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가족학교-예비·신혼부부교실 참여후기] 우리가 어우러져 한 쌍이 되어가는 길목에
우리가 어우러져 한 쌍이 되어가는 길목에
2024 서울가족사업 참여후기 공모전 / 장려상 / 서울가족학교(예비‧신혼부부교실) (도봉구가족센터_윤서정)
#너무다른우리 #자석같은우리 #나를이해해고 #너를이해한다 #예비부부에서진짜부부로
남들보다 학교를 좀 오래 다녔다. 사회에 나가기 무서워 발버둥 쳤던 순간과 잘 타협하여 어찌저찌 일자리를 가지게 되어 밥벌이를 시작하였다. 처음 시작한 사회생활. 어찌어찌 회사에 적응해 나가는지 보니 어느새 나는 수습 기간을 잘 마쳐 정식 직원이 되어있었다. 미처 즐기지 못한 이 여름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워 참가하였던 8월 말의 여행사 프로그램. 이곳에서 나는 운명의 상대방을 만나게 된다.
그를 만나기 전, 연애를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20대 초중반의 연애는 당시 나의 나이만큼이나 풋풋하고 설레었다. 연애의 마지막은 결혼 아니면 이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달콤한 사랑을 나누던 난‘언젠간 이들과 결혼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곧잘 하곤 하였다. 하지만 이들과 관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어두운 적막으로 다가와 내 시야를 가려버린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더 이상 서로가 함께하는 미래를 그릴 수 없었고, 끝끝내 나는 그들에게 이별을 고하고야 말았다.
여행사 프로그램이 끝난 뒤 지금의 짝꿍과 몇 번 만남을 더 가졌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와 만나면 만날수록, 우리의 교제가 나의 이전의 그것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대학생 시절과 달리, 지금의 나는 적은 돈이지만 밥벌이를 하고 있었고, 넓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전셋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람이 사는 데에 필수적이라는 의, 식, 주를 해결하였으니 다음 순서는 그와의 결혼생활을 꿈꾸는 것이었다. 비로소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서로가 가진 상반된 매력에 이끌린 우리. 나와 다른 상대방 고유의 특성은 연애 초반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 엄청난 호감 요소로 작용하였고,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었던 우리는 어느새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 각자의‘다름’이 관계에 있어 걸림돌로 변하기 시작한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름의 삶이 주는 풍파를 거쳐온 나와 그는 안타깝게도 사람의 본성이 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 너무 알고 있었다.
나와 상반된 삶을 살아온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사람이 어떤 점에서, 어떻게 이렇게나 나와 다른지 알고, 공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즉시 도봉구가족센터에서 진행 중인 예비부부교실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얼마 후, 부부교실 프로그램을 듣는 날 바로 전까지도 다툼을 가진 우리는 나름의 결연한 의지를 갖추고 교육 장소에 도착하였다.
프러포즈도, 결혼식장도 잡지 않은 우리가 예비부부교실에 참가해도 되는 것일까? 란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곧바로 그‘프러포즈로부터 시작하는 결혼 전 단계’를 진행하기 전에 예비부부교실을 먼저 듣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긴장한 마음을 달래었다. 우리는 총 4회기로 구성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1, 2 회기에서는 서로의 특성을 파악해 의사소통 잘하는 방법을 배웠고, 3,4회기에서는 결혼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무 설계 등 방법을 배웠다.
1회기 수업 당시, DISC 검사를 통해 서로가 어떤 유형인지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이 검사의 결과가 가히 충격이었다. 수십 개의 질문 중, 우리의 대답이 하나로 모인 문항이 단 3개밖에 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다른 유형으로 분류된 서로의 모습을 보고 놀랐던 것도 잠시, 유형별 특성을 풀어놓은 해석지를 보며 더 큰 놀라움을 느꼈다. 해석지에 자세하게 풀어진 유형별 특성들과 서로가 바라보는 각자의 모습이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상할 정도로 칭찬받고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상대방은 필요 이상으로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이었다. 이는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와 같은 일련의 행동들이 사실 각자의 고유한 특성이었음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도 잘 모르고 있었던 내 특성을 알게 됨과 동시에 상대방까지 이해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2회기에 마련된 주제가 서로 정말 다르지만, 그만큼 각자를 사랑하는 우리가 더욱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줄‘행복한 커플 대화법’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본능에 이끌려 서로를 좋아할 줄만 알았지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은 몰랐던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육을 들을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숟가락 하나만 들고서도 결혼할 수 있다고 믿었던 천진난만하던 나에게 현실적인 결혼 준비 과정을 알려주었던 3, 4회차 수업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부가 돈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결국 한 가정이 무너진다는 최악의 결과가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미래를 마주하지 않기 위해, 결혼 전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것을 점검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들을 수 있었다.
예비부부교실 수업까지 듣고 왔으니, 이제는 갈등 횟수가 조금 줄어들었냐는 주변의 질문에 안타깝게도 나는‘그래’라고 말할 수 없다. 너무도 다른 우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서로의 모습에 어려움을 느끼고, 타협하지 못하는 본인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복습하고 있다. 갈등이 생기고 난 뒤, 예비부부교실에서 나누어준 책자를 다시 펼치고, 우리가 이렇게 서로 너무나 다른 사람임을 다시 한번 더 상기한다. 갈등 당시에는 분노에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지는 뇌가, 신기하게도 복습하고 나면 화난 마음이 가라앉아지고 차분히 이 상황을 다시금 마주하도록 도와준다.
한 번의 교육이 우리를 바꾸어 줄 수는 없지만, 그 가르침에서 배운 내용을 곱씹고, 또 곱씹으면 이는 결국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줍게 서로를‘예비부부’라고 일컫는 우리가 진짜 부부가 될 그 어느 날, 도봉구가족센터에서 마련해 준 이 예비부부교실에 참 고맙고, 덕을 크게 봤다는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