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우수후기 최우수 '지금이 전성기 입니다!'
지금이 전성기 입니다!
2018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최우수상 / 노원구센터 한승훈
“아빠, 이번엔 뭐해?”
8살 큰 딸이 저에게 묻습니다. 다른 아빠들도 그렇겠지만, 그리 익숙한 질문은 아닙니다. 대부분 엄마가 주말 일정을 잡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와 열심히 놉니다. 하지만 이내 지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이와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엄마입니다. 아빠는 그저 “대인 한 명 추가”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저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생면부지의 아빠들과 메신저로 대화를 합니다. 이번엔 어디 갈까요? 무엇을 하고 놀죠? 식사는 어떻게 할까요? 익숙하지 않기에 서툽니다. 엄마들의 정보력과 추진력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합니다. 무엇을 하고 놀지 몰라서 우왕좌왕합니다. 노원구건강가정지원센터 선생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먹거리도 빈약했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아빠들과 맥주 한 잔 할 궁리도 합니다. 어릴 적이나 아빠가 되어서도 ‘엄마’ 눈을 피해서 놀려는 심리는 여전합니다. 역시 아빠들은 그렇습니다.
저희는 노원구의 ‘아자! 무지개’팀입니다. 일곱 가족이 모였습니다. ‘무지개’ 답게 제각각입니다. 사춘기를 고민할 초등학교 4학년도 있습니다. 언제 기저귀를 졸업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세 살도 있습니다. 막 40대에 진입한 아빠들도 있지만, 40대 후반이기를 거부하는 아빠들도 있습니다. 2017년에 시작했으니까,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부자유친 프로그램과 함께 한 지는 7개월이 지났습니다.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만납니다. 그 때만큼은 아빠는 만능입니다. 요리사도 됩니다. 운동선수도 됩니다. 베개싸움의 희생양도 됩니다. 간식도 차립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뭐든지 잘 할 수 있습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그렇지만 토요일 오전 낮잠을 포기했기에, 아빠들의 표정은 지쳐있기 일쑤입니다. 지친 얼굴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내는 행복한 얼굴로 집에서 쉬고 있어요.’ 그래도 불만은 없습니다. 아내 역시 주중에 일하느라 아이들 돌보느라 고단했으니까요.
처음에는 노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짜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근사한 놀이공원에 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실망할까 봐요. 하지만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와 뛰는 것만으로 행복하였습니다. 숨바꼭질을 변형한 저희만의 ‘아빠 괴물놀이’는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언니부터 3살 막내까지 한마음이 되어서 아빠 괴물과 싸우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아이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아빠들도 필사적으로 달립니다. 무조건 뛰었습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니까요. 이제는 물먹는 시간도 갖습니다. 간식도 먹입니다. 아빠들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놀이에는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요. 아빠들은 부자유친 프로그램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였습니다.
아내도 좋아합니다. 약간의 휴식 때문은 아닙니다. 무지개 모임을 설레면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서 입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아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아내는 걱정이 많았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소외되는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합니다. 이제는 집에서도 자체적으로 부자유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와 장보기, 요리하기, 청소하기, 책보기, 같이 하기에 즐겁습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은 저에게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예전에는 사회에서의 성공이 가족의 행복인줄만 알았습니다. 야근이 당연한 삶을 살았습니다. 지금도 물론 야근을 합니다. 하지만 부자유친 프로그램 이후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 모두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 지금이 저의 전성기입니다. 전성기를 최대한 누리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세 아이 키우느라 힘들겠다며 걱정을 합니다. 예전엔 힘든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지금이 전성기입니다!” 부자유친이 안겨준 뜻밖의 소득도 있습니다. 이제는 연로하신 아버지, 아니 아빠의 전성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저 역시 아빠들의 모임에 갔습니다. 그 때 저도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이번엔 뭐해” 지금도 아빠의 모임을 기억합니다.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엄마의 모임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신나게 뛰어 놀았고, 아빠와 함께 있기에 기억에 남나 봅니다.
무지개 아빠들은 내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지개 아빠들에게는 ‘아빠 괴물놀이’가 있습니다. 힘닿는데 까지 달려볼까 합니다. 하지만 뛰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아빠들에게는 멋진 취미가 있습니다. 다재다능한 재능도 있습니다. 이제는 다양한 취미와 재능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처음엔 우왕좌왕 하겠지요. 하지만 언제나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뭐든지 잘 되리라 믿습니다. 올해의 즐거움과 내년의 설렘을 안겨준 부자유친 프로그램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아울러 모든 아빠들이 ‘전성기’를 누릴 그 날을 기원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