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아빠가 바뀌였어요^^
아빠가 바뀌였어요^^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아자프로젝트 (도봉구센터/문효석)
아무것도 모르고 한껏 들떠 옆에서 재잘재잘 되는 딸아이의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잡고 도봉구가족센터를 마주하고 서 있었다. 한 번도 이러한 행사에 참여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딸아이는 마냥 신이 난 듯 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나는 아이가 행여 계단에서 넘어지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하며 딸아이를 따라 올라갔다. 이미 몇몇 가족이 와있었고 나는 딸아이와 함께 맨 가장자리를 차지했고 이윽고 선생님의 소개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처음에는 강사도 아버지들도 아이들도 서먹서먹 하였었다 강사는 이러한 분위기가 익숙한 듯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곧이어 “하하 호호” 연신 웃음을 터트리고 게임에도 집중하며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내심 잘 왔다고 생각했다. 종이집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게임을 하며 아이와 함께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했다.
다음 두 번째 강의는 아이와 나와의 심리상태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내가 지금껏 해왔던 양육방식은 구시대적이며 권위적인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리상담 강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이가 성장 단계에 따라 양육방식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아가 형성되어 가는 것을 배웠다. 강의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내내 떠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건 나의 어릴 적 기억들....
‘내가 딸아이 나이 즈음에 어떻게 놀았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지냈을까?’
‘그때의 심리상태가 지금의 완성된 현재의 기질과 성격으로 고착되어 있었겠지?’
‘지금의 고집스럽고 가부장적이며 욱하는 성격이 아마 저 때에 형성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강의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나? 아빠로서의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난생처음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다문화 가정의 가장이다. 나의 와이프는 베트남 국적이다. 와이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공부와 한국 문화 등 한국생활에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서 지금은 매우 든든한 어머니이자 내 인생의 후원자이다. 이번 아자 프로젝트 참여도 와이프의 강력한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고, 사실 휴일에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보면서 빈둥빈둥 시간만 보내느니 모처럼 참여하는 가족 프로그램이 낯설기는 하지만 참여해 보기로 하였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확실히 수확이 있다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많은 것을 느끼고 실천에 옮겼다. 가령 아이의 눈을 마주치는 행위라든가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권유를 특히 많이 몸에 익숙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늘 (내가 어릴 적 아버지가 나에게 대하듯) 강압적이었고 가부장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나에게 곧잘 오지 않고 엄마만 찾고 아이들과의 소통 부족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 섭섭한 생각이 많이 들곤 하였다.
강의 중에 아이가 그린 그림 속에서 아이의 생각을 찾을 수 있다고 하는 미술심리를 들었는데 가족 그림 중에 아빠는 작게 그리거나 손발이 완성되지 않는 그림은 아이가 아빠에 대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였다. 지금까지 아이의 그림을 유심히 보지 않아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그림을 한번 유심히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항상 아버지는 보수적이고 무뚝뚝하고 권위적이셨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은 것인가 생각도 했었다. 그러한 환경이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듣고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그러한 환경은 결국에는 아이에게는 반항심을 일으키고 올바른 자아 형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과 많이 소통하고, 눈을 마주치고, 놀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해~”라는 표현을 많이 해줌으로써 아이들로 하여금 올바른 기질, 올바른 성격을 갖춘, 따뜻한 인격을 갖춘, 자아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강의 내용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자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나서 내 스스로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정했다.
첫 번째, 큰소리로 명령조로 말하지 말고 부탁하듯 권유하듯 조곤조곤 말하기.
두 번째로 “사랑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
세 번째는 아이들 앞에서는 부부 싸움 안 하기.
네 번째는 아이들의 눈을 지긋이 오래 쳐다보기.
더 많은 것도 있지만 우선 위에 열거된 것부터 조금씩 노력하고 실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큰 변화는 없지만 먼저 부부 싸움도 줄어들고 아이들에게도 화내기 전에 한 템포 쉬고 나니 우선 집안이 조용해서 좋고 아이들도 전보다는 “아빠~”하며 많이 다가와서 좋고, 이러한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것들이 일상이 되면 아이들의 기질도, 성품도 곧고 착하게 자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신 도봉구가족센터장님 이하 직원 여러분과 끝까지 열심히 강의를 해주신 선생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