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우수후기 최우수 '아들과 키 맞추기'
아들과 키 맞추기
2018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최우수상 / 성동구센터 임홍주
“어렵게 신청한 프로그램이니깐 일요일 아침마다 4주간 준우와 함께 교육받으러 가”
“꼭 내가 가야해? 당신이 가면 되잖아?”
“이 프로그램은 ‘부자유친’ 프로그램이야!!! 아빠랑 아들이 참여하는 거라고!”
아내의 말에 난 더 이상 항변 할 수 없이 그렇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누가 신청해 달라고 했었나... 일요일 아침은 나에게나 아들에게나 소중하였으나 어렵게 신청하였다는 말에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아무튼 일단 가겠다고 하고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보니 성동구청 산하 기관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고 ‘건축’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니 과연 어떤 내용일까 약간의 호기심이 들기도 한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아들과 내가 둘이서 함께한 프로그램이나 계기가 없었다는 것에 다소 반성이 들기도 하였다. 이왕 가기로 한 거 즐겁게 가보자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네 번의 교육을 빠짐없이 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준비하는 담당자분들은 강의실 좌석 배치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과까지 세심하게 모든 걸 준비해주셨고 매주 강의를 해주시는 강사진은 모두 대학에서도 강의를 하시는 건축가 분들이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나 일을 주로 하시는 분들이 이런 어린애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와 진행을 하시는 것도 다소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하였다. 매주마다의 프로그램은 건축이라는 큰 테마를 가지고 각기 다른 소재를 사용하여 어린아이의 상상력을 끌어내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이걸 아빠와 아들이 같이 해 나가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상상력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나오고 아빠는 단지 도구를 사용해 주는 역할 정도뿐이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들의 사고틀을 벗어나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매주마다의 수업은 모둠별로 공동 작업 형태로 이루어졌다. 아이들끼리 무한의 상상력이 동원되었고 아빠들의 손놀림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구현하기엔 다소 무딘 것은 아니었는지... 아무튼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함께 구현해 내는 작업은 항상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아들의 독특한 상상력이 기특하기도 하고 ‘혹시 우리 아들이 천재 아냐?’하는 다소 오버스런 생각에 혼자서 미소를 지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아빠 왜 웃어?’ ‘하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준우가 이뻐서....’ 무엇보다도 아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일면과 상상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프로그램을 다 마칠 때쯤 나는 아들과 키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론적으로 그리고 남들로부터도 종종 들었지만 아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항상 나의 생각과 기대의 수준에 맞춰서 아들에게 얘기하고 행동해서 그런지 같이 있다가보면 어느 순간 약간의 다툼이 생기고 아들은 나와 함께 노는 것보다는 방에 들어가서 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했었다. 그런데 이 부자유친 프로그램을 다 마칠 때쯤 나는 아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주었을 때 비로소 내가 아들을 이해할 수 있고 아들은 이런 나를 더 편안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진정 내가 바라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나는 직장이 세종에 있어 금요일 저녁에야 서울집에 와서 아들을 만난다. 현관 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아들은 나에게 달려들어 안기고 떨어지지 않는다. 주말 내내 아들과 함께 온몸으로 논다. 지금은 아내가 어쩜 둘이 형제처럼 노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아들은 함께 놀다가 소파에서 쉬고 있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는 아들에게 그 눈높이를 맞춰서 더 잘 놀아주고 인자한 아빠가 되었고 아들은 더욱 내 말도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자유친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부자유친이 우리 아들과 나 사이에 싹트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