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우수후기 최우수 '좋은 아빠 되기 ★첫 시작★'

좋은 아빠 되기 ★첫 시작★

2018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최우수상 / 은평구센터 박일권


 

우리나라 가장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 가정과 직장 두군데서 모두 잘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인 것 같다. 직장에서 훌륭한 직원으로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가정에도 충실한 아빠가 되기에는 나는 슈퍼맨이 아니었기에 어려웠고, 어느 한가지에 치우쳐버렸다. 맞벌이가 아닌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 어느 정도 위치가 되기까지는 직장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고, 큰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있다. 평일에는 야근이 잦아 보통 집에 오면 10시가 기본이고, 주말에도 자주 출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주 일요일에도 출근을 하다보니,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 어쩌다 쉬게 되면, 아이와 어디가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 고민부터 들었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무언가 멀리 가야할 것 같고, 대단한 것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금요일부터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면서 알아보고, 아이에게 물어보고, 이미 놀러가기도 전에 진이 빠지는 기분이다. 그러던 중에 그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하게 되었다. 얼마나 좋은가? 주말에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나는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알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주고 간식도 주고 선생님들도 많이 오시고... 그렇다고 대충하는 것이 아닌, 더운 날에도 너무나 성심성의껏 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나 같은 직장만 아는 사람에게는 정말 구세주와 같았다.

대망의 첫 모임, 비가 많이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하는 첫 나들이라 무조건 참석했다. ‘산새마을’ 은평구에 이사온지 10년이 되는데, 우리동네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소위 달동네라고 불릴만한 낙후된 마을이지만, 그것을 주민들이 힙을 합쳐 재생시킨 마을이란다. 이런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이곳에서 아들과의 첫 나들이는 훌륭했다. 처음 보는 또래들과 이야기하고, 마을을 함께 둘러보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퀴즈를 맞히고 상품을 받아가고... 둘째가 아직 어린 이유로 첫째와 둘만의 시간은 엄두도 못내던 상황에서 아들은 정말 만족하는 것 같았고, 나역시 아들과의 대화속에서 서로 알아가는 듯 해 뿌듯했다.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때는 용기를 내어 둘째까지 데리고 참여했다. 둘째도 곧잘 따라왔고, 특히 선생님께서 거의 전담해주셔서 너무나 수월했다. 만약 나혼자 가는 길이었다면, 절대 둘째를 데리고 나올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아들들과 손잡고 걸으면서는 큰아들의 여자친구 이야기를 했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그 아이는 아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겉으로는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주고, 함께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엄마몰래 나름 용돈도 쥐어줬지만, 속에서는 왜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둘레길 끝자락에서는 애벌레를 잡아서 손에 두고 살펴봤다. 애 엄마가 벌레라면 기겁을 하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아이들도 벌레를 싫어하는줄 알았는데, 아들은 굉장히 좋아하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내가 아들에 대해 이렇게 몰랐구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애벌레를 집에서 키우고 싶다고까지 졸라대는 통에 엄마에게 전화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안 된다’였다.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들에게 ‘애벌레를 집에 가져오면 엄마는 집에서나 갈 거야. 엄마야 애벌레야 둘 중 하나 선택해’ 라는 선전포고 비슷한 말까지 했단다. 아들은 엄마 몰래 키우고 싶다지만, 모두의 평화를 위해 내년 봄에 애벌레가 나올 때 쯤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달래줬다. 둘레길 산책 후 전통놀이를 배워봤다. 아들은 ‘고누’에 관심이 많았고, 나랑 게임을 해서는 몇 번을 이겼다. 고누판과 말은 고맙게도 선물로 줘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함께 게임을 더 했다. 요즘 스마트폰 게임에 많은 아이들이 빠져있는데, 덕분에 다행히 우리 아들은 그것에서 잠시나마 헤어 나올 수 있었다. 물론, 흥미가 오래되지는 않았다.

마지막날은 템플스테이다. 진관사에 가서 스님들의 하루 일과를 대충이나마 함께 했다. 특히 점심을 먹고 그 설거지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집에서는 절대로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에 온가족에게 그 사진을 보내줘서 함께 웃었다. 아이와 몰랐던 마을을 함께 다니고, 둘레길을 걷고 전통놀이를 배워보고, 템플스테이까지... 너무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 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보다 가장 좋은 것은 무언가 참석의 의무감이 더해져서 가급적이면 무조건 가려고 했던 것이 큰 것 같다 .만약 이러한 의무감이 없었더라면,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이 모든 과정을 했다면, 아마도 4번 중 3번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늦잠을 자거나 낮잠을 자면서 대충 집근처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는 정도가 최선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부자유친’ 많은 아빠와 아이들이 참여하고, 만족도도 높고,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정말 작은 부분에서 그 의미를 찾은 것 같다. 약속... 아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아빠 이번주 토요일에는 템플스테이 간대요. 같이 갈 수 있는거죠? 근데 템플스테이가 뭐예요?” 마지막 프로그램 참석하기 3일전 아들이 전화로 이야기한 것이다. 약 한 달간 매주 참여하다보니 이제 토요일은 당연히 아빠와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약속이 된 것이다. 아들과 ‘약속’을 만들어 주어 감사하다. 물론 프로그램 종료 이후 그것이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덕분에 둘레길도 가끔 가보고 아들과 주말에 함께하는 것이 보다 편안해졌다. 내년 애벌레가 나올 때쯤 다시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다시 한 번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다면 더욱 좋겠다. 여러 가지 사정상 어렵다면... 혼자라도 함께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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