 말을 해도 더 존중받는 느낌이 들고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1994년 ‘평등부부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강의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됐다. 선정 기준은 '의사결정 과정이 평등한지', '재산권이 부부 공동으로 평등하게 되어 있는지', '가사노동을 협동해서 잘하는지', '육아와 자녀교육에 동등하게 참여해 공동책임을 지는지', '취미생활이나 기타 활동을 공동으로 하는지',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모자라는 점을 서로 보완해주는지', '부부간에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지' 등 7개 분야였다. 2023년의 기준으로 봐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기준이다.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 아니라 ‘그 과정속에 존중이 있었는가?’이다. 행위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또한 “싫어하는 것만 안 해도 결혼생활이 ‘유지’되고 더 나아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때 결혼생활은 '향상'된다.”는 강사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요즘 MBC 인기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 싸우는 부부들을 보면 안타깝다. 부부가 직면하는 가장 현실적인 ‘돈’ 문제를 비롯하여 성생활, 생활 리듬, 가사 분배, 남사친(여사친) 관계가 주요 부부 싸움 유발 요소이다. 나이가 든다고 다 성숙한 어른이 되지 않는다. 미성숙한 둘이 만나서 지지고 볶고, 서로 상처가 깊어 곪아 버렸다. 결혼생활이 ‘천국’이 될 수 없을까?

 

‘신혼부부교실’을 저분들도 신혼에 일찍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신혼부부교실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백신 주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독감 주사 맞는 시기인데, 아프기 전에 백신 주사를 맞으면 독감에 대한 면역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신혼부부교실을 들으면 ‘나는 배우자와 의견이 대립될 때 어떻게 하지(소리 지르기, 피하거나 무시하기, 울기 등)?’, '내가 좋아하는 가사노동과 싫어하는 가사노동은 무엇이지?’, ‘나에게 부부 성생활은 얼마나 중요하고 성관계를 통해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이지?’, ‘성관계가 불편할 때와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등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결혼생활 갈등 유발 요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갈 수 있다. 신혼부부라면 미루지 말고 신혼부부교실을 빨리 듣기를 추천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적어지고 있어 신혼부부교실이 더욱 귀하다. 신혼부부교실을 운영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 좋은 걸 나만 알 수 없어서 널리 알리고 싶었다. 서울시민기자인 나는 서울시 온라인 뉴스 포털 ‘내 손 안에 서울’에 ‘자기야~ 싸움은 그만, 신혼부부교실 가자!’ 제목의 기사를 기고했다. 지금까지 조회수 3,937명이 읽었다고 한다. 20년간 이 주제의 서울시민 기사는 없었기에 7월 우수 기사(숨은 정보상)로 선정되었는데, 한 커플이라도 이 기사를 보고 신혼부부교실에 참가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면 참 기쁘겠다.

 

“결혼이란 삶의 중요한 선택 속에 내 배우자가 있는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선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신혼부부교실에서 이 말씀이 가장 와닿았다. 신혼부부교실 후기를 적으면서 “오빠는 나랑 결혼하고 나서 언제 행복했어요?”라고 물으니, “지금”이라고 답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좁은 집이지만 유진 씨랑 같이 있다는 자체가 좋아요.”라고 한다. ‘보물’처럼 찾아온 당신을 만나 같이 밥 먹고, 청소하고, 재활용을 버리고. 체력이 약한 내가 지쳐 누워 있으면 다리와 발을 주물러주는 당신이 있음을 감사하며. 앞으로 으뜸 ‘평등 부부’라고 자타공인 인정 받을 만큼 계속 서로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존댓말’을 사용하며 아끼며 살아가고 싶다. ‘다름’이 있더라도 ‘갈등’하여 ‘싸움’으로 번지는 게 아니라 맞춰 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하여 피하지 않고 해결해 나가겠다. 신혼이 힘든 이유는 ‘처음이라’ 그렇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결혼은 처음이라 부부의 예상 갈등과 대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 단순히 ‘연애’ 때는 ‘좋은 순간’만 함께 할 수도 있다. ‘결혼’은 나의 모든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며 노력으로 성취되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친한 친구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서울가족센터에서는 예비·신혼부부교실, 부모교실, 아버지교실, 패밀리셰프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부모가 된다면 같이 부모교실도 듣고 싶다. 그리고 남편에게 ‘아자프로젝트’에 참가하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끝으로 사랑하는 남편 짜랑이(남편 애칭, 자랑스럽고 + 사랑하는)에게 짧은 편지를 남긴다.

 

“오빠! 연속된 고단한 일상이지만 나를 웃게 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었어요.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우리 아끼지 말아요. 현실의 무게에 눌려만 있지 말고 반짝이는 낭만을 즐기며 살아요. 제가 오빠 더 행복하게 해줄게요. 우리 노인이 되어서도 손잡고 다녀요. -말랑이(아내 애칭)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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