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8살 엄마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8살 엄마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2021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아동기 부모교실 우수 (관악구센터/허혜영)

 

저는 엄마가 된 지 8년이 된 8살 엄마입니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좌충우돌 서툰 육아에 가끔 마음 약해져 눈물 날 때도 있었지만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며 함께 웃다 보니 벌써 8년이 되었네요. 뱃속에서 꼬물 꼬물대며 짧은 다리로 발을 차던 작고 귀엽던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서 어린이집을 다니며 사회활동을 시작했고, 올해 초등학생이 되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원 앞까지 아이를 데려다주고 끝나면 같이 집으로 와 항상 함께인 생활이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스스로 학급을 찾아가 수업을 듣고 방과 후 수업을 찾아가고 끝나면 교문에서 태권도 학원차를 기다렸다가 수련을 하고 집으로 오니, 학교에 잘 도착했는지 방과 후 활동은 잊지 않고 잘 찾아갔는지 태권도 차는 잘 탔는지 혹시 놓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앞서 연락 수단으로 휴대폰을 사주어야 할까 고민도 하고 8살 엄마의 고민과 걱정은 쌓여만 갑니다. 엄마는 걱정이 많지만 아이에게는 걱정엄마보다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할테니 오늘도 ‘잘 다녀와~’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꼬옥 안아줍니다.

이런 저런 고민들이 쌓여갈 때쯤 학교에서 전환기 학부모 교육을 해주셨는데 교육을 들으며 ‘아차, 우리 아들 내가 옆에서 챙겨주고 도와줬던 유아기를 지나 스스로 생각하고 도전해보는 아동기에 접어들었구나. 너는 매일 몸도 마음도 자라고 있었는데 엄마는 너에게 맞는 옷과 신발만을 바꿔주고 너의 마음이 자라고 있는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을 듣고 마음이 자라나고 있는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어떻게 공감해 주어야할지 방법을 몰라 부모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관악구가족학교를 알게 되어 아동기부모교실 ‘부모-자녀 아이콘택트 부모교육’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동기 부모교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반갑고 감사했는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집중도나 수업 참여 부분에 있어서는 대면수업이 좋겠지만, 아이를 등교시키고 출근 시간에 부랴부랴 교육 장소에 가지 않고 줌을 통해 교육에 참여할 수 있으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좋았습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는데 여러 질문 중에 감추고 싶은 나의 비밀스런 모습이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질문에 저는 아들에게 큰소리로 화를 내고 상처를 주고 있는 제 모습이 떠올라 너무 부끄럽고 슬퍼 얼굴이 떨구어졌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100일때 편지를 쓰며 다짐했는데, 자꾸만 속상하고 답답하고 조급하고 상처받고 결국 화가 나는 이유가 뭘까? 아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왜 이렇게 자꾸만 화가 나는지, 나는 이 상황을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고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과연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인지 그리고 어떤 노력을 하며 살고 있는지...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갑니다.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을 떠올리던 중 강사님께서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을 챙기는 게 먼저라고 말씀하셨는데, 생각해보니 엄마가 된 이후 저의 모든 관심사는 육아였던 것 같아요. 일을 끝내고 돌아서면 또 다른 일이 눈에 보이는 집안일. 가사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아이는 “도와주세요 엄마, 같이 놀아요 엄마, 같이 자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인기가 너무 많은 엄마. 엄마를 사랑해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지만, 때로는 나도 모르게 한숨 짓게 되고 힘들고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 반찬은 영양소까지 신경 쓰지만 나를 위한 음식을 따로 만들어 본 적 없고, 혼자 식사할 때는 대충 먹게 되고, 여가를 즐기거나 친구들과 만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없다 보니 스트레스와 피로는 자꾸만 쌓여가고, 여유가 없으니 감정이 태도로 변하는 후회되는 실수를 하고 있었나봅니다.

강의를 듣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방법을 고민해 보던 중 일단 잠자는 패턴을 바꿔 보았습니다. 육아가 끝난 후 휴식을 취하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늦어도 12시 전에 자고 아침 6시쯤 일어나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습관으로 바꾸었고, 나를 위한 요리도 만들어보고,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미술을 배우고, 초등수학과정 교육을 들으며 자기 개발 할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보고, 여러 정보를 찾아보며 배우고 싶었던 시간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안부도 묻고 지인들과 만나 시간도 보냈습니다.

