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우수후기 우수 '아빠는?'
아빠는?
2018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우수상 / 노원구센터 김경환
결혼 후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그저 덤덤했다. 나의 몸에 일어난 직접적인 변화가 아니었는지 맘에 와 닿지
않았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그렇게 시간을 흘러흘러~ 출산 예정일 당일 병원에서 뱃속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미 예약된 다른 임산부의 제왕절개 수술을 연기하고 담당 의사의 긴급 제왕절개 수술이 시작되었고, 나와 가까운 누군가로 인해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그렇게 기도하고 맘 졸였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옆에 장모님의 얼굴에는 딸의 안부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보호자를 찾는 간호사 목소리가 들렸고 산모와 아이 모두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산모와 아이의 얼굴과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눈물이 나왔다. 이제야 아빠가 됐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그때의 상황이 아이에 대한 강한 사랑을 만들었다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나는 태어난 아이를 병원에서 돌봐주는 시스템을 마다하고 아이를 직접 먹이고 재우면서 나의 휴가를 보냈다. 심지어 모두 알아서 해준다는 산후조리원에서도 아이를 맡기지 않고 산모방에서 아이를 돌보았다. 첫째 딸은 곧 나의 자랑이 되었다. 아빠의 자랑, 아빠의 보석.
시간이 흘러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가고 있는 건 맞겠지?” 우리 세대의 아버지 상이라고 하면 단 한 분만 생각난다. 바로 나의 아버지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 이외에 남자에게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교육 또는 생각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로지 아버지만 떠올랐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돈만 벌어오는 아버지가 아닌 그 이상이 필요한 아버지 시대다. 표본이 없어 나침판을 잃은 것처럼 헤매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마침 자치구센터에서 진행하는 “좋은 아빠 되기”, “아이와 소통하기” 등의 교육이 있었고 신청하여 ‘유아기 아버지 교육’에 참석 할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버지들이 자조모임을 결성하여 지금의 부자유친 멤버들이 되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버지들은 각자 다른 이유와 상황으로 이 자리에 왔겠지만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심리적 상담 혹은 선배의 조언 아니면 어떤 점집을 찾아온 것처럼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싶고 잘하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싶어서였다. 이렇게 모인 아버지들끼리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들도 가져가며 7가정이 무지개 모임을 만들게 되었고 센터에서 부자유친 프로젝트를 지원받게 되어 참가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자조모임 참여자들이 즐겁게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아버지들은 최대한 모든 아이들이 만족할 수 있게 고민하고 준비하였다. 그러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아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하였고 그 관심이 결국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아이와아 버지들을 더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주위에 아버지 없이도 삼촌들과 재밌게 놀 수 있게 말이다. 부자유친으로 아버지들끼리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의견을 주고받으니 아버지 세대에서 할 수 없었던 다른 가정의 아버지들은 어떠했는지 좋은 점도 배우고 단점은 보안해 나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른 아버지는 아이들과 어떤 상황일 때 저렇게 대처하는구나~ 등 세 사람이 걸으면 두 명이 스승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다. 요즘은 놀이터를 지켜보면 한 가정마다 엄마들이 모두 나와 본인 아이만 돌보곤한다. 부자유친으로 아이들은 나의 어린 시절처럼 여러 명의 아이들이 모여 서로 챙겨주며 이야기하며 자기들만의 룰도 만들고 있다. 바로 그것이 하나의 사회생활처럼 느껴지고 또 그 안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처음의 아빠로서 잘 하고 있는지의 불안감은 이제 없어졌다.
애들아~ 사실은 나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많이 낯설고 어색해서 그래~ 부자유친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답이 없음도 알게 되었고, 가장 중요한 관심과 사랑으로 옆에서 늘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와 부모에게 행복한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겨서 행복한 가정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