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류지혜
서울가족학교 아동기부모교육 소속 강사

“우리 아이 마음 좀 바꿔주세요.” 상담을 의뢰하는 아버지의 첫 마디였다. 초등학교 때 그렇게 착하던 아들이 갑자기 중학생이 되더니 변했다고 한다. 운동을 잘해서 학교에서도 기대받던 유망주였는데 운동도 안 하고 학교도 그만두고 싶어 한다고 했다. 아이 엄마는 그런 아들을 혼내기는커녕 아들 걱정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며 아내 탓을 하였다. 아내에게 아이를 설득하게 하고 싶었으나 말을 안 들으니 아이를 혼내서라도 계속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다며 속상해하였다.

그러나 아이를 만나보니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운동도 힘들고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강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엄마는 신경을 안 쓰니 더 편하고 말이 통한다는 것이다.

류지혜 강사 강의 장면

또 하나의 사례로는 성매매 브로커로 구속된 20살 청년이 있었다. 교수와 군인 부모을 둔 어찌 보면 완벽해 보이는 중산층의 자녀가 어쩌다가 성매매를 하게 되었을까? 본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브로커 일을 시작했다며 돈을 벌어서 원하는 걸 하니까 좋았다고 했다. 어머니는 항상 공부로 모든 걸 평가하셨고, 아버지는 너무 엄하고 무서워 아무도 대들지 못했다. 중학교 때까진 그런대로 성적이 괜찮았으나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도 떨어지고 집안도 답답해서 시작한 아르바이트라고 했다. 돈벌이가 되니까 출소 후에도 계속할 것 같다고 했다. 돈으로 통제하는 부모님과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차라리 내가 돈을 벌어서 내 맘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이유야 무엇이든 아이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학생 아이는 아버지의 욕망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이 싫었다고 했고 20살 청년은 집이 답답했다고 했다. 두 사례 모두에서 부모님들의 사이가 안 좋았고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고 했다. 유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답답한 마음에 모두들 하는 이야기가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이다 그런데 "어떻게"의 의미 속에는 너무 많은 자신들의 욕망이 숨어있다. 내가 성취하지 못한 좌절된 꿈이나 배우자에 대한 욕구 불만이 자식에게 과잉기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은 성별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녀 양육에 있어서만은 잘 키우고 싶다는 데에서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그런데 잘 키운다는 의미의 구체적인 해석 방법이 다르다 보니 아이를 혼돈에 빠뜨리는 예가 종종 있어왔다. 자녀 양육 이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부부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가까운 지인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게 되었다. 엄마가 학원가고 공부하라는 것이 너무 싫어서 아이가 엄마를 아동학대로 신고하였다. 놀라고 속상했지만, 덕분에 이런저런 검사와 상담을 받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가 아닌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며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 이전에 사춘기에 들어서며 변하는 아이에 대해 이해하고, 부부간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류지혜 강사 강의 장면

부모님의 민감성 키우기

뇌의 리모델링 시기라고 하는 사춘기는 성인과는 다른 뇌를 쓰고 있다. 감정의 기복이 크고 이성의 판단력은 약한 시기이며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긍정적인 감정 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의 영향력이 큰 시기이다. 특히 감정의 뇌가 지배하고 있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이성적인 대화는 대화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감정을 조절하는 이성의 뇌를 가진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감정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 스스로 자신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수학 성적이 떨어져서 고민하는 아이에게 “네가 그런 식으로 하니까 그렇지? 남들은 어떻게 하는 줄 알아? 그러니까 엄마 말 좀 들어라”라고 말하는 것은 걱정과 훈계가 아닌 비난과 비웃음으로 들릴 수 있다. “수학을 한다고 했는데도 생각만큼 안 올랐구나. 속상했겠네.”라고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시는 것이 좋다. 내 감정에 치우쳐서 아이를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는 마음과 태도가 중요하다.

부부간의 대화와 관계개선

사회적 관계는 개인의 건강이나 삶의 질 등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는 부부 사이의 스트레스가 부부 당사자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불안과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정서적인 안전이 위협당하는 것에는 무관심이나 외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본인의 의도와 다른 의사소통 방식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자녀 양육과 같이 민감한 부분에서 의견이 다를 경우 각자의 입장만을 말하게 되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영어유치원과 사립초등학교를 고집하는 아내와 자연 속에서 놀 수 있는 대안학교를 보내자고 하는 남편이 있었다. 이렇게 관점의 차이가 크다 보면 자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게 된다. 한 번쯤 부부 스스로 자신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학교문제 속에서 의외로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내 욕망이 숨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내는 어린 시절 사립학교를 다니다가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가 자신의 첫 번째 좌절이었으며 두고두고 후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만은 기필코 사립학교를 보내야지라고 생각하였다고 했다. 한편 지방 출신의 남편은 대학 진학 후 서울생활을 하면서도 늘 어릴 적 시골생활이 좋았다며 그런 기억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말하도록 하고, 상대방은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대화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한 사람이 말을 동안은 자신의 입장을 내려놓고 상대의 입장을 있는 그대도 들어주는 것이 좋다. 내 입장을 설득하게 되면 분노와 함께 투쟁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충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들어주고 이해하는 태도가 부부간 관계개선을 위한 다가가는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완벽한 일치를 보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로가 타협점을 찾아갈 수는 있다. 그 시작이 바로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이다.

류지혜 강사 사진
류지혜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학교 강사

이미지 출처: 류지혜 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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