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교육 예방주사로 양육 항체 만들기

교육 예방주사로 양육 항체 만들기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장려상 / 아동기부모교실 (양천구센터/최효정)

 

저는 아이들이 유아, 미취학일 때부터 양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이용했습니다. 센터를 이용하며 아이들의 양육에 도움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자애로우신 상담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듣는 것만으로도 큰 모델링이 되어서 제게 주는 감회가 큽니다. ‘아이들에게 저렇게 말해야지. 무작정 화내기보다 선생님들처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자 일부러 센터에 갈 때도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아이들과 덥거나 책을 읽고 싶거나 그저 쉬고 싶을 때도 센터에 들렀습니다. 상담 선생님께서 반갑게 환대해 주시며 아이에게 간식을 건내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 엄마 손을 잡고 센터에 들렀던 아이들이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양천건강가정지원센터는 양천가족센터로 이름이 바뀌었고 저희 집 근처로 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서 더욱 가깝게 이전을 하다니 너무 놀라웠고 반가웠습니다. ‘더 편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코로나–19의 여파까지 겹쳐서 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천 가족센터의 이전으로 든든하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들이 유아 시절일 때는 미술치료도 하고 공동육아 활동으로 그냥 책과 놀잇감만 있어도 충족이 되었는데 초등학생이 되다 보니 엄마인 제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범위가 넓어지고 또 고민이 많아지는 때였습니다. 그때 마침 양천 가족센터에서 열리는 아동기 부모 교실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대면 교육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조퇴를 내고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이런 대면 부모 교실이 저에게도 너무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를 할 수 없었고 온라인 수업이 성행해 있었으며 외부의 프로그램 등이 중단되었던 2~3년 동안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많이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그저 아이들을 믿고 컴퓨터와 패드만을 쥐어 주고는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줌 수업을 해야 했었습니다. 그때부터 친해진 디지털 기기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아이에게 미쳤을 영향들이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동기 교육인 성인지 감수성 및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제대로 접하고 싶었습니다. 남매를 키우는 제게 너무 필요했던 성인지 감수성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아들은 항상 누나한테 “여자가 목소리가 너무 남자같이 공격적이다.”라고 합니다.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누나에게 남자 같다는 말을 많이 했었습니다. 강사님께서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상대방도 나와 똑같은 성적, 인격적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민감성이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엔 남녀가 없는데 우리 가정에서조차도 남매는 쉽게 이런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일상의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말을 사용하는 것, 서로 동등하게 존중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파국적으로는 스토킹, 성폭행, 데이트 폭력이 일어나는 거겠지요? 특히 신체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상에서 이루어지는 성폭력이 훨씬 만연하고 심각하다고 합니다. 디지털 성폭력이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합니다.

 

저는 강사님의 교육을 들으며 과거 아이와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한참 파자마 파티가 유행했습니다. 친구 집에서 파자마를 입고 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의 친구도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저희 집에서 하루 자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물론 어른인 제가 가정에 있었지만 아이들끼리 방에서 파자마를 입고 춤을 추며 영상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한 친구가 배꼽을 살짝 보이며 추는 춤이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며 우리의 추억을 위해 영상을 찍어 학급 단톡방에 올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허락을 먼저 구하지도 않았거니와 혹여 허락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파자마를 입고, 배꼽이 살짝 드러나는 경우라서 제가 극구 반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땐 설명 없이 무조건 안된다고 넘어갔지만 아동기 부모 교육을 미리 받았더라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의 동의 없이 사람의 신체나 행위를 저장, 유포, 전시하는 행위는 장난이라 할지라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확히 얘기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나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좀 더 책임 있는 권리에 대해서 확실히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를 자행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성인지 감수성 및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부모인 우리부터 조심해야 하겠다는 마음입니다.

 

평소에 성차별적인 말을 하진 않은지? 유익한 정보 및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무분별하게 영상을 보게끔 하지 않았는지? 친구와 싸웠을 땐, 내 자신의 말만 듣고 그 편만 들었던 게 아니었는지? 부모인 내 자신부터 반성하고 고쳐야 할 것입니다. 교육 중 이루어진 자녀의 인터넷 과의존 상태 점검하기, 우리 가정의 성인지 감수성 점검하기 검사로 인해 제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쌀포대 택배가 오면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리자.”하며 거뜬히 들 수 있었음에도 미룬 경우가 있고, 딸에게는 “태윤아!”하며 정다운 이름을 부르지만 아들에게는 이름 대신 “아들”하며 부르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이루어진 이런 말들부터가 제가 남매를 키우면서 전혀 모르고 지나쳤던 말들이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고 우리 아이들을 디지털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 이후에 저는 넌지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며 일상의 작은 교육이 아이들의 성장에 큰 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자지만 농구 수업을 듣고 있는 딸, 남자지만 엄마의 저녁 요리를 늘 도와주는 아들, 세탁기 부품 조립을 할 수 있는 엄마 딸에게 분홍색이 아닌 검정색 야구 잠바를 직접 사주는 아빠의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닌 우리 가족 구성원 각자 서로 원하는 바를 분명히 하고 각자가 원하는 규칙을 제시하며 가족 간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 이것 역시 자기 결정권을 생활화하기 위한 가정에서부터의 발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디지털 성폭력 역시 결국은 자신의 권리, 욕구를 모르고 타인의 권리, 욕구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양천가족센터는 그리고 서울가족학교는 늘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놓치고 지나갈까봐 잊지 않고 미리 예방할 수 있게끔 예방주사를 놓아주고 있습니다. 엄마인 내가 지칠 때는 테라피 프로그램 예방주사를,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부족하다 싶을 때는 패밀리셰프 예방주사를 꼭꼭 맞춰주고 있습니다. 기나긴 가족 간 여정에서 아프지 말라고, 강한 항체를 형성해서 이 과정을 즐기라는 응원의 메시지 같기만 합니다. 덕분에 이제껏 너무 잘 살아왔고 지금도 그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가족학교와 함께 할 것을 꼭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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