미술은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배우니 구도 잡는 법, 반사광, 그림자 표현 등 너무 어려웠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고 그려보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작품을 완성했는데 가족들의 칭찬을 받으니 엄청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미술 선생님께서는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제가 비대면 수업을 하며 그림을 그리게 되어 걱정하셨는데 완성한 것만으로 훌륭하고 그림도 잘 그렸다고 칭찬해주셨고 덕분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자주 화가 나고 여유가 없었던 모습과 다른 고민하고 노력하는 제 모습을 바라보며 빛나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미술을 배우면서 잘 안 되고 방법을 몰라 헤매다 보니 답답하고 지쳐서 피하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예전보다 많아진 공부로 힘들다고 말하는 아들이 생각났습니다. 원해서 하는 공부도 잘 안되면 이렇게 힘든데 ‘우리 아들 더 힘들었겠구나’ 아이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공부하던 중 힘들다고 할 때 “엄마가 요즘 그림을 배우잖아. 그림 그릴 때 행복해서 미술을 배웠는데 잘 안 되고 모르겠고 너무 힘들어. 하고 싶은 일 하는데도 이렇게 힘들 때가 있는데 너도 공부하느라 힘들겠다.” 라고 공감해주니 아이가 “엄마 잘하고 있어요. 엄마 그림 잘 그려요. 우리 집에서 엄마가 제일 잘 그리잖아요.” 라며 안아주었어요. 평소에 힘들다고 하면 너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하는 것이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마음을 공감해주니 서로 토닥토닥 격려해주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진 덕분에 “욱”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나를 돌아보는 여유도 생기고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보이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이도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를 먼저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요.

평소 아이가 화를 내면 왜 화를 내냐고 되물었었는데 교육을 듣고 ‘화’라는 감정을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은 내 안에 쌓아두라는 말과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나면 “화가 났구나. 그래 그럴 수 있어 화가 나는 건 나쁜 게 아니야. 화가 난다고 해서 말을 못 들은 척하거나 큰소리를 내는 행동을 하게 되면 엄마도 속상하니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어. 너무 화가 나면 머리에 뚜껑이 열릴 수 있는데 뚜껑이 열릴 때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만나자”라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처음에는 변화되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쉬는 시간 동안 저도 물을 마시고 마음을 진정시키니 화났을 때보다는 부드러운 말투로 변했습니다. 아이도 평소 말투로 돌아왔고 왜 싸웠는지 무엇을 잘 못 했는지 모를 때에는 엄마가 알려준다고 이야기해주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부드러운 말투로 아이를 대했는데도 아이가 기분 나빠하기도 하고 여러 번 이야기 했는데 대답이 없어서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물어보면 좋을지 물어보니 아이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어서 오해와 갈등은 줄어들었습니다.

화가 나는 감정이 표현하면 안 되는 나쁜 감정이 아니라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감정이 다치지 않게 말로 표현해 주면 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사님께서 아이들의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아이와 한편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며칠 전 아이가 갑자기 친구 집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학습지가 밀려서 이틀 분량을 풀어야 했어요. 모두 풀어놓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 아이는 속상해하며 내일로 미룰 거라고 이야기하며 화가 좀 난 것 같았어요. “친구 집 가고 싶은데 이틀 분량 풀어야 해서 속상했구나.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같은 편끼리 싸우면 속상한 일이잖아. 엄마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도와줄 수 있는 걸 생각해볼게. 엄마랑 하는 공부는 빼주고 평소 네가 했던 가방 정리 도와주고 공부하는 것도 도와줄게. 같이 힘내자”라고 이야기하며 안아주니 아이 마음은 진정이 되었고 학습지를 모두 풀고 저녁도 배부르게 먹고 친구 집에도 잘 다녀왔습니다.

아이에게는 따뜻한 눈빛과 부드러운 목소리 다정한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들으며 화가 났을 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에게 긍정의 마음을 가지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엄마 아빠가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긍정의 말들을 해주면 아이의 마음도 따뜻하게 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밤 아이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혹은 자고 있을 때 귓가에 속삭여 줍니다.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네가 너무 좋아. 많이 많이 사랑해. 오늘도 건강해 줘서 고마워. 잘자” 엄마와 아빠 그리고 제 아이는 이렇게 눈을 마주치며 오늘도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9살, 10살, 11살 이렇게 자라날 아이를 응원할게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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