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가족학교-패밀리셰프 참여후기] 비빌언덕이 된 가족센터

비빌언덕이 된 가족센터

2024 서울가족사업 참여후기 공모전 / 최우수상 / 서울가족학교-패밀리셰프 (구로구가족센터_정광규)

#욱하는 부모, #프로불참러, #긍정에너지, #요리 없는 요리 프로그램, #그럴 수도 있지, #인정과 수용, #긍정 보물, #씩씩이와 사랑이, #비빌언덕

 

#욱하는 부모

유명 도서의 제목처럼 저는 ‘욱하는 부모’였습니다. 모처럼 즐거운 나들이 시간을 보내다가도 불현듯 ‘욱’하고 화가 나면 아이들을 많이 혼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도, 아이들은 늘 엄마를 더 좋아했습니다. 스스로 하는 반성만으로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인터넷에서 우연히 글 2개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어느 대학원생이 진행하는 무료 심리상담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패밀리셰프’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프로불참러, #도전

사실 저는 프로불참러였습니다. 키즈카페나 문화센터의 엄마들 무리 밖에서 외딴 섬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또 직장에서는 모든 회식에 불참하고, 지인 모임도 거의 참여하지 않아 왔습니다. 스스로의 결정을 우선시하는 저로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프로그램이 탐탁치는 않았습니다. ‘패밀리셰프’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있었기에 참여 신청을 주저하였습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시간에서 무언가 단서를 찾아보고자 참여라는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긍정 에너지

시간여행 하듯 아직도 그날의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새하얀 책상과 따뜻한 봄 햇살, 아이들의 들뜬 표정, 강사님의 경쾌한 목소리와 밝은 표정……. 특히 강의의 시작을 알리는 “안녕하세요.”라는 첫 인사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높은 톤과 통통 튀는 말투에서 긍정 에너지로 똘똘 뭉친 사람인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제가 정반대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케이크 만들기라 해놓고 1부 시간으로 교육을 한다니!’라는 부정적 생각이 피어날 무렵 패밀리셰프의 의도를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리 없는 요리 프로그램, #받아들임, #기다림

2부에서 케이크 만들기가 시작되자 강사님은 아이가 하도록 지켜만 보라고 하였습니다. 울퉁불퉁한 크림을 평평하게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이 과정이 아이의 모자람과 실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실습임을 느꼈습니다. 아이가 하는 것을 믿고 기다리는 연습을 통해 그동안 저에게 부족했던 것이 이런 점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케이크를 만들어 보는 요리체험의 시간이었고, 부모에게는 받아들임과 기다림을 실습하는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긍정 소통의 시작은 부모가 바라는 모습을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에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의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실제로 수업 과정에서 아이들이 하는 모든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강사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강사님은 밝고 경쾌한 말투로 “그럴 수도 있지.”라는 표현을 계속 강조하였습니다. 지금도 계속 이 표현이 계속 생각이 나는데 그 뒤에는 이상하게 화를 내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 마법 단어가 긍정 소통의 시작이자 욱하는 부모에서 벗어나는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인정과 수용

패밀리셰프 이후 제가 바라는 모습을 내려놓고 아이를 오롯이 인정하고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그럴 수도 있지.’를 깜빡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긍정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되뇌입니다. 아이들의 기질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연습을 조금씩 하다 보니 제가 화를 내는 빈도도 점차 줄어듦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공부를 잘했던 만큼 아이가 그렇지 못한 것이 화가 나는 원인이었는데, 이제 공부에 대한 것은 완전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긍정 보물 “체험”

패밀리셰프 시간에 정했던 저희 가족의 긍정 보물은 체험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과 아직 체력이 튼튼한 부모에게 딱 맞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에서 신청 가능한 여러 체험들을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아이들이 선택한 것을 신청하여 체험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가족센터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체험들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씩씩이, #사랑이

첫째 아이의 선생님은 학기 초 아이가 눈물을 많이 보였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받아쓰기를 다 맞았다며 뿌듯해하고, 운동회 대표가 되었다며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자기 몸 만한 가방을 짊어지고, 학교에 혼자 가겠다고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에서 아이의 성장을 느낍니다.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을 좀 가리는 편이고, 집에서는 짜증을 종종 부렸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 주변에 가서 관심 표시를 하기도 하고, 집에선 갑자기 엄마, 아빠에게 사랑 고백을 하며 집안에 훈기를 불어넣곤 합니다.

#비빌 언덕

공모전 글을 쓰며 가족센터 홈페이지를 다시 들어가 보았습니다. 육아 지원 말고도, 청소년기 지원과 가족 상담 등 필요할 때면 언제든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족센터의 프로그램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일단 한 번만 참여해 보세요.” 저희 가족의 비빌 언덕이 된 가족센터를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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