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우수후기 우수 '두 자매의 건축학교 도전기'

두 자매의 건축학교 도전기

2018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우수상 / 동대문구센터 오인진


 

작년 여름. 두 딸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이었을 때 회사 사정과 맞물려 육아 휴직을 하였다. 결혼 이후 내내 부모님 댁에서 신세를 지고 살다가 이전 가을에 분가를 하였지만, 아내와 맞벌이를 하던 터라 이전 겨울 방학 내내 아이들만 집에 두고 지낸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이기도 하였는데, 막상 여자 아이들과 하루 종일 무얼 하고 놀지 막막했다. 확연하게 줄어든 수입으로 예전에 다니던 동네 트램폴린장이나 블록놀이방은 엄두도 못냈다. 놀이터에 나가 아이들끼리 노는 동안 엄마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 사이로 남자 혼자 뻘쭘하게 핸드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집에서는 어릴 적 놀던 쎄쎄쎄나 실뜨기 놀이를 하고 놀았지만, 공기놀이는 영 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맡아 청소며 빨래며, 매 끼니를 챙겨먹는 일도 모두 낮설고 서툴기만 하였다. 아이들은 수시로 놀아달라고 하는데 설거지하는 뒷모습만 보여줄 뿐이었다. 큰 아이는 혼자 핸드폰으로 유투브를 보는 시간이 점점 늘었고, 둘째는 언니가 세대 차이(?)가 나서 안놀아 준다며 혼자 인형놀이를 하며 지냈다. 결국 아빠가 집에 있어도 함께 놀아주지 못한 셈이다. 아이들에게 참 미안했다.

그렇게 여름과 겨울을 보내고 새 학년을 맞이하였는데, 유치원 때 두 아이들과 같은 반이었던 어머님과 안면을 트게되어 동대문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육아 품앗이 활동을 함께 하게 되었고, 아빠와 자녀가 함께하는 건축학교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건축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래도 아빠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니! 정말 반가울 따름이었다.

지난 10월. 처음 건축학교 모집 문자를 받고 무조건 신청을 하였는데, 아이들에게 참석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큰 아이는 시큰둥했다. 무언가 그리거나 만들기 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였지만 토요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자유롭게 푹 쉬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학기 중에 주말마다 네 번이나 가야한다고 하니 더욱 그런 눈치였다. 인터넷에서 예전에 진행된 건축학교 후기 사진들을 보여주며 한 번만 가보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득을 하다가 1회차 당일 토요일 아침, 결국 동생이 가보고 재미있다고 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렇게 아-자 건축학교 첫 회는 작은 아이와 둘이 참석하게 되었다.

처음 수업을 듣는데 17년 간 건축학교를 진행하셨다는 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오래 이어져온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놀랐다. 첫 번째 수업은 건축주와 건축주 역할을 나누어 소통하며 집을 지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고학년 프로그램이라 2학년 아이 혼자서 하는 것이 걱정되었는데, 자원봉사 해주시는 분들이 도와주시어 무사히 집을 완성할 수 있었고, 교수님께서도 잘 만든 집보다 내가 살 집을 생각해보고 소통하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하시며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마치고 아이에게 물었다.

“다음에 언니한테 같이 오자고 이야기할거야?”

“아니.”

“왜? 재미있지 않았어?”

“재미있기는 했지.”

“그런데? 그럼 다음에 안 올거야?”

“아니? 언니한텐 재미없었다고 하고, 나 혼자 올 건데?”

막상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언니에게 자랑을 했다.

“언니야! 언니야! 나 교수님이 건축에 재능이 있대!” 그러자 언니가 말하기를,

“그건 그냥 다음에 또 오라고 그러는 거야.”

큰 아이도 그렇게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건축학교에서 진행된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여주자 눈빛을 반짝이며 다음 번엔 꼭 가겠다고 했다. 아쉽게도 그 즈음 다시 얻게 된 직장의 사정으로 토요일에 출근을 하게 되어 두 번째 회차는 참석하지 못하고 3,4회차 수업을 참석하게 되었다. 세 번째 수업은 기후와 토양에 따라 집의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한 수업이었다. 완성도를 높여 잘 만드는 것보다 기후와 토양에 따라 어떻게 지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신 점이 인상깊었다. 집에서도 티격태격 하던 터라 둘이라 의견조율이 안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아이들은 의견 차이를 보이다가 공간을 반으로 나누어 따로 따로 남극의 얼음 위와 바닷 속으로 나누어 만들었고, 크기가 크면 집에 못가져 간다고 낮게 만들었다. 끝나고 집에 가져가서는 인형놀이의 멋진 무대가 되었다. 이번에는 언니도 인형놀이에 합류했다. 두 아이 모두 빨리 다음 주가 오기를 기다렸고, 그렇게 한 주가 흘렀다.

마지막 수업은 빨대를 가지고 건축물의 구조를 만드는 것. 처음엔 무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막막해하며 삼각형 기본 구조를 만들었는데, 교수님의 강의에서 자유의 여신상 건물도 내부에는 철골 구조물로 이어졌다는 사진을 보여주셨던 것이 떠올랐다. 만들기 종료 10분 전에 아이들이 스스로 분업하여 좋아하는 피카츄 모형을 엄청난 속도로 만들어 냈다. 물론 집에 가져갈 수 있는 크기로.발 표하기를 서로 미루던 아이들도 자신들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교실 앞에 함께 나가서 발표를 했다. 만족도 평가에서 가장 도움이 된것 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동생은 “만들기하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지금 피카츄는 거실 앞 베란다를 지키고 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피카츄를 재활용하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건축학교는 성격이 다른 두 자매가 함께 힘을 합쳐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을 갖게 해 주었고, 아빠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게 해 준 단비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빠! 건축학교 다음에 또 언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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