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자프로젝트 참여후기] 우리의 아자프로젝트는 영원하리.
우리의 아자프로젝트는 영원하리.
2024 서울가족사업 참여후기 공모전 / 대상 / 아자프로젝트 (송파구가족센터_한우영)
#아빠와 #자녀 #아자 프로젝트 #육아 #서울시 #가족센터 #공동육아나눔터 #가족관계
저희 가족은 특별한 가족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저희 딸인 규빈이는 어릴 때부터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겨서 부인은 규빈이에 대한 애착이 강했기 때문에, 규빈이를 어떻게든 잘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부인은 서울시 가족센터를 통해 육아에 대한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굳이 그런 곳에까지 가서 육아를 배워야 하나? 육아는 그냥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입히고 오냐오냐 하면서 키우면 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육아관에 대해 마찰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우리 어릴 때는 그냥 대충 키워도 잘 크고 잘 자랐는데, 육아가 반도체도 아니고,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서 키우냐고요. 그래서 저는 규빈이에게 맛있는것만 사주고, 재미있게만 해주고, 무조건 오냐오냐 하면서 키웠습니다. 지금보면, 저는 사실 육아가 뭔지도 몰랐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규빈이가 점점 더 버릇이 없어지고, 아빠를 자기 하인처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부인은 점점 규빈이를 저에게 맡기는 걸 거부하게 됐고, 결국 부인과도 갈등이 깊어졌습니다. 규빈이는 자기 마음대로 하게 해주는 아빠에게 더 마음이 끌리게 되었고, 결국 규빈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자기를 구속하고 통제하기만 하는데, 아빠는 원하는대로 다 해주니까 편가르기 식으로 규빈이도 엄마를 적대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규빈이가 엄마를 적대시하면 할수록 엄마는 규빈이와 저를 더욱더 강제적으로 분리시켰고, 그로인해 부부싸움도 잦아지고 급기야 이혼 얘기까지 오고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이건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이 행동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내가 부인의 생각과 반대로 규빈이가 원하는대로만 해주는 것이 진정 규빈이를 위한 것인가?’ ‘내가 규빈이의 즐거움만을 위해 했던 행동으로 인해 부인과 이렇게 사이가 안 좋아졌는데, 이것이 진정 규빈이를 위한 것인가?’ ‘규빈이는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고 헷갈린 채로 방황하고 있는데, 아빠로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가?’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건 아니다. 나는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냥 부인이 시키는대로 해보자. 부인이 우선이다.’ 부인의 마음이 편안해야 규빈이도 편안해진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규빈이를 위한답시고 했던 행동들이 알고 보면 규빈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규빈이가 때쓰는게 귀찮으니까 그냥 규빈이의 기분을 맞춰주는 행동이 제가 편하기 위해 했던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육아의 ‘육’자도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을 때가 규빈이가 4살 때였습니다. 늦었다고도 생각했지만, 지금부터라도 믿음직한 부인에게 하나씩 배워서 해나가면 충분히 가족 관계가 좋아질거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부인은 서울시 가족센터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제가 참여하도록 설득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육아에 대한 무지를 깨닫고 나서도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귀찮기는 했지만, 부인의 마음이 편안해야 가정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진리를 안 이상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아자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아자프로젝트’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내서 규빈이와 게임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같이 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쉬운 일인데도 왜 여태까지 해주지못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바쁜 척 하면서 규빈이에게 이렇게 쉬운 일도 못해줬나, 규빈이와 같이 뭔가를 한다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규빈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한 적도 많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늘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할 일에 정신이 팔려서 뭔가를 함께 해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빈이가 집에서 혼자 뭔가를 만들고 있으면 ‘이제 커서 혼자 잘하네’ 하는 생각만 했지 같이 해보려는 생각을 왜 못 했는지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도 제 아버지와 뭔가를 함께 했던 추억이 없다고 늘 불평만 했지 정작 저 역시도 규빈이와 함께 뭔가를 함으로써 추억을 만들 생각은 안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참! 이제 아자 프로젝트 얘기를 하겠습니다.
아자 프로젝트를 하며 놀라웠던 것은 규빈이가 굉장히 적극적인 아이가 되었습니다. 가방 만들기를 했을 때 어릴 때 같으면 ‘그냥 아빠가 만들어’라고 떠넘기기 일쑤였던 규빈이가 이제는 자기가 하겠다고 아빠는 옆에서 잘 지켜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느껴지면 잠깐 도와달라고 했다가 좀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아! 알겠다."하고 다시 자기가 어떻게든 만들어 보려고 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면서 약간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서서히 자립하면서 아빠의 도움이 필요없는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걸 보니까요.
그리고 나무 쌓기 게임 활동에서 규빈이가 너무 재미있어하고 신나는 표정을 보니까 저걸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규빈아, 아빠가 이거 사줄께."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돈 아껴야지!" 하는 규빈이의 대답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래서 사지는 않고 집에 있는 여러 가지 나무 블럭으로 나무 빨리 쌓기 게임을 해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자프로젝트가 끝난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규빈이와 빨리 나무 쌓기 놀이를 하는데, 저보다 더 잘해서 이제 규빈이가 아빠보다 잘 하는게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아자 프로젝트가 끝나고 어느날 규빈이에게 물어봤습니다. "규빈아, 아빠랑 같이 뭐하는게 제일 즐거워?" 했더니 규빈이는 "뭐든지 아빠랑 같이 해보고 싶어. 아빠랑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다시 "그러면 아빠한테 같이 하자고 얘기하지 그랬어?"라고 했더니 규빈이는 "아빠가 바쁜거 같아서 얘기못했지."라고 답하는 순간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저는 규빈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더이상 규빈이의 순수함과 자존감을 잃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규빈이가 더 크고 나면 함께 뭔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때가 올건데, 그때 후회하지 말고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않고 규빈이와 뭐라도 함께 하는데 시간을 최대한 써보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규빈이에게 "규빈아, 앞으로도 아자프로젝트 했을 때처럼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아빠랑 음식만들기든, 장난감만들기든 게임이든 하자. "라고 얘기했고, 꾸준히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같이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규빈이는 요리 만들기를 좋아해서 같이 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이번 주 주말에는 자연휴양림으로 놀러도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가족사진도 찍기로 했고요.
아자 프로젝트를 통해 저는 규빈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뭔가를 할 때 가장 밝은 표정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 규빈이와 함께 뭘 해볼까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진짜 별거 아닌데 왜 이걸 못해줬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이제 부터라도 꾸준히 규빈이와 함께 설령 규빈이가 어른이 되어도 영원히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때 어른이 된 규빈이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아자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서울시 가족센터 직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이들에게 달려있는데, 이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가족센터에서 주시는 도움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서울에 사시는 가족 여러분! 서울에는 우리 가족들의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주시려고 애쓰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계십니다. 저도 서울시 가족센터의 도움으로 정말 많은 면에서 가족 관계가 회복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주저말고 서울시 가족센터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면 여러분들도 훨씬 더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 가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