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자프로젝트 참여후기] 내 아이와 함께한 뜻밖의 여정

내 아이와 함께한 뜻밖의 여정

2024 서울가족사업 참여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아자프로젝트 (강동구가족센터_김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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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대다수의 부모님들처럼 어릴 적 내 부모님도 칭찬에 인색하시고 무뚝뚝하셨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가게에서 일하시는 부모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란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확신할 수 있었다. 주말도 없이 힘들게 일하시는 이유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일해서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는게 우리 가족. 내 아이를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목표를 위해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행히도 다정다감한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아이는 밝게 자라주었다. 나는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은 그걸로 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나는 아내가 신청한 "2024 아자프로젝트 아빠랑 놀자"에 참여하게 되었고 아이와 단둘이 뭔가를 함께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 딸을 잘 알고 있고 서로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수업에 참여하면서 본 내 딸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아빠인 나와의 둘만의 시간을 다소 어색해했고 나조차도 그랬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예민했고 수줍음이 많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내 아이의 모습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교육을 통해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성향을 존중해달라고 배웠다. 이를 기회로 내 아이가 가진 기질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 진중하게 고민하고 알아보았다.

아이는 예술품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재능을 최대한 활용해 잘 다듬어 간다면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위대한 걸작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과정에서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부모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예술가처럼 그것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릴 수가 없다. 욕심대로 되지 않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우리 부모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내 부모님은 나와의 정서적 교감을 미루고 일만 하시지 않으셨다. 아버지와 단둘이 비를 맞으며 등산했던 기억, 새벽바람부터 나를 깨우고 차 타고 해돋이를 보여주시고 다시 일하러 가셨던 기억, 부둣가에서 돗자리를 펴고 고기를 구워 먹었던 기억들.. 그런 소중한 추억들을 나에게 선사해주셨기에 지금 나도 내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아자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이와 단둘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았다. 나에게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아이가 나를 어색해하던 첫날 집에 가는 길을 아직도 기억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걷다가 뭔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뻥튀기집에 가서 뻥튀기를 사서 걸어가며 먹다가 우산을 떨어트려 비 맞으며 서로 웃었던 기억, 활동수업 하면서 종이컵에 공 넣기를 땀 흘리며 열중하던 모습, 나는 잊고 있었던 작년 휴가에서 내가 핸드폰을 고장내 허둥지둥 댈 때 아이가 나를 위로해줬던 일을 아이가 발표해서 뭉클했던 기억, 비대면으로 배운 마술을 자랑스러워하며 아빠한테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여줬던 기억,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활동에서 생각보다 그림을 잘 그려서 놀라서 칭찬했던 기억들.. 이런 소중한 추억들이 모여 우리 가족만의 머리속에 있는 앨범이 된다. 그리고 그건 아이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준 강동구가족센터에 너무나도 감사하다.

아이는 부모하기 나름이다. 우리가 어떻게 표현을 한다고 해도 그게 분명히 아이를 위한 것이라면 아이는 알고 성장한다. 내가 아이를 키울 때 자주 생각하는 영화장면을 떠올리며 이 글을 마무리 지어보려 한다.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의 주인공 트래버스 여사는 소설 메리포핀스의 원작자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차갑고 냉소적이고 고집스러우며 굉장히 까탈스럽다. 사업차 타국인 미국에 방문하게 되는데 그녀를 미국에서 보좌하는 랄프를 만나게 된다. 랄프는 장애아를 키우는 아빠다. 하지만 랄프는 차가운 트래비스 여사를 항상 친절하게 모셨고 영화 말미에 헤어질 무렵 그녀는 그에게 어느 한 글귀를 적은 책을 선물한다.

"아인슈타인, 반고흐, 루스벨트, 프리다 칼로"

랄프 : "여사님 이게 뭐죠?"

트래비스 : "모두 장애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당신 딸도 전부 다 할 수 있어요."

아이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크기는 부모가 정한 한계에 불과할 뿐, 우리가 사랑과 관심을 주면 줄수록 아이는 계속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소중한 사실들을 일깨워준 서울시 가족사업 아자프로젝트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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