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가족담쟁이 “힘내라, 워킹맘!!” 이야기 공모 당선작 - <워킹맘의 생생일기>
행복가족담쟁이 “힘내라, 워킹맘!!” 이야기 공모 당선작입니다. ^^ 제목 - 워킹맘의 생생일기 작성자 - 최태영 2010년 5월 어느날! Episode 1. “나 엄마 따라 회사갈꺼야!” “서현이 벌써 돈벌러 갈꺼야?” “응! 돈 벌러 갈꺼야.” “서현아! 할머니랑 있다가 어린이집가서 놀자.” “싫어! 어린이집 싫어. 선생님 싫어. 할머니 싫어.” 아침마다 3살난 아이를 달래는 엄마와 할머니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3년 전) “얘야, 빨리 와! 좀 있으면 아이가 나온다더라.” 시어머니의 분주한 부름에 출근했던 남편이 돌아오고, 너무나도 낯설은 병원의 천장을 바라보며 10시간의 진통 끝에 아이가 태어났다. 어떻게 이런 녀석이 뱃속에서 10달을 자리잡고 있었는지.. 신기하게도 조그마한 세포에서 어떻게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꼬물락 거리며 다 가지고 태어났는지... 아이를 낳을 때 하늘이 노래지고 죽을 것 같다고 중얼거렸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한 생명을 탄생하는 순간의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통은 아이를 처음 품에 안을 때 벌써 잊어 버렸던 것 같다. 그렇게 첫 딸! 서현이가 태어났다. 그로부터 3년 뒤, 이제 헤어짐을 아는 우리 아이는 오늘도 출근준비하는 엄마를 조금이라도 곁에 두겠다는 일념으로 엄마를 따라 가겠다고 생떼를 부린다. 아이를 출산하고 3개월이 지나 회사에 복귀하던 날! 70여일이 지난 아이는 엄마가 어디를 가는지, 한참을 기다려야 엄마가 돌아온다는 것을 모르던 그때는 엄마인 내가 오히려 발을 떼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엄마의 발을 붙잡고 놔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어찌나 고목나무에 매미처럼, 바닥에 붙은 껌딱지처럼 찰싹 달라 붙어있는지 아침마다 이 3살난 매미 겸 껌딱지를 떼어내기 위해 나는 땀을 닦아낸다. 마음의 짐은 더 쌓아가면서.. Episode 2. “할머니. 지금 몇시야?” “응. 여덟시야.” “여덟시야?” 어둑해질 때가 되면 아이는 매일 할머니에게 시간을 물어본다. 언제부턴가 아이의 모든 시간 기준은 여덟시가 되어 버렸다. 엄마가 돌아오는 시간 8시! 아이는 하루 중 이때를 가장 기다렸나보다. 하루종일 엄마를 눈빠지게 기다린 아이는 “딩동” 초인종 소리만 들으면 “엄마야?” 외치며 현관으로 뛰어온다. 드디어 짜잔! 엄마가 도착한 순간! 아이는 정말 보물이라도 얻은듯한 목소리로 “엄마다. 진짜 엄마다” 외친다. 진짜 엄마라고 외치는 걸 보니 내가 도착하기 전 아마도 몇 번 다른 가족들의 귀가에 속았던 모양이다. 하루종일 지쳐있던 나의 발걸음이 엄마를 보물인양 반겨주는 아이의 목소리에 더 당당해진다. 그때부터 엄마와 딸의 수다대결은 시작된다. “오늘 어린이집에서는 무슨 노래 불렀어?”,“누가 머리 묶어 주셨어?”,“놀이터에서 얼마만큼 놀았어?” 엄마의 끝없는 질문공세에 아이는 친절하게도 다 대답을 해 준다. 그리고 엄마의 질문이 끝나면 그때부터 노래 부르자, 책 읽어달라 조르며 아침과 마찬가지의 모양새로 엄마다리에 자리를 잡는다. 찰싹! 엄마가 보기엔 왠지 오늘 아이가 잠든 표정이 ‘어쩌면 내일은 엄마가 안 나가겠지?’라는 기대를 품고 자는 것 같아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도 엄만 미안해진다. Episode 3. 갑자기 일이 많아져서 야근을 해야할 것 같은 상황! 벌써부터 머릿속에 시어머니와 딸의 얼굴이 몽글몽글하다. “어머니! 저 오늘 좀 늦을 것 같아요. 오늘까지 끝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래! 신경쓰지 말고 일 마치고 들어와라. 서현이는 잘 있으니까.” “서현아! 엄마 오늘 좀만 더 일하다가 갈게. 할머니말씀 잘 듣고 있어.” “네. 빠이빠이. 엄마! 수고하세요.” 할머니한테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배운 아이는 엄마한테도 수고하라는 인사를 자주한다. 마치 야근이 뭔지를 아는 아이처럼 엄마의 부탁에 수고하라는 말을 하는 아이. 아이의 목소리가 전화가 너머로 흐릿하게 들려도 엄마는 전화를 끊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더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에... 아이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수고하세요..