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수참여후기 장려 "아이 키우는 게 제일 쉬운 줄 알았습니다."

아이 키우는 게 제일 쉬운 줄 알았습니다.

2019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장려상/마포구센터 이상윤

 

작고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아끼고 아낀 귀여운 아기가 말이죠.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왜 이렇게 기쁘면서 눈에는 눈물이 흘렀는지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뭉클합니다. 10개월간 배 속에서 엄마를 힘들게 했으니 이제 조금은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이건 저희 부부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저희 부부의 다크써클도 비례하고 있었습니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을 절대적으로 믿었습니다. “알아서 다 크더라.”

What? 도대체 왜? 이런 말이 제 머릿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처음이었던 저희 부부는 첫째인 지오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습니다. 저희가 주는 모든 게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5살 때부터 지오가 말을 더듬기 시작하고 원래 내성적이며 짜증을 내는 빈도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이 부족한가? 혼나서 그런가? 더 많은 사랑을 어떻게 주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가볼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보며 조금이라도 돌파구가 된다면 그래서 지오가 조금이라도 말할 때 편안해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기에 매주 토요일, 일요일은 절대 집에 있지 않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에 가서 지오가 자연스레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부자유친프로젝트 ‘아빠의 사랑을 싣고’에 참여한 동기 또한 지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밑져야 본전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결정을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내가 이미 글로 배운 걸 되새김질 할 거라 생각하고 흘려듣곤 했는데 지난 3주 참여하는 동안 전 정말 나쁜 아빠였구나, 그리고 이런 건 글로 배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진 지오가 짜증을 낼 때면 “지오가 왜 이럴까? 오늘도 시작이네. 대체 뭐가 문제야? 당신이 어떻게 좀 해봐.” 하며 그 순간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오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오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빠와 엄마를 바라보며 원하는 걸 말하고 있었는데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오만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아빠인 제가 지오를 위해 해야 할 많은 것들을 놓치고 이 정도는 다른 아빠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제일 못난 잘난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전 이 작은 아이한테 뭐가 이렇게 자신이 있었던 걸까요? 내가 먹다 버린 밥이 네가 지금까지 먹은 밥보다 더 많다는 걸 티내려 했던 걸까요? 제 허리정도 밖에 안 되는 지오에게 항상 많이 했던 말이 “안 돼, 하지 마.”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똑바로 서서 무섭게 내려다보면서 말이죠.

아이가 저를 올려다볼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더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항상 무섭게 서서 내려다봐서 그런지 지오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가갈 때마다 가끔씩 지오가 움츠리는 걸 보곤 합니다. 강압적으로 대답을 강요해서 그런지 저나 다른 사람이 지오를 부를 때 한번에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지오가 아빠인 저에게 무언가를 원해서 부를 때 신경 쓰지 않아서인지 지오 또한 자기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잘못된 부분이 더 많이 있겠지만 이번 프로그램으로 제가 인지하고 잘못한 점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고 배우고 있는 듯합니다. 너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했는지, 왜 이랬는지 자각하지 못했던 게 더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오를 대할 때면 몇 번이고 생각하고 생각한 후 행동을 하게 되는 저를 보며 아직은 늦지 않은 것 같다는 최면을 걸며 하루하루 지오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오가 잘못을 해도 항상 무릎을 꿇어 지오의 눈에 제 눈을 맞춰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지오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지오를 부를 때 대답을 해줄 때까지 몇 번이고 불러주고 혼자 놀고 있으면 다가가 책을 읽어 주거나 다른 장난감을 들고 가서 상황 놀이를 하면서 지오와 가까워지려고 합니다.

지금 지오요? 한순간에 말더듬이나 성격을 고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처음에 말할 때 얼굴이 구겨지고 힘들어 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답니다. 부끄러우면 말하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던 지오였지만 지금은 천천히 이야기 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걸 표현하려고 하고 자신감도 많이 생긴 듯합니다. 그리고 더 행복한 건 항상 엄마만 찾고 엄마에게만 의지를 하던 지오가 이제는 저를 바라봐주고 저에게 먼저 다가와 자기가 원하는 걸 이야기해주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 절 받아주고 흔쾌히 참여에 수락해주셔서 얼마나 눈물 나게 고마운지 모릅니다.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 엄마 성화에 못 이겨 그냥 아이를 위한 거니 따라 가서 하라는 대로 하고 시간만 보내고 오면 될 거란 못된 생각이었지만 지금 느끼는 건 전적으로 저를 위한, 아빠를 위해 아이들로 예쁘게 포장해 주는 선물인 것 같습니다.

이제야 조금은 옛 어르신들께서 하신 말씀하신 “알아서 다 크더라.”라는 진정한 의미를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합니다. 대학 갈 때도, 군대 갈 때도, 직장에 들어가 일하면서 엄청 깨져도 ‘한 아이가 태어나고 키우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희 부모님들도 저를 키우면서 많은 어려움이 당연히 있었던 것처럼 이제 늦었구나가 아닌 지금부터 시작이란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나눠주려고 합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급하면 옛날 성격이 나올 수도 있지만 지오가 태어난 날 사진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2년 후 동생 민오가 태어난 날 사진을 보면서 이겨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부터일까요? 이 프로그램 시작부터일까요? 지금은 이상윤이 아닌 이지오 아빠로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 이름보다 지오 아빠라고 불리는 게 더 기분이 좋고 편안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 키우는 건 절대 쉽거나 어려운 걸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한민국 아빠들 저랑 함께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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