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우수후기 장려 '부자유친! 우리 서로 알아가요'
부자유친! 우리 서로 알아가요
2018 부자유친 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장려상 / 성동구센터 문경진
7살 차이면 좀 수월하겠구나 싶었다.
첫째를 낳고 7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던 둘째. 늦게 생긴 동생이니 만큼 이제 첫째도 어느 정도 컸겠다, 손도 덜 가겠다, 쌍둥이나 연년생 보다는 수월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쌍둥이나 연년생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몇 살 차이가 나든 키우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7년간 오롯이 가족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아이인데 갑자기 주목받는 대상이 바뀌었으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지금이야 이렇게 첫째를 이해하기도 하지만,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대체 애가 왜 이러나 싶어 걱정에 또 걱정을 하던 때도 있었다. 동생이 죽었으면 좋겠다느니, 아침에 잘 일어나던 아이가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어하며 학교가기 싫다, 엄마아빠는 날 안 사랑한다. 난 안 태어나는 게 좋았을 뻔 했다- 등의 이야기를 꺼낼 때면 충격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아무리 정상이라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길 해줘도 어디 부모마음이 그런가……. 안 그러던 애가 그러니 단어 하나, 문자 하나에 겁먹어서 앞으로 어떡해야 될지 몰라 막막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형아의 대단한 질투는 진행형이지만 이제는 죽이고 싶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안하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하는 일은 밤샘작업이 좀 많은 편이라 평일에는 거의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매일 저녁 아빠가 없는 빈자리는 얼마나 컸을까. 엄마가 동생을 돌보는 사이 혼자 떨어져 아빠의 빈자리를 느꼈을 첫째에게 미안하다. 하루 한 끼라도 같이 먹으려고 생각은 하지만 그조차 원활하지 않고 주말에는 아이 둘과 지지고 볶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솔직히 첫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지 못한 것도 몇 달이 지나고 보니 아쉬운 것 투성이다. 둘째가 돌이 지났을 무렵, 아이 엄마가 '부자유친'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참여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일요일 하루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일단 하겠다고 했다.
드디어 가는 날 아침, 첫째는 오랜만에 아빠랑 둘이만 간다고 하니 내심 기대가 되는지 입가에 미소가 올랐다 내렸다 했다. 도착해 보니 피곤해 보이는 아빠들도 몇 보이고 설렘 반 의아함 반으로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앉아있는 아이들도 보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아들의 집중력이다. 평소에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엉덩이를 떼기 일쑤라 핀잔을 듣던 첫째가 수업이 시작되니 너무 적극적으로, 말 그대로 ‘초’ 집중을 하는 게 아닌가. 그 중 최고의 집중력을 보였던 것은 신문지를 돌돌 말아 뼈대처럼 사용해서 로켓모양의 건축물을 만드는 거였는데 이런 게 집에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크기 문제로 집에 가져갈 수는 없었지만 신문지로 만든 로켓 안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만들어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피라미드 집, 최첨단 집 등 창의성이 돋보이는 주변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집을 만들었지만 우리 첫째는 아파트를 살고 싶은 집으로 꼽은 것이었다. 왜 이것이 인상깊었냐하면 우리부부는 12년 전 서울에 올라와 단칸방부터 시작하여 방 두개짜리 집으로 이사한 후 첫째를 낳았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집이라 잠든 아이 안고 휴대용이라고는 하지만 7킬로가 넘는 유모차까지 들고 오르락내리락 했던 애 엄마도 고생했었고, 한쪽 벽이 기울어진 집이라 애가 침대에서 일어나다 천장에 부딪히거나 하는 일도 생겼다. 그렇게 5살까지 살다가 방 3개짜리 집으로 다시 한 번 이사를 했는데 이번엔 벽돌집이라 웃풍이 심했다. 내 몸 뉘일 곳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없는 엄마아빠를 만나서 애가 따듯하고 좋은 집에서 지내지 못한다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촉촉이 차올랐던 터였다.
둘째가 생기고, 아무래도 아들 둘 키우다보면 이사도 어렵고 마지막 기회인 듯 싶어 출산에 맞춰 허리띠를 졸라매고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고 집에서 자는 첫 날, 하루 종일 입이 헤헤 벌어져 있는 첫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던지 내가 살고 싶은 집으로 우리 집을 만들었다는 게 나에게 큰 의미였다. 그간 크게 티를 내지 않던 아이라같 이 만들기를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남들이 보면 창의력이라곤 하나 없는 그냥 사는 집을 만든 것뿐일지라도 나에게는 무척 소중한, 그동안의 고생이 사라지는 듯한 경험이었다. 작품에 적힌 103동이라는 글자가 아빠의 심금을 울릴 줄 아이는 몰랐겠지만 말이다.
모두 사는 모습은 다르다. 돈 버는 게 중요한 사람도 있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균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가 균형적인 삶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나 나름대로 노력은 한다고 하지만 아내에겐 만족스럽진 않을 수도, 아이에겐 늘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부자유친'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주말에 보내는 몇 시간으로도 아이는 너무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내용도 내용이지만 수업을 위해서기 대감을 갖고 일어나는 아침, 밥 먹으면서 아이와 오늘은 무얼하게 될지 이야기하는 시간, 집에서 센터까지 가는 동안 오롯이 함께인 시간, 아빠인 나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끝나고 나서 결과물을 엄마에게 자랑하는 첫째의 뿌듯함과 행복감은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프로그램은 몇 시간이지만 그 프로그램이 일상생활에 주는 영향력은 컸다.
무더운 여름날임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함께 꾸민 우비를 어찌나 꼭 챙기던지 나중엔 단추가 다 떨어져 더 쓸 수가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점퍼처럼 입고 다니던 아이를 생각하면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집에서 해주려면 해주지 왜 못하겠냐마는 아마 집에서 했다면 돌 지난 동생의 훼방으로 완성도 못하고 울며 끝났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선뜻 해주지 못하는 것도사 실이다. 각설탕으로 집을 만들었을 때는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 조금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 지퍼백에 소중히 담아왔던 첫째. 사실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을 뿐인 첫째에게 시간과 마음을 더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아이와 공을 차러 나가기도 하고 주말에 밀린 숙제를 봐주기도 한다. 센터에서 집까지는 시간이 좀 걸려서오 는 길에 서울숲에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먹은 기억도 난다. 아이에겐 물론 나에게도 기분전환이 됐음은 말할 것 없다.
시간이 어쩌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벌써 겨울이 되었다. 첫째는 아직 동생에게 질투를 하긴 하지만 좀 더부 드럽게, 그리고 때론 예뻐하기도 하며 적응해가고 있다. 아직 동생과 말이 안통해서 ‘왜 나만 양보해야해!’ ‘너는 왜 그러니?’ 하고 화낼 때도 있지만, 아직 옳고 그름을 모르는 동생을 많이 이해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수업에는 아이들이 여럿 모이다보니 우리 애의 문제점으로 보였던 것들이 그냥 그 또래의 당연한 특징으로 보였던 것도 중요한
변화가 아닌가 싶다. ‘이 또래의 남자애들은 다 이렇구나.’ 라고 생각한 순간 아이를 조금 더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마 엄마아빠의 이런 마음가짐이 집안 분위기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분기별로 5주정도의 회기로 진행되면 좋겠다. 다른 가족들이랑 친해질 만하니 프로그램이 끝나 아쉬운 마음도 든다.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신 분께 지면으로나마 감사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건강한 가정을 위해 힘써주시길 바라며 마칠까 한다.
모두모두 고생하셨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