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해외 파견을 앞둔 아빠의 선물

해외 파견을 앞둔 아빠의 선물

2021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장려 (신준섭 | 동대문구센터)

저는 가을에 해외 장기 파견을 앞둔 세 아이 아빠입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자녀들과 잠시 떨어져 지낸 적이 있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딸은 처음으로 아빠의 부재를 알게 되었고, 출장지에서 잠시 나눴던 영상통화에서 딸이 아빠가 보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올가을 회사에서 해외 장기 파견이 결정되어 2년 정도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가족과 긴 시간 떨어지게 되어 두렵기도 했지만, 가장 큰 걱정은 딸이 느낄 아빠의 빈자리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딸에게는 항상 곁에 아빠가 있었습니다. 아내가 해외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도 제가 딸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에 육아휴직을 쓰고 같이 따라가서 딸을 돌봤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업무 특성상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알았기에, 아이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작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여 저녁 및 주말에 집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기에 딸에게 아빠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파견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중 작년에 딸이 정말 좋아했던 동대문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아자클래스’가 올해도 다시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외 파견 전 딸과 함께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고자 아자클래스에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올해도 아자클래스 참가자로 선정이 되어 딸과 여러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자클래스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이라 집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자클래스의 각 과정은 각각의 주제에 대한 설명과 만들기 활동으로 이뤄졌습니다. 작년에 1학년이었던 딸 아이는 학교를 거의 못 가고 원격수업을 했던 경험 때문인지 처음에는 비대면 수업을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아빠와 둘이서만 수업을 듣고 재미있는 만들기를 한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동생이 둘이라서 아자클래스를 하면서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을 행복해했습니다. 

올해 아자클래스에서는 각 시간에 토피어리, 조명 액자, 케이크, 나무액자, 방향제 등을 만들었습니다. 토피어리는 저도 잘 몰랐던 것이라 딸과 함께 아자클래스를 하면서 저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해 이런저런 것들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딸이 아자클래스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기다려왔던 것은 바로 케이크 만들기였습니다. 개구쟁이 동생들도 함께 만들겠다고 했을 때, 짜증 내지 않고 나중에 함께 먹자고 동생들을 달래주는 모습에 작년과 다르게 부쩍 큰 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무 액자를 만들 때는 가족사진을 보내야 했습니다. 센터에 미리 사진을 보내야 했는데, 딸과 함께 어떤 사진을 보낼까 즐거운 고민도 했습니다. 마침 그 무렵이 제 생일이었고 가족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불면서 아이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스꽝스럽게 나왔지만 아이들이 이쁘게 나온 그 사진을 고르면서 딸은 아빠 표정이 웃기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딸의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무 액자 뒤에 딸이 좋아하는 오르골이 붙어있어서 다 만들고 난 후에 오르골을 돌리고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딸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동생들과 놀고 싶은 걸 참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해서 아빠와 함께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해하는 모습에 딸이 또 한번 성장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 기억에 남았던 과정은 PAT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자녀 양육 태도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중도’라는 강사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자녀를 돌보면서 자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모자라면 방임이 된다고 생각하며 그 중간이 어디일까 늘 고민하고 있었는데, PAT 설문조사를 통해 나의 양육태도에 대한 객관화된 점수를 확인하고 나를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정말 유익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딸과 함께 했던 2021년 상반기의 ‘아자클래스’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습니다. 작년과 다르게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딸의 모습이 대견했고, 딸이 도와달라고 할 때 옆에서 도와줌으로써 딸에게 아빠에 대한 믿음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자클래스가 진행되는 토요일 오전, 늦잠도 자고 싶고 동생들과 놀고 싶었을 텐데 아빠와 함께 아자클래스를 하느라 애쓴 딸이 대견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무엇보다 딸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했던 프로그램인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추억을 안고 해외 파견을 갈 수 있을 것 같아 이 자리를 빌어 프로그램을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마음속에는 지난 수개월간 딸과 함께했던 시간들과 함께 잘 이겨낼 거란 용기도 생깁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확대되어 더욱 많은 아빠들이 자녀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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