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지금 너와 나의 거리는?

 지금 너와 나의 거리는?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아동기부모교실 (구로구센터/김나영)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니?

“아니 주원이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할까?”

나는 시계를 매분마다 확인하며 초조해진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저녁 7시가 훌쩍 넘은 시간, 학교에서 큰아이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요즘 부쩍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 일찍 들어오라고 당부했건만, 특히 오늘은 가족이 외식하기로 해서 다들 일찍 왔는데 큰아이만 도착하지 않아 평소 자주 놀던 놀이터로 찾으러 갔다. 다행히도 그곳에서 해맑게 웃으며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 얼굴을 보니 화내지 말자고 다짐한 것도 잊은 채 반가움보다 미운 마음이 들었다.

나를 발견한 아이는 “엄마, 어디가?” 눈치도 없이 여느 때처럼 장난스레 물었다.

“우리 밥 먹으러 가. 넌 안 와도 돼”라고 화난 마음에 한 소리 했더니 아이도 뿔이 났는지 딴 데로 가버렸다.

결국 남편과 나 그리고 둘째 아이만 식사를 하고 집에 왔다. 오늘 사건처럼 큰아이와 부딪히는 날은 점점 늘어났고, 아이 양육이 부쩍 힘에 부친다고 느끼는 요즘이었다.

 

아이의 마음에 다가가기

어느 날 자주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카페에서 부모교육에 대한 글을 보았다. ‘자녀와 건강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라, 꼭 나한테 필요한 말 같네.’ 주제도 흥미로웠고 일회성이 아니라 3회 동안 연달아 진행되는 점이 맘에 들어 주저 없이 신청했다. 첫째 주는 ‘나와 자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손수진 강사님께서 보여주신 화면에는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는 질문이 있었다.

“여러분, 지금부터 내가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골라보세요.”

나는 망설임 없이 비판, 조롱, 비웃음이란 키워드를 선택했고, ‘통제 속에 규칙을 정하고 계획대로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해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들 어때요? 본인의 성향이랑 일치하나요?”

여기저기서 끄덕끄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심리테스트를 시작으로 나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조별로 토론, 발표까지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집에 도착한 나는 오늘 했던 심리테스트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얘들아, 엄마가 오늘 부모교육 듣고 온다고 했잖아. 오늘 이거 했거든? 근데 엄마 성격이랑 똑같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 너희들도 한번 해볼래?”

아이들은 쓱 한번 보더니 하나씩 골랐다.

“엄마는 너희들이 어떤 걸 고를지 알 것 같은데. 한번 맞춰볼게.”

아이들이 고른 것은 ‘인정받지 못함’과 ‘스트레스’였다. 사실 아이의 성향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들은 소통이 어려울까? 남은 시간 동안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주는 서로 인사도 하며 한층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날의 주제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 존중하는 대화’였다. 좀 더 실질적인, 매일 겪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사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 가서 당장 실천해보고 싶어, 혹시나 놓치는 게 있을까 열심히 옮겨 적으며 교육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느덧 마지막 교육 시간이 돌아왔다.

마지막 주제는 ‘자녀 디지털 기기 사용 지도’였다. 아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영상매체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매우 적절한 주제가 아닌가 싶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주요 관심사였는지 적극적으로 질문해가며 답을 구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교육 주제도 좋았지만, 3주 동안 교육을 들으면서 그날 배운 내용을 아이들과 나누고 다음 시간에 또 참가자들과 의견을 교류할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

“엄마, 오늘은 무슨 내용 들었어?”

“응, 엄마는 왜 맨날 우리 아들이랑 싸울까. 너희들이랑 소통이 어려운 점을 선생님께 여쭤보고 왔어.”

“그래서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

“우리 주원이는 칭찬과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데, 엄마는 맨날 왜 틀렸냐고 화만 냈던 거 같아. 그리고 도운이는 학교 가서 할 게 많아지니 스트레스가 많아서 불안했을 텐데 엄마가 계속 다그쳤지? 열심히 한 만큼 고생했다, 잘했다 공감해주고 칭찬해줘야 하는데 잘못한 것만 먼저 본 것 같아서 미안하더라. 선생님께서 엄마의 양육태도를 점검해 주시고 너희를 대하는 방법도 알려주셔서 전보다는 너희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이제부터는 친절한 말투와 칭찬으로 대해주세요, 그리고 숙제 좀 줄여 주세요”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말했다.

“음. 알겠어. 숙제는 너희들 하는 거 좀 보고.”

아이들과 나는 서로 바라보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 사이 거리 줄이기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커나가면서 너무 빠르게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올해 유독 양육의 어려움이 컸는데, 아이 프로그램 위주로 가족센터 행사에 참여하면서 나를 위한 교육도 있었으면 싶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접한 ‘부모교실’을 통해 나도 아이들처럼 1학년에서 4학년 부모로 점점 성장하는 것 같다.

부모교육을 듣고 난 후 필기해둔 걸 노트북에 기록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보고 있다. 당분간은 친절한 엄마가 될 테지만 금방 잊을 것이기 때문에 나 또한 끊임없이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얘들아, 찾아보니까 교육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더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고 배워도 자꾸만 잊어버리거든. 그래서 기회 되는 데로 많이 들어보려고 해. 엄마도 노력할 테니까 우리 잘 지내도록 노력해보자.”

부모교육을 통해서 내가 아이들에게 말하는 대화법이 달라지자 아이들의 변화도 눈에 띄게 달라진 게 보였다. 무엇을 정할 때 함께 규칙을 만들었고, 너무 무리가 된다고 생각되면 수정하여 다시 정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늘 그렇게 대화를 시작했다. 화가 나는 상황이 와도 배운 것을 생각하며 한번 심호흡해서 화를 진정시키고, 공감해주고 존중해주는 말투와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려고 가족 모두 노력하고 있다. 교육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인가.

여전히 좋은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지만,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소통의 거리를 조금 더 줄여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강사님께서 하셨던 말씀 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이런 교육도 한번 듣게 되면 같은 분들이 계속해서 신청하시더라고요. 여기 오신

분들은 이미 좋은 부모가 될 자격이 있으신 분들이에요. 때때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나는 나쁜 부모가 아닌가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느낀다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자. 도움의 손길은 생각보다 가까운데 있으니까. 서울가족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지만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TOP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