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가족상담지원사업 참여후기] 나의 가족센터 커플상담 참여후기

나의 가족센터 커플상담 참여후기

2024 서울가족사업 참여후기 공모전 / 우수상 / 가족상담지원사업 (관악구가족센터_박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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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상담' 그건 어떤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사랑에 눈이 멀어 그만 좋지 않은 배우자를 선택한 사람? 아니면 무언가 결핍이 있어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2024년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이 봄에 나는 결혼을 앞두고 가족센터에서 부부상담을 받게 되었다. 남자친구와의 연애기간은 1년 남짓, 길지 않은 연애기간이었지만 나는 나의 결혼생활이 그저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부모님은 지금도 아침과 저녁으로 입을 맞추는 보기 드문 잉꼬부부이고 나는 엄마아빠가 갈등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 않고 자라왔다. 남자친구 또한 부모님을 존경하며, 동갑내기인 어머님, 아버님은 티격태격 할 때도 있지만 두 분이 함께 매 계절마다 여행 다니는 것을 즐기신다. 친구들은 그런 가정에서 듬뿍 사랑받고 자란 나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우리는 각자 사회생활도 무탈히 해내고 있었기에 우리가 함께하는 길은 분명히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식을 반년 정도 앞두고 남자친구와 집을 합치면서 우리의 관계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아니 먹구름이 아닌 태풍? 그 이상의 것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처음에는 다툼이 있고 나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고민상담을 했는데 점점 싸움이 격렬해지며 언성이 높아지고 폭력이 오가자 우리는 이 싸움을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못하게 되었다. 싸움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일상 속에서 외출 시 에어컨을 끄고 나갈 것이냐 켜고 나갈 것이냐 같은 사소한 것 말이다. 내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 생각을 관철하려 애썼고, 상대방이 틀렸음을 지적하다 비난이 시작되면 나중엔 몸으로 맞섰다. 상대를 질타하는 것을 넘어 상대가 가장 아파했던 상처를 헤집고 가족까지 비난했다. 한때 나의 연약함을 내비치고 위로받았던 이야기를 칼처럼 꺼내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냈다.

누구라도 폭력이 오가는 커플을 보면 '그럴거면 차라리 헤어져'라고 말할 것이다. 나 또한 평생 함께하고 싶어 결혼을 결심 한 사람과 싸우고 화해하는 바보 같은 나날을 반복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 사람들은 TV 속에 나오는 인물처럼 어딘가가 고장났을 거라고 생각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견례를 마치고 집을 합친 상황에서 모두 장난이었던 것처럼 취소를 누르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아직 끝을 내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노력하기로 했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서 이상하게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다행히 상대방도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가고 싶어 했다. 어느 날 저녁 집 앞에서 함께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폭력에 대해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시기에 나는 연인 간의 갈등에 관한 유투브를 미친 듯이 찾아보았고, 도서관에 찾아가 가족관계에 대한 책을 빌리고 싸움이 끝나고 나면 우리의 싸움을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내 없애기 위한 규칙을 세워가며 안간힘을 썼다. 그러면서 관악구 가족센터에서 가족 상담도 받게 되었다. 우리는 토요일에 오전에 가족센터에 갔다. 남자친구는 상담을 처음 받아봐서 프로이트의 카우치 같은 분위기 있는 쇼파에 앉아 상담을 받을 것을 기대했는데 상담실이 작은 방 한 칸이라 실망했다고 했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학교 상담실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어 낯설진 않았다. 상담 선생님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실 만큼 상담 경험이 많은 분인데 주말에는 봉사활동의 개념으로 가족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상담 선생님은 이 시간이 이야기만 털어놓고 끝나는 시간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우리의 상황을 듣고 상담목표를 세우며 첫 회기를 마쳤다. 첫 번째 회기를 마치고 나는 약간 안도감이 들었다. 상담실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마음 한 켠에 '상담이 별로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나는 정말 간절하게 변화가 필요해서 소중한 주말 시간을 쪼개 상담실에 찾아갔는데 ‘상담사가 내 얘기를 듣고 영혼이 빠져버린 지친 직장인처럼 “아진짜요?”라고 하면 어쩌지...?’하는 두려움 말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상담은 어떤 날은 1명씩, 어떤 날은 함께 진행되었다. 우리는 토요일 아침에 가족센터에 가면서도 매번 싸웠다. 어떤 날은 팔짱을 끼고 들어갔고 어떤 날은 토라진 채로 따로 들어가서 나올 때에 손을 잡고 나왔다. 상담 선생님은 우리 이야기를 듣고 다툼이 있을 때 잠시 타임아웃을 하라는 솔루션을 주셨다. 10번 넘게 상담받는 내내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날에는 선생님이 나한테만 고치라고 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했다. 싸운 상태에서 시간을 갖는 것이 나에게는 어릴 적 따돌림을 당했던 때처럼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아 괴로운데, 그걸 알면서도 나를 외롭게 두는 남자친구가 미웠다.

시간을 견뎌내는 이와 흘려보내는 이의 마음의 무게는 천지 차이다. 그중 나는 견뎌내야 하는 쪽이었으니 어떤 날은 싸우다 말고 마이크를 꺼내 노래를 불렀고, 어떤 날은 그냥 울면서 밀린 집안청소라도 했다. 돌이켜보면 시트콤이 따로 없지만 그때에는 내가 이렇게 평생 견뎌야 한다는 것이 괴로웠다. 그렇게 무작정 견디고 견디다 보니 처음엔 상대방이 내가 미워서 밀어내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가니 상대방의 상처가 보였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릴 시간을 주면 상대방이 돌아와 나의 마음도 보듬어 준다는 믿음이 생기며 기다림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렇게 10회기의 가족상담이 끝나고 추가 연장을 하려 했는데 상담사님이 대학에 강의를 나가야 하는 바람에 바빠지셔서 우리의 첫 가족상담은 마무리 되었다.

부부갈등은 어떤 사람들이 겪을까? 가족상담의 대상은 누구일까? 그 장본인은 바로 나였다. 처음엔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상대방이 이상한게 아닐까?’ 하고 상대 탓도 했다. 그러나 이상과 정상은 없었다.

남자친구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것이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닌 어느 시기엔 평온하기도 어느 시기엔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돌이켜보니 항상 화목하다고 기억했던 나의 원가족도 어떤 시기에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던 것 같다. 결혼식이 한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지금 우리는 아직도 종종 다툼을 한다. 하지만 전보다 빈도수가 줄었고 회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고치려 집중하던 것을 그만두고 작은 것은 눈감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앞날은 맑고, 또 흐릴 것이다. 이 궂은 날씨를 통해 우리는 땅을 다지는 방법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땅을 다지려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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