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족상담지원사업 후기 ] 문제는 엄마인 나 자신에게 있었다

문제는 엄마인 나 자신에게 있었다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장려상 / 가족상담지원사업 (성북구센터/이수연)

 

안녕하세요. 저는 5세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2022년 12월에 아이가 미디어 중독 현상이 보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성북구 가족센터에 상담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 이후 4개월을 기다린 끝에 2023년 4월부터 10주간 매주 1회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담 신청 후 긴 기간을 기다려야 해서 개인적으로 상담센터에서 심리검사와 상담을 받았지만 꾸준한 상담을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성북온가족행복지원센터에서 상담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을 때쯤 아이의 미디어 중독 현상도 많이 나아져서 사실 상담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고민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담을 진행해보기로 하고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아빠에 대한 집착

사실 저는 임신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였습니다. 출산 이후에도 공부하느라 아이에게 애착 형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였습니다. 아이는 제 시험이 끝나면 몇 달간 집에서 엄마인 저와 함께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할 때쯤 다시 아이를 시댁에 보냈습니다. 이렇게 하면 주 양육자가 바뀌어 아이에게 불안한 애착이 형성된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아이가 세 돌이 되어갈 무렵부터 아이는 아빠에게 자주 안아 달라는 말과 함께 제가 가까이 가서 아이를 안으려고 하면 “엄마 저리가.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자주 하였습니다. 저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커가는 과정이고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엘렉트라 콤플렉스: 딸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고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해 반감을 갖는 성향) 하지만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아빠에게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알려주시면서 제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아빠에게서 받는 사랑도 있지만 엄마에게서 필요한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상담사 선생님은 아이의 양육자로서 엄마가 주도권을 찾도록 지도해주셨습니다. 아이가 울고 떼쓰는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일관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처음에 아이는 좌절감과 함께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크게 울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차차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때로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아이가 떼를 쓸 때는 상담사 선생님이 알려주신 공감의 대화를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지나영 교수님 유튜브를 통해 배운 허그를 자기 전, 아침 기상 후에 하였습니다. 처음에 아이는 몇 번 저와 안기를 거부하였지만 차차 저의 허그를 받아 주었습니다. 매주 아이와 있었던 일을 상담사 선생님과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서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개인적인 경험과 조언을 통해 아이와의 관계 개선을 차차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엄마 자신

아이가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저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첫 발령을 받아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3년 만에 다시 일을 하게 된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아이의 유치원 적응과 제 직장 생활에 대한 적응이 동시에 겹치면서 서로 꽤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더구나 신랑은 이직을 위해 또 다시 공부를 하게 되면서 혼자 온전히 육아와 일을 다 감당하기에는 체력적, 정신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매주 주말 상담을 받는 것은 제게는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는 느낌으로 상담사 선생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또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잘 키워보고자 육아서 몇 권을 읽었지만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상담에서 상담사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저에게 큰 자각의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상담사 선생님께서 “아이는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세요.”라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이를 볼 때 늘 ‘우리 아이는 언제쯤 그만 징징거릴까?’, ‘언제쯤 안아 달라는 소리를 안 할까?’ 등 아이에게 대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은 제 자신을 반성하게 하였습니다. 저의 시선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른의 시각으로, 저의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하고 행동하게 하려고 했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았습니다.

 

아이와의 관계 개선

상담을 받는 10주라는 기간 동안 사실 크게 결과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이가 엄마를 거부하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상담이 끝난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빠에 대한 집착도 예전보다는 줄었고, 엄마와도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제 어린 시절의 내면 상처가 건들어지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서 아이에 대한 제 태도와 시각이 무지에서 자각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자 아이도 더 이상 떼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신랑이 제게 이전과 달라졌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저도 몰랐었는데 제 자신이 변화했나 봅니다.

 

감사의 말

상담 기간 내내 아이에게 배려를 해 주신 상담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같이 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준 신랑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합니다. 지금은 신랑과 아이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는 엄마와 단둘이 있을 때도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면서 잘 놉니다. 상담을 통해서 제 자신이 한층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상담사 선생님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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