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예비부부교실 참가 후기 (2015년, 민수홍-박재은 커플)

"싸우기 힘드시죠? 서울시 예비부부교실 한번 가보세요"

 

[서초구] 예비부부교실 참가 후기 (2015년, 민수홍-박재은 커플)

저희 커플은 이제 200일이 조금 지난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참 많이 싸웁니다. 싸워서 기분 안 좋은 기간이, 만나서 기분 좋았던 시간과 거의 같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주 싸울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인데, 자랑할 건 아니지만 자주 싸우는 만큼 화해하는데도 능통합니다. (화해라고 해도 거의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결국 화해는 합니다).

싸우고 있지 않던 기간에 한번은 여자친구가 부부교실 얘기를 꺼내왔습니다. ‘결혼해야 되는데, 벌써 이렇게 싸우면 결혼 후에는 얼마나 더 싸우겠냐’라는 문제 제기를 저도 평소에 하였던 터라 저는 여자친구의 제안에 100% 동감했고,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비부부들을 위한 강의가 있다면, 저는 수강료를 내고서라도 해결 방법을 터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제 여자친구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서울시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부부 교실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사는 곳 근처 구청에서 실시하는 부부 교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

2015년 10월 30일, 첫 수업 날 저희 커플은 오랜만에 싸우지 않은 기분으로 다정히 손을 잡고 서초구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예비부부교실 담당자께서 수업 며칠 전부터 친절한 문자와 함께 9시 45분까지 입실해주시기를 부탁하셨지만, 저희는 시간에 늦어서 죄송한 마음에 쭈뼛쭈뼛했습니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가자 담당자분들께서는 친절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씀해주셨고, 따뜻한 차와 함께 자리에 앉길 권해주셨습니다. 부부 교실에는 저희 말고도 많은 커플들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첫 수업 강사분의 인상도 굉장히 프로페셔널해 보이셔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그날하고 온 진주 목걸이를 이용한 자학개그는 기회가 되면 다시 보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저희 커플은 서로의 성격, 행동 스타일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다툼의 원인을 그런 ‘다름’에 있다고 생각한 동시에, 몇십 년 동안 갖고 있던 천성, 기질 같은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저희의 ‘다름’을 객관적인 테스트로 검증받고 싶었는데, 때마침 DISC 검사라고 불리는 검사를 수업에서 진행해주셨습니다. 검사방법은 자기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단어를 고르고 D/I/S/C형으로 나누어 해당하는 단어의 개수에 따라 그래프를 그리는 방식이었는데, 결과는 예상대로 저와 여자친구의 기질이 아주 다르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무엇보다 제가 놀란 것은 그 수업에 참여한 대다수의 커플도 저희와 같이 기질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결혼해야 되는데, 벌써 이렇게 싸우면 결혼 후에는 얼마나 더 싸우겠냐' 걱정에 신청
서로 다른 기질로 생겼던 갈등, 각자의 장점과 기질에 맞는 배려법 배워
결혼은 약속, 인내... 현실적인 부분을 점검하는 유익한 시간

물론 비슷한 성향의 커플들도 더러 있었지만, 저희같이 서로 기질이 다른 커플들을 보면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강사님은 이러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한 번 더 강조해주셨습니다. 이후 선생님께서는 각각의 기질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해주셨는데, 저도 모르게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각각의 기질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조심하고, 배려하고, 격려할 수 있는지 방법적인 부분들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워크북 첫머리에 이 부부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무언지 적는 칸이 있었는데, 저희 커플은 ‘조화’를 기대한다고 썼었습니다.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여자친구와 어떻게 하면 조화할 수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음 수업이 기대되었습니다.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이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선생님께서는 농담 섞인 말로 갈등 없는 커플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셨는데, 저희같이 갈등이 많은 커플에게는 참 안심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갈등이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 해결할 수도 없다” 시며 “갈등은 언제든 있을 수 있고, 관리하는 것이다” 고 말씀해주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에 하던 대로 손깍지를 끼거나 팔짱을 껴다가 손과 팔을 바꿔 껴보라는 말씀에 직접 해보니 굉장히 어색함을 느꼈는데, 여자친구를 대하는 것이 그런 것이라는 비유도 굉장히 수긍이 갔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그런 어색함을 인정하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의사소통한다고 하더라도 서로에게 맞게 변화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씀도 더하셨습니다. 또 다른 비유로 “배우자는 나”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러니 나를 이겨도 나고 나한테 져도 나라는 말씀이 명쾌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이게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다른 재미있는 비유도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을 써보았습니다. 이렇게 첫날 수업이 끝나고, 담당자분들이 직접 제작하신 듯한 아기자기한 포토존에서 마무리 기념촬영도 하면서 기대 이상의 수업내용과 많은 것들을 얻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담당자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조건 ‘이해, 공감, 대화, 경제력’

11월 7일, 일주일 뒤, 저희는 또 한 번 서초구청에서 만났습니다. “결혼이란?” 여러 가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주제로 황현호 선생님께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결혼을 한마디로 정의해보라고 하셔서 “결혼은 약속이다” 라고 썼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저희 커플을 포함해서 수업에 참여한 커플들끼리 ‘행복한 결혼을 위한 조건으로  '이해, 공감, 대화, 경제력'을 꼽았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번은 어떤 커플이 결혼을 위한 조건으로 ‘견디다’라는 단어를 제시했었는데, 듣자마자 ‘어렵겠다, 쉬울까?’ 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결혼에 있어서 어떨 때는 ‘견딤’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지내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바로 되지 않거나, 대부분의 경우,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때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업 내내 결혼을 위한 현실적인 부분들을 점검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예비부부교실 수업을 수료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수기를 쓰면서 수업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결혼을 위한 다짐 같은 걸 해보게 되었고, 결혼 전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기쁘고, 소중함을 느낍니다. 맨 처음 부부 교실을 찾아준 여자친구에게 고맙고, 예비부부교실 담당자, 강사님께 수기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혹시 정신없는 결혼 준비로 아직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거나 저희처럼 자주 다투는 예비부부들에게 ‘서울시 예비부부교실’을 필수 데이트 코스로 넣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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