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가랑비 옷 젖 듯 변화한 우리 가족의 모습
가랑비 옷 젖 듯 변화한 우리 가족의 모습
2022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아동기부모교실 최우수 (관악구센터/김의정)
"여보 어쩌지? 오늘 어린이집에서 둘째가 돌아오며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불만만 얘기하고 나에게 내내 신경질만 내. 얘가 크면 변하기는 할까?"
"여보 나 정말 육아 못하겠어. 왜 내가 우리집 아이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는 거지? 도저히 못견디겠어. 왜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걸 내가 다 감당해야해?"
"여보, 나 달래도 보고 화도 내보고 참아도 보고 다 해보지만 둘째 육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 무서워."
아이들을 겨우 재우고 방으로 돌아온 저는 매일밤 남편에게 그날 있었던 아이와의 힘들었던 일들을 쏟아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꾹꾹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제 불편한 감정들은 오갈 곳 없이 마음 속을 방황하다 편한 남편 앞에서는 곧잘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순한 기질의 9살 첫째와는 달리 7살 저희 둘째는 불안과 예민도가 높아 바깥에서는 꾹 참고만 있다가 제 앞에만 오면 감정이 자주 폭발하고는 했습니다. 게다가 뭐든 수월하게 해내는 오빠에 대한 경쟁심이 커지면서 오빠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쏟아내고는 했고 순한 첫째였지만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동생 앞에서 참던 불만이 터져버려 둘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었죠. 엄마라는 이름 아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는 무거웠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던 저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했습니다. 그 시기 즈음 초등생활처방전이라는 서울가족학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나와 내 자녀에 대해서 알아 보며 '거북이', '카멜레온', '독수리', '사자' 중에 자신과 자녀가 어디에 해당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장점과 단점, 관계에 미치는 영향, 개선점등을 나열하다 보니 저는 책임감이 강하고 긍정적이나 이와 관련해 걱정도 많고 불안해서 통제를 하고 싶어하는 '독수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첫째는 저와 같은 '독수리', 둘째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사는 '거북이'였습니다. 이렇게 생활 양식을 나눠 놓고 보니 어쩌면 저와 비슷한 성향의 첫째에게서는 공감대를 잘 형성했지만 둘째의 모습을 과연 제가 잘 수용해주고 있었는지 저만의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독수리인 저는 제 방식대로 통제가 되길 원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에게서 큰 스트레스를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 학교를 통해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이 있다면 '수용하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기질을 판단하기보다 이해하고, 저의 감정도 억누르고 무시하기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내 안에 숨어 있는 아이 돌보는 법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강의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은 '아이들은 문제아가 아니라 낙담한 어린이일 뿐이다'라는 점이었습니다. 문제아로 생각했던 저희 아이를 고치려고 했으나 되지 않았기에 힘들었던 저는 머리를 댕 하고 얻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쩌면 저에게 필요한 건 아이를 바꾸려는 행동보다 인식 전환이었던거죠. 평소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던 우리 아이는 사실 주도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눈으로 다시 보니 우리 아이는 늘 호기심이 많고 자기가 하고 싶은 바가 명확해서 이 점이 살면서 큰 강점이 되겠다 싶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또 강의에서 '완벽한 엄마가 아닌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면 된다는 말 속에서 제 자신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고 늘 불안해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느껴졌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를 탓하고 원망스럽게 생각하기보다, 아이가 가진 기질과 성향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하고 화가 나는 제 자신을 토닥이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다 보니 화도 점점 가라 앉고 기대와 다른 아이의 모습, 제 모습이 더 이상 싫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하기였습니다. 강사님은 이 부분을 '꿀뚝뚝'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 귀에 착 꽂히는 키워드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마음 속에 떠오릅니다. 사실 초등학교 시기쯤 되니 어떨 땐 어색하기도 하고 제 마음을 다 알 것이라 생각해서 아침 저녁으로 안아주는 것이 표현의 다였는데, 강의를 듣고 아침마다 깨어났을 때 제 온 에너지를 담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꼭 알려주었습니다. 첫째 아이에게는 깨울 때 얼굴을 부비고 너무너무 사랑한다 말해주며 일어날 때까지 뽀뽀를 하며 안아주고, 둘째는 "넌 엄마의 보물이야. 우리 보물은 언제 눈을 뜰까? 엄마는 너무 예뻐서 5번을 뽀뽀하는데 더 해주고 싶네"라고 다소 닭살 돋는 표현을 하며 엄마의 과한 사랑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녁엔 힘들어서 화를 내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저도 기분이 좋아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거든요. 애들이 부끄러워하지는 않을까 엄마 왜그래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너무 좋아했습니다. 특히 9살 첫째는 지금은 아침에 먼저 일어나면 저희 침대로 찾아와 안아주며 "엄마랑 있는 시간이 너무너무 좋아. 사랑해. 내가 커서도 계속 사랑한다고 말해줄게."라고 말해주어 저를 감동 받게 합니다. 둘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하며 더 안아서 잡아 끌기도 합니다. 저녁 때 서로 감정이 격해졌다가도 저희 가족은 아침에는 확실한 애정 표현을 합니다.
세 번째로 아이와 새롭게 가졌던 시간은 따로따로 데이트였습니다. 아이가 둘이라 주말에 가족 시간을 갖는다고 늘 같이 다녔었는데 사실 아이들은 연령대와 성별이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바가 달라서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도 둘다 만족시키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족시간도 갖지만 가끔은 따로 아빠-딸, 엄마-아들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누어 아이와의 친밀감을 잘 형성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냐고 물어봤을 때 둘 다 똑같이 좋아한다는 대답 대신 요령있게 첫째 아들과 데이트 할 때는 "엄마 뱃속에서 처음으로 나온 아이인데 당연히 특별하게 좋아할 수 밖에 없어."라고 말해주었고 둘째 딸에게는 "우리 둘다 같은 여자라서 우린 서로에게 너무나 특별할 수 밖에 없지."라고 말해주며 각자가 저에게 얼마나 특별한지 느낄 수 있도록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남매끼리 같이 있을 때는 서로를 의식하거나 신경쓰여 할 수 없는 진솔한 대화들을 많이 하고 서로에 대해 오해했던 점들, 서로를 사실을 얼마나 아끼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려주며 둘 사이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중재하는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싸우기도 하고 저 역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기도 합니다. 엄마로서 여전히 걱정도 많고 후회도 하고 책임감이 무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등생활 처방전과 여러 육아 교육들을 지난 1년간 들으며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불안감 없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적어도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육아에 대해서 강의를 듣는다고 내 삶이 정말 크게 달라질 수 있을까 생각했던 처음의 마음이 무색하리만큼 아이들을 향한 말투부터 바꾸려했던 작은 변화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생활 곳곳을 변화시켰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사랑하는 마음을 더 느끼고 저를 더 신뢰하게 되어 속마음을 솔직하게 터놓고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는 '가랑비 옷 젖듯'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언제나 변화를 일으키는 것 치밀한 계획과 굳센 다짐보다, 우연한 계기와 작은 실천이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22년 3월 우연히 서울가족학교를 만나 아이와 제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실제 겪을 법한 다양한 상황에서 대화 예시를 통해 존중하는 대화 방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위기의 순간 저처럼 서울가족학교를 통해 큰 도움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