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아빠의 힐링 프로젝트

아빠의 힐링 프로젝트

2022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우수 (이영배 | 강북구가족센터)

 

참여 첫날 주말 아침, 여느 주말 같으면 늦은 시간 기상으로 일주일 쌓여 있던 피곤을 핑계 삼아 나만의 여유를 즐기곤 했는데 이번엔 아내가 신청해서 등록된 아자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평소와 다른 주말 아침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코로나19가 유행 중인데 이렇게 아침부터 아이와 주말 아침을 부산떨면서 일찍 일어나 다른 사람들과 참여 모임을 하는 것이 조금은 걱정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면서도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아빠와 단둘이 시간을 갖게 하는 것도 아빠로서 꼭 해야만 하는 책임감 같은 생각으로 부산하게 아이와 집을 나서게 되었다.

가는 길이 그렇게 가깝지는 않아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걷기를 15분 정도를 해야 하는 길인데 아이랑 둘만 이렇게 어딘가를 같이 가보는 것이 얼마 만인가 하고, 나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아이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처음엔 엄마 없이 아빠랑 어디를 가는 것이 어색했는지 말수가 줄었다가 가는 길에 엄마 얘기, 언니들 얘기, 친구들 얘기로 신이 난 것 같았다. 아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장소인 강북구 가족센터 수유 공동육아나눔터에 도착하니 아침에 너무 일찍부터 서둘렀는지 도착하니 아직 다른 가족들은 보이질 않았다.

제일 먼저 명단에 이름을 적고, 손 세정제로 소독을 한 후 자리에 앉으려 했는데 오전엔 아이는 다른 방으로 분리가 되고 아빠들만 먼저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아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속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생각으로 참여한 것인데 아이와 분리된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의아스럽기도 하고, 괜히 신청했나 싶기도 해 어리둥절하게 그냥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강의를 맡으신 강사님께서 즐겁게(? 조금 개그스럽게) 본인 소개를 하시고 강의를 시작하셨다. 아자프로젝트는 총 2주에 걸쳐 주말에 진행이 되는데 첫 번째 주는 우리 아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강의 내용이었다. 사실 강의에 대한 내용 중간중간 아빠로서 부족함 때문에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아 아빠로서의 자신감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조금 더 강의를 듣다 보니 부끄러움보다 우리 아이에게 정말 중요한 아빠와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고,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너무나 잘 느낄 수 있도록 강사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그때 그때의 시기에 다른 외부의 어떤 것보다도 가장 가까운 내 가족들에 대한 행복 추구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나도 아빠로서 내 아이에게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무렵 점심시간이 되었고, 강북구 가족센터에서 미리 준비해 주신 간식을 아이와 함께 먹으며 오전 시간에 우리 아이가 어떤 시간을 보냈었는지 물어보며 간단히 대화를 나누었다. 오후엔 드디어 아이와 함께 목공으로 간단한 만들기 시간을 보냈는데 만들면서 아이에게 칭찬을 자주 해 주었더니 더 즐겁게 만들고, 나중에 다 만든 것을 집에 가져오니 엄마한테 자랑도 하는 것을 보고, 괜히 뿌듯한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 참여

일주일이 또 무섭게 빨리 지나가고 다시 주말이 되었다. 지난주와 같이 주말 아침이 시간이 되었다. 두 번째 참여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직 힘든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지난주보다 마음은 홀가분해서 아이랑 같은 길을 또 가게 되었다. 이젠 오전에 아이가 따로 시간을 보내고 아빠들에겐 강사님이 준비하신 강의를 듣는 것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졌고 강사님의 강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두 번째 강의의 주제는 ‘우리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게 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였는데 강의 중 강사님께서 참여하신 모든 아이 아빠들에게 과거 어렸을 때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분이셨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셨다. 이곳에 오기까지 지금 내 아이에 관한 생각으로만 왔지, 나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못 한 탓에 멍해지다가 어릴 적 나와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 기억을 하나씩 짚을수록 지금 늙으신 아버지에 대한 무한한 공경심 같은 것이 마음 가득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번 나의 아빠로서의 부족함 때문에 순간 울컥했다.

“아 이런 것이 바로 가족이고, 내가 아빠로서 아이에게 어떻게 마음으로 소통해야 하는구나”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자존감은 결국 아이 스스로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모두 같이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을 생각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알게 되는 자리였다. 짧지만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감정을 쉬이 다시 잡기까지 조금 힘든 시간이었다.

지난주와 같이 간식 시간이 되어 아이와 준비된 간식을 먹고, 오후에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엔 케이크 만들기 수업인데 아이가 지난주보다 더 재미있어했다. 여자아이라 그런지 목공보다는 역시 케이크로 꾸미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다 만든 케이크를 집에 들고 와서는 저녁에 촛불을 켜고 언니들하고 같이 먹자고 하는 말에 아이가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자프로젝트는 내게 소중한 시간이었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빠들에게 마음의 힐링을 주는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다. 힐링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남아 있어서 후기로 꼭 남기고 싶었다.

지금도 아직 아이에게 아빠로서 부족함이 많이 있지만, 아이에 대해 작은 실천 하나, 작은 말 한마디에 예전 보다 노력을 하게 되는 내 모습이 느껴진다.

다른 가족의 젊은 아빠들에게도 한 번쯤은 꼭 참여해 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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