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결혼 2주 전에 사용한 치트키

결혼 2주 전에 사용한 치트키

2020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최우수 (김병진/노원구센터)

 

“지금의 다툼은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이야” 다투고 날 때면 아내에게 해주는 말입니다. 짧은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을 결심한 탓인지 많이 다투며 결혼을 준비했던 우리 부부에게 예비·신혼부부교실은 사랑의 개념을 바꿔놓은 교육이었습니다. 교육에 참여하기 전 결혼을 준비하던 우리 부부의 모습과 교육 후 달라진 모습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먼저 우리 부부의 만남은 2020년 2월 2일, 지인의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카페에서 처음 본 제 아내는 저보다 한 살 어렸지만 어른스러워 보였고, 한눈에 반할 정도는 아니지만 두 번 보면 반할 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오후에 바로 고백하였고, 그날부터 저희 부부는 연애 1일차 였습니다.

 

다음 날 저녁, 저는 통화하면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제 몸 건강을 걱정해주는 아내의 말에 감동받았고, 그때부터 제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면 언제나 보고 싶다는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사랑한다는 내용의 시를 써서 보내고, 2시간에 한 번씩 통화하고, 예쁜 꽃이라도 있으면 사진으로 찍어 보냈으니까요.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었던 마음은 결혼을 서두르게 했습니다.

 

4월이 되었습니다. 생일날에 맞춰 프로포즈를 계획했고 서울 남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꽃다발과 반지를 건네며 결혼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수락했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전화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면서 일정과 프로그램을 계획했습니다. 4~5월 양가 부모님 인사, 6월 상견례, 7월 결혼 등의 일정과 식장예약, 리허설 촬영, 신혼여행 예약 등의 결혼 프로그램을 준비해나갔습니다.

 

짧게 만나서 그랬을까요? 결혼준비를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만날 때마다 데이트만 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예식장을 잡고 예약도 해야해” 라고 말하면서도 만나면 맛집 찾기에 바쁘고 관광지 찾아다니기에 바빴는데, 결국은 매일 잠을 줄여가며 통화로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짧은 만남의 탓인지, 너무 어렸던 탓인지 준비과정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힘든 직장생활과 양가 부모님 설득, 코로나로 인한 결혼 연기 가능성, 그리고 이로 인한 아내의 고민까지..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제 아내도 사무직 일을 하면서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결혼준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저희 부모님은 20대 후반이란 조금 이른 나이의 결혼으로 걱정하셨고, 예비 장모님은 딸을 시집보내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5월부터 시작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진자의 상승세가 아내의 마음까지 흔들었고 결국 결혼을 미루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장모님의 불만이 크셨습니다. 연애 시작 전 인사도 없었던 점, 장모님의 의견 없이 예단 여부를 결정한 점, 그리고 신혼집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장모님의 생각이 아내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아내는 제게 결혼비용을 자신이 더 많이 내는 것이 아니냐며 불평했고 장모님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결혼을 뒤로 미루자고 제안해왔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힘든 시기에 때 마침 예비신혼부부 교실에 참여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교육은 지친 두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고 부부생활은 사랑도 중요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의 필요성을 배우게 해주었습니다. 6개 차시로 이뤄진 교육내용 중 서로의 차이 이해하기와 대화법이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DISC 유형 검사로 시작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시간에서 서로의 유형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신중형(C형)으로 안전성이 보장되었을 때 움직이는 유형이었고, 아내는 주도형(D형)으로 특별히 위험하다는 징후가 없을 때에는 안전하다고 믿고 움직이는 유형이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식을 준비할 때에도 제가 식장을 선정할 때에는 사전 검색을 통해 위치, 비용 등을 비교한 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내는 그냥 직접 방문해서 매니저에게 상담을 받자고 주장하는 편이었습니다.

 

유형의 특징을 알게 될수록 싸웠던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 전 장모님께 연애를 시작하겠다고 인사를 하지 않았던 것도 장모님께서 먼저 와보라고 말씀하시기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던 저와 달리 장모님과 아내는 제가 먼저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여느 신혼부부들이 예단, 예물 등의 선물을 주고 받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었지만 아내는 우리 형편에 맞게 생략할 것은 생략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의 다른 특징을 알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아내의 생각이 달라지자 장모님도 마음을 여셨습니다.

 

서로의 특징을 알고 난 이후 달라진 점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2교시에 교육받은 “나-전달법”을 적용한 대화입니다. 대화법을 실천하기 이전에 저희 부부는 서로에게 섭섭할 때가 많았습니다. ‘속상한 일이 있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지 않을 때’, ‘상대편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할 때’ 등입니다. 특히나 결혼비용을 부담하는 문제에 “내가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는 등의 표현으로 마음에 상처를 주곤 했습니다. 교육 내용 중 가트만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인 5가지(비난, 자기방어, 경멸, 담쌓기, 비언어적 표현)를 배웠는데 저희 부부는 5가지 모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화가 나면 “제발 생각 좀 해라”, “너가 뭘 참았는데?” 하며 비난과 경멸하기 바빴으며 “지금까지 항상 내가 배려했거든” 하면서 자기 방어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전화를 끊고 대화하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서로의 담을 높게 쌓아 갔습니다.

 

하지만 “나-전달법” 대화법을 배우면서 달라졌습니다. 이 대화법은 사실-감정-욕구-대안의 순서로 이야기 합니다. 일어난 사실에 내가 느낀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결혼비용을 당신이 더 많이 부담한다고 하니까 당신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미래 지출을 위해 결혼준비용은 최소화하자’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대화하니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서로의 민감해하는 부분은 피해서 대화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2주 전에 사용한 치트키(?) 같은 것이랄까요. 게임의 유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나 문장을 치트키라고 하는데, 게임제작자들만이 알고 있는 마스터키 같은 것입니다. 제겐 예비신혼부부교실이 결혼 전 문제를 해결해 준 치트키였다고 생각합니다. 부부교실 이후, 결혼 준비과정에서의 갈등들이 하나 둘 풀렸고 결혼 후 신혼부부로 생활하는 현재까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다툼도 있습니다. 지금도 싸울 때면 복도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일도 있지만 그럴 때면 상대방이 한 발 뒤로 물러나 줍니다. 그동안 서로가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대화한 덕분인지 상대방이 예민해하는 날이면 묵묵히 받아줍니다. 그러면 오히려 화내고 성질낸 쪽이 정신을 되찾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죠. “미안 여보,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럼 또 얘기 합니다. “응, 맞아. 여보 아깐 공룡이었어” 라고 말이죠.

 

앞으로 저희 부부의 목표는 싸우지 않는 1%의 행복한 부부가 되는 것입니다. 결혼 전 아내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우리도 결혼 후에는 싸우고, 시간 지나면 사랑이 식어버릴까?” 라고 말이죠. 그때마다 저는 “싸우는 많은 부부가 있지만 1%는 싸우지 않는 부부도 있어. 우리도 싸우지 않을거야” 라고 말합니다. 비록 결혼 후엔 좀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말합니다. “지금의 다툼은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 이라고 말입니다. 최수종, 하희라처럼 행복한 부부의 본이 되는 것, 그것이 저희 부부가 만들어갈 부부의 모습입니다.

 

작은 대화법의 변화만으로도 가정의 행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노원구 건강가정지원센터와 강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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