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딸아이와 함께한 놀이의 재발견

딸아이와 함께한 놀이의 재발견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장려상 / 아버지 교실 (관악구센터/박상빈)

 

#1. 넓다란 천을 한 데 모아 길게 늘어뜨리니 긴 밧줄처럼 변해요. 아빠는 줄을 잡았다 풀기를 반복하고 아이는 힘차게 잡아당기니 마치 밧줄을 잡고 높은 곳을 오르는 기분이 들어요. 아빠가 세게 힘줘 잡으면 줄을 힘껏 잡아당긴 아이는 반대로 아빠 쪽으로 몸이 가까워져요. 아빠가 스르르 손에 힘을 푸니 아이는 넘어질 듯 멀어져요.

#2. 넓다란 천을 이불처럼 넓게 펼쳐서 아빠와 아이가 함께 밑으로 쏙 들어가요. 밖의 밝은 불빛이 천을 타고 안으로 들어와 아빠와 아이의 얼굴에 분홍빛이 물들어요. 아빠와 아이만 단둘이 세상에 있는 기분. 눈을 마주치고 코를 비비며 뽀뽀하니 얼굴에 미소가 번져요.

 

항상 아이와 무엇을 하고 놀아야할지 고민하며 잘 못 놀아주는 것은 아닐까 자책하기도 했던 저에게 딸아이 세인이와 지난 7월 참여했던 '아버지교실'은 아이와 잘 놀아주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동생(둘째)이 태어났던 그 무렵, 엄마는 산후조리원에 있어서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딸아이. 아빠인 저는 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 때 참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빼더라도 하루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그런 고민들이 제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때마침 어린이집 여름방학이었기도 해서 일단은 저는 아이를 데리고 고향집도 찾아뵙고, 아이가 가고 싶다고 노래했던 동물원과 아쿠아리움도 방문하고, 신나는 음악과 춤이 있던 뮤지컬도 보러 가며 나름 빡빡한 일정을 아이와 보냈지만, 너무 물질적으로만, 이벤트성으로만 시간을 보내는 식으로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닐까 괜한 자책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놀아주는 활동이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더 만족스러울 텐데 그 방법을 잘 몰라서 속상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아버지교실'을 통해 아이와 배운 여러 놀이법은 꼭 새로운 장난감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재발견의 기회를, 아이의 발달과정을 고려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알찬 생각들을 제게 제공해 주었습니다.

잘 놀아줄지 몰라 그걸 메우려는 식으로 사줬던 캐릭터 장난감이 집에 참 많은데, 아버지교실에서 배운 놀이법은 새로운 장난감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로 아이와 재밌게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또 움직이고 스킨십 하며 신체를 활용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비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이불이나 큰 천을 이용해 밧줄놀이를 하고 부녀 단둘만 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을뿐더러, 달걀판에 작은 공을 아빠와 아이가 번갈아 던져 넣으며 점수를 내는 놀이, 종이컵을 이용해 간식을 찾아보는 야바위 게임, 높이 점프해 밟아 종이컵을 납작하게 만드는 점프 놀이, 풍선을 공처럼 차며 원하는 방향으로 모는 놀이 등 여러 놀이법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놀이법들은 일상의 소재로 재밌게 아이랑 놀아줄 수 있고 거기에 신체 발달이나 기억 증진 등의 의미도 담을 수 있다는 점을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선생님 두 분은 알찬 수업 준비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셨을 뿐만 아니라, 편한 분위기를 제공해 주시며 같은 지역(서울 관악구)의 여러 아빠, 아이들과도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주었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가족들을 보니 육아하는데, 왜인지 힘이 더 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교실이 끝난 뒤 선생님들께서 놀이했던 풍선도 선물해주시고, 비타민 간식도 챙겨주셔서 돌아가는 길에 아이의 표정은 더욱 만족스러워 보였습니다. 집으로 가기 전 대학교 학창시절 제가 혼자 밥을 먹던 근처 밥집에 들러서 아이와 생선구이를 먹으며 "오늘 하루 어땠어" 물으니 "아빠랑 함께 해서 좋았어"라고 답하는 딸아이의 말에 괜시리 감동이 느껴졌던 저는 "앞으로도 이렇게 재밌게 놀자"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교실 이후 바쁜 일상에 아버지교실에서 배운 여러 놀이법을 가끔 잊기도 하지만, 그때 놀았던 기억이 좋았는지 색종이로, 종이컵으로 일상의 무엇으로 노는 법을 계속 고민해 만드는 아이를 보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저 또한 몸으로, 일상의 무엇으로 놀아주며 아이와의 애착을 더 견고하게 쌓기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가오는 11월에 아버지교실을 한 번 더 가게 돼 이번에는 어떤 것을 배우게 될까 많은 기대가 됩니다. 저처럼 많은 아빠들이 아버지교실이라는 좋은 기회를 활용해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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