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아는 것이 힘이다. 부부관계도 그렇다.

아는 것이 힘이다. 부부관계도 그렇다.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장려상 / 예비·신혼부부교실 (영등포구센터/박민지)

 

子: “이번 주말에는 신혼부부교실 가요.”

母: “너희 부부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지?”

子: “요즘 세상이 예뻐졌어요. 서울에서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해요.”

 

이제 결혼 1년 차가 된 우리 부부의 주말 일정을 들은 부모님과 나누었던 대화이다. 비단 이것이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심리상담도 마음의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는 사람이 받는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피할 수 없듯이, 서울가족학교 자체가 여전히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원만한 가족관계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 없이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조용한 것이 원만하고 건강한 것일까? 우리 부부는 사귈 때부터 지금까지 큰 소리 나게 싸우거나 가까워진 관계를 이용하여 서로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상처를 내는 식의 다툼이 없었다. 항간의 시선으로 본다면 누군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툼 한번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어서 신혼부부교실과 같은 서울가족학교에 참여하려고 하는 거예요?”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고, 이것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동기였으며, 내가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가족의 역할을 학습하기에 경험은 원가족뿐이라서 적잖아요. 평생 할 가장 소중한 존재니까 더 잘 배우고 싶고 더 잘 알고 싶어요. 신혼부부교실 등 서울가족학교 참여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여전히 문제있는 상황에 대한 후처방으로 여겨져서 안타까워요. 감사하게도 저와 배우자는 부부관계 문제에 대한 예방과 매뉴얼을 접하는 마음으로 신혼부부교실에 참여했고 1년 정도 된 우리 가정에 대한 건강검진의 시간이 되었어요. 더 많은 부부가 ‘카더라’식의 주변 경험담에 당연하게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는 것이 힘이잖아요. 부부관계도 그렇지 않을까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 부부는 큰 소리 내며 싸운 적은 없었다. 그러나 고민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둘만의 시간에 대한 양과 질적 확보의 문제였다. 행복하기만 할 것이라는 신혼생활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반대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배우자의 장시간 회사근무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점차 우리에게 버거움으로 다가왔다. 배우자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과 정신적 소모가 크다 보니, 가정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정서적 에너지가 적어진 것이다. 자연히 건강도 악화되는 배우자를 보며 걱정하는 마음은 커져갔지만, 직장문제라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고민만 하고 있던 시기에 고민을 들은 기혼자 지인을 통해 프로그램을 추천받았다.

맞벌이에 주말에도 종종 근무가 있는 업무 특성상 토요일 2번 신혼부부교실에 참여하는 것은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꼭 참여하고 싶었던 나는 서울시 6개 자치구에서 하반기에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중 참여 가능할 일정을 추리고 향후 일정 계획과 신청 일자를 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문의하여 미리 확인했다.

이렇게 신혼부부교실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을 때 감사하게도 생활패턴의 변경을 통해서 직장문제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중 참여가 시작되었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프로그램은 유익해서 1년간 우리 부부가 지나왔던 결혼생활 과정을 성찰하며, ‘우리가 참 열심히 우리 관계를 위해서 노력한 기간이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풍부한 강사경력을 가진 강사님 강의는 구두와 영상자료로 다양한 부부의 사례를 접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사례를 접하면서 막연히 우리가 잘 지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부부관계는 정서적 결합이 가장 중요하고 이는 사례 속 부부들 간에 ‘말하기 방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우리 가정에 적용하여 살펴보게 해주었다.

평소 말을 예쁘게 하고 애정표현이 풍부한 배우자와는 연애 때부터 서로 존댓말을 하고 있었고, 말은 행동에 영향을 미쳐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곤 했다. 특히,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배우자는 과중한 업무로 야근이 잦을 때마다 본인이 더 피곤할 텐데도 “미안하다”라는 말로 늦은 퇴근시간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짐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었다. 그 말이 ‘회사업무’가 아닌 ‘우리 시간’과 ‘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말하기 방식’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부부수입을 공동으로 관리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은 함께 내리고 있던 우리 부부의 유형은 목돈을 모으기에 적합하면서도 용돈만 받아쓰는 배우자가 억울해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장점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겐 큰 갈등이 없던 재무관계에 부부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경우, 최소한의 타협점을 알려주는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부부마다 문제 상황이 다르구나. 그중에서 우리는 가정경제에 대한 가치관이 잘 맞는 편이었구나.’를 느꼈고, 가정경제에 갈등이 있는 부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에 프로그램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막연하게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던 우리 부부관계가 원만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자, 우리 부부의 강점을 지속 발전시켜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고, 일상에서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라는 표현을 더 자주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선택한 짝꿍인 배우자가 더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우리 부부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1년차인 우리 부부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도 강의 속 부부사례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는데, 반면교사로써 하지 말아야 할 문제행동을 배울 수 있었다. 몰라서 상처를 줄 수 있었을 부분을 미리 학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행동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첫째, 분업화(우리 행사, 원가족 행사, 경제 계획, 자녀 양육)에 대해서 한 배우자가 과대 기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둘째, 분업화는 잘하는 걸 처음에는 담당하더라도 고정하지 말고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역지사지로 상대방의 고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분담된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담당인 사람이 시기 등에 대해서도 결정권을 갖는 것이므로 잔소리나 지적을 하면 안 된다는 점. 예를 들어 설거지가 되어 있지 않아 음식담당인 내가 분업을 할 수 없을 경우에 잔소리나 지적을 하기보다는 설거지 담당자의 용돈으로 배달을 시키는 등의 방법이 설거지 담당과 같이 분담된 가사노동의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이렇게 하면 음식 담당인 나도 참거나 설거지까지 추가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신혼부부교실은 부부관계에 대한 건강검진을 받은 느낌이어서 결혼생활을 성찰할 기회가 되었고, 우리에게 막연하게 느껴졌던 부분을 점검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는 시간이 되었다. 신체건강을 위해 생애 주기별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앞으로도 이루어질 다양한 서울가족학교에 참여하면서 지속적으로 부부관계를 점검하고 지켜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직장이 사라졌다는 이 시대에서도 직장을 위해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는데, 평생을 함께 할 부부관계를 위해 9시간은 전혀 아까운 시간이 아니며, 오히려 그 이상의 시간을 주기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유지하고 향상하는 방법을 알면서도 때로는 피곤해서, 때로는 스트레스와 같은 외적인 요인으로 지키지 못할 때도 있는데, 아예 방법을 몰라서 내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길 바라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부부관계에 매뉴얼이 되어줄 서울가족학교 참여를 통해서 우리 모두 처음 결혼을 결심했을 때처럼 사랑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관계를 오래오래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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