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가족담쟁이 “힘내라, 워킹맘!!” 이야기 공모 당선작 - <신생아를 둔 워킹맘 이야기>

작성일 : 2010.10.01

행복가족담쟁이 “힘내라, 워킹맘!!” 이야기 공모 당선작입니다. ^^ 제목 : 신생아를 둔 워킹맘 이야기 작성자 : 김경진 님 그 어느 때보다도 꽃샘추위가 매서웠던 올 3월, 사랑하는 딸 윤서가 태어났습니다. 출생 직후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아이를 바라보며, ‘얘가 내 딸인가? 내가 정말 엄마가 된 건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볼록했던 배가 가라앉은 걸 보니, 그 안에 있던 내 딸이 분명한데, 엄마라는 이름이 많이 어색했나 봅니다. 저를 보며 미소 짓는 듯한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그래, 내가 네 엄마야.”라고 주문처럼 되뇌인 것도 사실은 아이가 엄마를 빨리 인지하기를 바래서라기보다는 저 스스로 엄마라는 위치에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었을 겁니다. 산후 조리 기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는 곧바로 체력적으로 힘든 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8시 전에 직장에 도착해야 하는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설거지와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을 해야 했습니다. 잠든 아이가 깨서 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하면 한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아이를 안고 먹이고 달래야 하기 때문이죠. 밤에도 한두 시간마다 깨서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느라 밤마다 잠을 설쳤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내 자식이라서 그랬을까, 잠투정을 하느라 악을 쓰고 울어대는 모습조차 너무 사랑스럽게 보였거든요. 아이가 태어난지 두 달여가 지나고 출산 휴가가 끝나갈 무렵 저는 복직을 선택했습니다. “육아 휴직은 어때?” “아냐, 출근할 거야. 여기서 더 쉬면 나 직장 평생 쉬고 싶을지 몰라.” 남편이 조심스럽게 육아 휴직을 권했지만, 저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습니다. 이보다 더 쉬면 업무처리능력이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지만, 사실 저희 집 형편이 외벌이로는 빠듯한 살림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육아 휴직은 머릿속에 떠올려 본 적도 없었습니다. 입으로는 육아 휴직을 말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맞벌이를 간절히 원했을 남편의 마음도 헤아려야 했습니다. 백 일도 안 된 아이를 매일아침 친정에 맡기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워킹맘의 마음 속에는 하루 종일 딸아이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새로 맡은 업무에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잠시라도 짬이 나면 친정 어머니께 전화를 해서, 우리 윤서 잘 있냐고, 분유 잘 먹고 있냐고, 보채지는 않았냐고, 수시로 물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퇴근을 해서 윤서를 데리고 오면, 낮에 못 본 시간까지 다 채워서 보느라 딸아이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어느 노래 가사말처럼 딸아이는 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 싶은 얼굴이었습니다. 자다가도 한밤중에 일어나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었을 정도니까요. 남편과 제가 둘 다 야근을 해서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윤서는 그냥 친정에서 재워야 했습니다.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은 하루도 거를 수가 없었지요. 자리에 누워도 잠이 안 와서 조용히 남편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윤서, 보고 싶다.” “그럼 지금이라도 처갓집에 갈까?” “아니야, 시간 늦었으니까 내일 퇴근하고 가지, 뭐.” 그러고 나서 또 윤서 타령.. “윤서 지금 뭐하고 있을까?” “…….” “아침에 미열 있는 것 같았는데, 괜찮아졌는지 몰라.” 천장 위를 떠다니는 윤서 얼굴을 헤아리다, 먼저 잠든 남편을 따라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밤이 늦어서야 겨우 꿈길 속에 접어들지만, 새벽이 되면 알람소리에, 안 떠지는 눈을 가까스로 부릅 뜨고 어김없이 일어납니다. 학생 때는 저를 깨우는 엄마에게 투정이라도 부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해진 나이. 직장에 지각이라도 하게 되면, 그 대가는 뻥튀기처럼 커져서 어김없이 저에게 찾아온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나이가 되다 보니, 알람소리 한 번에 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직장이 조금 먼 탓에 남편보다 더 일찍 일어나 출근할 준비를 하고, 우유 한잔과 빵 한 조각으로 배를 채운 뒤 아침 7시 무렵에 집을 나서는 생활이 반복됩니다. 