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가족학교(패밀리셰프)참여후기] 맘껏 놀게 하자, 가족센터가 있으니까
맘껏 놀게 하자, 가족센터가 있으니까
2024 서울가족사업 참여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서울가족학교(패밀리셰프) (노원구가족센터_강은경)
#세상에서제일맛있는케이크 #패밀리셰프 #노원구가족센터 #놀이로하는육아
여느 직장인들은 월요일이 돌아오는 게 가장 두렵겠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주말이 돌아오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 되었다. 매 주말 ‘오늘 애랑 뭐 하고 놀지’라는 부모로서 책임감과 ‘아, 혼자 있고 싶다’라는 인간 개인으로서의 욕구 사이에서 줄다리기하지만, 그래도 항상 ‘하나라도 더 경험하게 해줘야지’ 하는 내 욕심이 이긴다. 주말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여러 가지 찾아보던 차에 노원구가족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클레이 재료를 받아와서 디저트 모형을 만드는 활동이었는데, 아이와 즐겁게 만들다 보니 토요일 오전 시간이 정말 후딱 지나갔다. ‘그래, 바로 이거야!’ 또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기웃거리던 찰나 ‘패밀리셰프’를 발견했다. 센터에 방문해서 아이와 함께 준비된 재료로 과일 케이크를 만드는 활동이었는데, 체험 비용도 무료인데다가 모형이 아닌 진짜 케이크를 만든다고 쓰여있었다. 프로그램의 스케일이 신청을 안 할 수가 없는 스케일이었다. 선착순이라서 제발 연락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일곱 가족 안에 들어 아이와 함께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 이거면 토요일 하루는 쑥 지나가겠지.’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는데, 1부에 부모교육을 먼저 진행하고 2부에 케이크 만들기가 예정돼 있었다. 유치원이나 다른 기관에서 부모교육은 여러 차례 들어봤기 때문에 의례 아는 얘기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왠걸,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 당시에 나는 육아우울증이 있어서 ‘부모가 노력해야 아이도 올바르게 큰다’라는 식의 강의는 힘겨운 내 마음을 더 지치게 만들기도 했었는데 센터에 오신 강사님은 의외로 가벼운 내용의 강연을 시작하셨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셨던 이야기도 곁들이시며 부모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강연에서 하신 말씀 중에 지금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그 이후로 주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나도 전파하곤 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살아있기만 해도 좋은 부모다’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나한테는 어찌나 위로처럼 들리던지… 내가 아이에게 쥐여 짜내서 해주고 있는 소소한 노력이 갑자기 대단하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내가 하는 행동들, 말들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안 좋은 본보기가 되지는 않을까 고민하던 많은 날이 그 한마디에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참석하셨던 다른 어머니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셨을 것 같다.
2부에 드디어 기다리던 과일 케이크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무료 프로그램인데도 센터에서 준비해주신 재료는 정말 정성이 한가득 들어가 있었다. 과일도 종류별로 넉넉하게 준비해주시고 일일이 다 벗기고 잘라서 보기 좋게 접시에 담아 나눠 주셨다. 케이크 시트며 생크림 등이 양이 충분해서 오히려 다 담아가고 싶은 욕심에 엄청나게 커다란 케이크를 만들어 버렸다. ‘저 과일들 마트에서 사면 다 얼마야’ ‘생크림은 최대한 많이 많이’ 평소에 돈 많이 들 것 같아서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놀이를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함께 하다 보니 아이도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올리고 싶은 과일도 잔뜩 얹고, 초콜릿 펜으로 여러가지 글자와 무늬도 만들고… 평소에 이것저것 자제시키는 내 성격에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냅둘 수 있는 것도 센터 프로그램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내가 자꾸 통제하는 성격이 있구나’ 하는 것도 느끼게 됐던 것 같고, ‘이 놀이는 딱 이렇게 놀아야 해’라는 나만의 뭔가 정형화된 틀이 있었는데 그걸 다 벗어버리고 이 날 하루만큼은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게 지켜보았다. 내가 뒷정리를 안해도 된다는 편리함, 재료가 모두 준비되어 있다는 안도감, 평소보다 유독 신나 보이는 아이를 보면서 신청하길 잘 했다는 만족감 등등 센터에 와서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느낄 수 있는 장점들이 정말 많았다. 케이크를 가져갈 수 있게 포장 상자까지 준비해 주셨는데 케이크가 너무 커서 상자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정말 간발의 차로 아슬아슬하게 상자에 들어갔다. 케이크의 크기만큼 우리 모녀의 즐거움도 그 정도로 컸던 ‘패밀리셰프’였다.
집에 와서 케이크를 맛보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고, 케이크가 커서 다 먹는데 이틀이 넘게 걸렸다. 소소한 프로그램들도 많지만 이렇게 실용적인 걸 체험하고 나면 기억에도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아이도 그날 만났었던 옆 테이블에 있던 아이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케이크 만들 때 유독 바나나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바나나 케이크는 싫어서 그랬다는 아이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내 마음에 저장되었다. 적은 인원이지만 우리가 당첨되었다는 사실도 기쁘고 준비해주신 가족 센터 직원분들께도 참 감사했던 프로그램으로 남았다. 또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주저 없이 신청할 것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몇 개월 사이에 아이는 또 눈에 띄게 자랐다. 전에는 무리일까 싶은 것들도 점점 가능해지고 어려울 것 같았던 것도 ‘데리고 한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도 나도 점점 성장해가는 이 기분. 노원구에는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곳도 많고 가족 센터를 비롯한 기관 프로그램들도 많으니 육아로 지친 부모님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나도 한창 힘들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다 지나가지더라. 당장의 피곤함에 지쳐 아이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도록 ‘그래도 이거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가족 센터 프로그램 일정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