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결혼 생활을 위한 방지턱, 예비부부교실
결혼 생활을 위한 방지턱, 예비부부교실
2021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예비부부교실 우수 (양천구센터/김명종)
교육 하루 전 우리는 차 안에서 다투었던 일 때문에 서로 냉랭했습니다. 갑자기 끼어든 차가 화근이었습니다. ‘그때 클랙션을 울렸어야지. 오빠는 왜 맨날 남 배려가 먼저야? 나는 없어? 내가 무서웠던 건 안 보여?’ 라고 잔뜩 화를 내던 여자친구와 ‘내가 봤을 때는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어. 운전자는 나인데 네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거야?’ 저는 이렇게 맞대응하며 서로에게 날을 세웠습니다. 결국 우리는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를 풀지 못하고 비대면 교육에 함께 입장했습니다.
바야흐로 저희는 연애한 지 1년 정도 된 커플입니다. 만난 지 3개월째부터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가 오갔고, 2022년 여름에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다 도움받기 위해 가입해 놓은 결혼 정보 카페에서 우연히 양천구 예비부부교실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이런 사업도 하는구나’라는 의아함으로 팝업창을 보다가 ‘서로의 차이 이해하기’, ‘행복한 커플 대화법’ 이란 첫날의 강의 주제에 ‘나를 위한 강의인가?’라는 다소 주관적인 판단이 섞인 상태로 선착순이라는 말에 무작정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마음이 급했던 이유는 최근 들어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약 1년간 연애하면서 사소하게라도 다툰 적이 없었고, 상견례라는 큰 산도 함께 넘었기에 서로를 인연이라고 확신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크고 작은 일로 자주 부딪히다 보니 그 호언장담이 무색하게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가 저를 답답해한다는 느낌을 서서히 받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여자친구가 맞는 말을 하더라도 괜스레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편을 상대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었고, ‘상견례도 한 마당에...’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런 마음을 부추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순간 ‘이런 싸움의 불씨를 예비부부교실에서 조금이나마 꺼주지 않을까’란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와 교육 당일, 제대로 된 화해를 못 한 까닭에 서로 데면데면했지만 설레는 마음 역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긴장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눈이 떠졌고, 교재를 챙겨 노트북 앞에 서둘러 여자친구와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줌 링크를 따라 들어가자 강사님께서 너무나 밝게 인사해주신 덕분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교육에 임하는 자세 또한 순간적으로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이왕 듣기로 결정한 거, 최선을 다해서 듣자. 덕분에 화해도 하면 일석이조지’라는 기대로 교육은 시작되었습니다.
교육 전 진행한 DISC 검사 결과에서 성격 유형을 진단해 볼 수 있었고, 여자친구는 주도형, 저는 안정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검사는 성격을 크게 4가지 성향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따라 어떤 성향이 나타나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다른 커플들도 자신의 유형에 대해 공유했으며, 그중 우리와 같은 커플이 있는지 혹은 우리와 성별이 반대이면서 유형이 같은 커플이 있는지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유형이 안정형이라는 강사님의 설명에 여자친구는 놀라워했고, 그 많은 유형 중 내 남자친구가 속해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라웠다고 했습니다. 평상시에 남자친구인 저를 늘 ‘특이하다’고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오빠가 안정형인 건 예상했다’면서 뿌듯해했고, 저 역시 ‘네가 주도형일 것 같았다고’ 서로 얘기하는 과정에서 분위기를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워크북에 쓰인 유형별 장단점이 ‘너무나도 우리 얘기인데?’라며 한껏 신기해했습니다. 그렇게 ‘도대체 왜 그런 거냐’며 이해가 안 되었던 모습들도 천천히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안정형 성향이 극명한 저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협조적인 성향을 지녔지만 우유부단 한 면이 있어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 약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많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추가로 그런 상황에 더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 또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이 여자친구와 부딪히는 이유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여자친구는 주도적 성향으로 주관이 뚜렷해 제가 힘들어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늘 신속한 결정을 해왔습니다. 제가 회피하는 문제를 대신해 줬는데, 저는 그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고 그만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저의 장점과 잘 맞았던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여자친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응이 없을 때 여자친구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저한테 기대했던 것을 제가 못 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해졌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가진 단점을 상대방의 장점으로 채워주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놓치고 고마워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교육을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인연이라며 끌렸던 이유를 잊고 있음에 반성하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날 진행된 결혼 준비 체크리스트와 성평등 교육에서는 전 생애에 걸친 결혼 생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고작 1시간 30분으로 끝나는 결혼식을 위해 들이는 노력 대비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했고, 식이 끝나고 맞이할 진짜 현실에 대해 상세하게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양가 부모님 용돈의 적정선과 형평과 공평 중 우리는 어디를 따를 것인가’, ‘원 가족 방문 시 순서와 횟수에 대한 조율’, ‘우리 부부관계에 양가 부모가 개입한다면 대처법’, ‘부모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이며 모신다는 개념은 무엇일까’ 등 앞으로 다가올 여러 가지 현실적인 질문을 통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값진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교육을 통해 크게 2가지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첫째, 서로의 DISC 유형별 장점과 단점을 인지하여 이해의 폭을 넓히자. 둘째,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건 몇 년간 훈련된 상담사도 어려운 일이니 듣는 사람이 오해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전달하자’
결혼 결심 후 계획을 세울 때 아마 대부분의 예비부부는 현실적인 고민보다 화려한 결혼식 자체에 정성을 쏟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미래에 ‘성격 차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과거를 한탄할지 모릅니다.
저는 예비부부교실이 제 인생에 있어 잘못된 길로 과속할 수 있었던 것을 막아준 ‘방지턱’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스스로 찾지 않으면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결혼 공부를 이 기회에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교육을 꼭 다른 예비부부들도 참여해 새로운 시작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