전날 아이를 친정에서 재우는 날은 그나마 출근 시간에 여유가 있지만, 아침에 아이마저 친정에 맡기고 가야 하는 날은,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아이가 아침 일찍 깨서 배고프다고 보채도 모유나 분유를 먹일 잠깐의 시간도 없어, 그 울음소리를 가슴 절절이 새기며 출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직장에 와서 한숨을 돌리고 나면 더욱 커지는 미안한 마음. 어찌 말로 다 표현이 될까요? 직장 생활을 하느라 윤서에게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큰맘 먹고 장만해둔 유축기는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소용이 없게 돼 버렸습니다. ‘아직은 분유보다 모유의 영양가가 높을 때니까, 낮에 틈틈이 유축해서 윤서 먹이시라고 엄마께 전해 드려야지.’ 다짐했던 생각은, 모유량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헛된 다짐이 돼 버렸네요.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가공된 분유로만 배를 채우고 있는 우리 딸 윤서. ‘모유 먹고 싶은데 엄마는 왜 모유를 안 줄까?’ 아니면 ‘분유가 모유보다 더 고소하고 맛있는데 잘 됐다.’ 윤서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분유를 먹으면서도 같은 개월수의 아이들보다 성장이 살짝 빨랐던 윤서는 목을 가누기도 전에 다리의 반동을 이용해 누운 채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주말엔가 남편이 외출을 하고 없던 날, 아이가 칭얼거리는데도 주중에 미루었던 집안일을 다 마치고 아이를 돌보려고 아이가 있는 방에 가보지 않다가 나중에서야 가보니, 칭얼거리다가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이불 옆 맨바닥에서 바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제가 웬만해선 보일러를 틀지 않다 보니 방도 따뜻하게 데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는 기저귀만 찬 채로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있었던 것입니다. 보채다가 우는 것조차 지쳐 버려 왠지 축 늘어져 있는 듯한 아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저는 딸아이를 안고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반복해 말했습니다. 보채는 소리를 듣고도 바로 와 달래주지 못해 미안하고 춥게 내버려둬서 미안하고 주말에조차 너를 실컷 안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미어지는 가슴으로 아이를 꼭 껴안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퇴근길에 아이를 데리고 와 집에서 남편과 함께 씻기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전까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이 목의 진물이 보였습니다. 많은 시간을 누워서 지내느라 목이 접히는 부분에 공기가 통하지 못해서, 피부가 짓무르고 진물까지 고여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께 전화해보니, 며칠 전부터 빨갛게 짓물러서 유아용 연고를 바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말도 못하는 이 어린 것이 얼마나 따가웠을까? 그것도 모르고 저는 그동안 아이를 데려와서도 가만히 눕혀 놓고 얼굴만 바라보는 게 전부인 엄마였으니.. 어느 새 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말할 수 없이 미안한 마음에 다음날이라도 당장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직장에서 그만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며칠 동안 친정어머니가 건네주시는 연고만 발라야 했습니다. 연고의 효험이 있었는지 아이의 피부는 곧 나아졌지만, 그 때 제 마음속에 자리한 미안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더군요. 아직도 아침마다 그 좁은 카시트에 태워져 외가에 가고, 엄마 없이 거기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딸아이를 생각하면 안쓰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엄마가 직장에서 나름대로 실력 발휘를 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윤서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요? 아직은 일도, 육아도 100점짜리 최우수상은 아니지만, 최소한 노력상은 받겠다고 아이에게 약속합니다. 그리고 주중에 못 돌봐주는 것 이상으로 주말에 더 많이 안아 주고 보듬어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곤히 자는 윤서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아이는 꿈 속에서 엄마랑 즐겁게 노는 꿈을 꾸는지 눈을 감고 살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내일이면 또 한없이 보고 싶어질 얼굴, 아이의 얼굴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둡니다. “윤서야, 엄마랑 아빠가 이 세상 누구보다 윤서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아직 너에게 부족한 엄마, 철없는 엄마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너를 지켜줄게. 어른이 될 때까지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커야 한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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