수고하세요..수고..”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아이에게 가끔 별식으로 사주는 오천원짜리 피자집에 들렀다. 늦게 귀가하는게 미안했던 엄마는 사과의 마음을 피자로 전하기 위해 따끈한 피자한판을 품고 집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의 눈은 벌써 피자에 꽃혔다. “와! 엄마...피자다!” 엄마보다도 피자가 더 반가운다보다. 엄마를 외치려다 피자판을 보고 콩콩뛰고 거실을 뱅글뱅글 돌며 피자에게 반가움을 표시한다. 어렸을 때 아빠가 약주를 하시곤 자식들에게 먹일 빵이며 치킨을 사 오는 심정이 바로 이런 심정이었나보다. 비록 먹거리에 나의 위치가 밀릴지라도 아이가 반가워하며 콩콩뛰는 그 모습을 보고 싶어서...맛있게 간식을 먹으며 웃는 아이의 웃음을 보고 싶어서...이런 기분을 미리 알았다면 좀 더 즐겁게 아빠의 간식들린 손을 반겨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아이처럼 방방 뛰며 간식을 좋아하기엔 내가 이미 너무 나이들어 버렸다. 아이는 신나게 피자를 먹고 있는데 어머님의 표정이 너무 피곤해 보인다. 미운 3살이라는 걸 각인시키기 위해 우리 딸아이는 오늘도 할머니와 한판승을 했나보다. 어머님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아이의 하루일과가 어머님 눈속에 그려져 있다. “어머니. 죄송해요. 빨리 마칠려고 서둘렀는데..좀 늦었어요.” “아니다. 놀다온 것도 아니고 신경 안써두 돼. 우리 서현이 말 잘 들었어. 피곤하지?” “아니에여. 안 피곤해요. 전 괜찮아요. 어머님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이렇게 매일 어머니와 난 서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서로의 눈 속에, 얼굴에 피곤하다는 단어가 씌여 있는데 그걸 들키면 큰일이라도 나는 사람들처럼 거짓말을 한다. “졸려. 자장자장해줘.” 하루종일 뛰어노느라 힘들었던 아이가 엄마손을 잡아끌며 재워달란다. 아마 한치의 티끌도 숨김없이 솔직한 사람은 이 아이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제야 엄마도 ‘솔직히 많이 피곤하다’는 말을 아이를 재우는 손길에 담아 아이와 함께 잠이 든다. Episode. 4 몇 달 전부터 우리부부는 주말부부가 되었다. 어차피 아빠는 엄마보다 늦게 퇴근하기에, 아이와 있어주는 시간이 짧기에 주말부부라 하더라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름 뒤, 나의 생각이 정말 틀렸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맞벌이 부부의 훈장도 무거운데, 아빠의 빈자리까지 채워야하는 주말부부의 고충까지 떠 맡기엔 내 어깨가 너무도 좁았다. 일! 양육! 집안일! 모든 것들이 주중엔 고스란히 나의 몫으로 남겨지고, 아이와 싸우는 시간도 많아졌다. 내 감정으로 아이를 대하면 안된다는 걸 머리로는 공감하는데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다. 빨리 주말이 되어 아빠가 돌아와 내 어깨에 있는 짐을 좀 거둬가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빠가 돌아오는 주말이 엄마는 월요일부터 기다려진다. 이런 엄마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오늘도 엄마를 보며 환하게 웃어준다. 드디어 엄마가 그렇게 기다리던 주말! 아빠가 집에오고 엄마는 마냥 기분이 좋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식사를 차리고 있는 엄마의 마음속에는 그동안 못 만난 신랑에 대한 반가움과 이제는 해방이라는 두가지 마음이 춤을 추고 있다. 주말동안 밀린 잠도 푹자고, 서점가서 책도 보고, 나들이도 나가야지 엄마의 마음은 벌써부터 하고싶은 일들로 바쁘다. 그러나 잠시 후, 잠에서 깬 아이는 아빠에게 안녕히 다녀오셨냐는 인사만 던지고 또다시 엄마의 다리에 붙는다. 엄마는 아이를 살살꼬셔서 아빠와 아이를 붙여놓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말에만 보는 아빠는 그립기는 하지만 친숙한 상대는 아니라는 듯, 딸아이가 이쁘기는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듯! 두 사람은 의견이 잘 맞지 않아 아침부터 티격태격 엄마를 더 바쁘게 만든다. “애랑 왜 그래. 주중에 잘 못보니까 주말이라도 서현이 많이 보고 가야지. 잘좀 놀아줘. 재밌게..” “난 놀아주려고 하는데 얘가 싫다잖아. 잘 놀아주고 있는건데.. 서현아 이리와! 아빠랑 책읽자.” “싫어. 엄마가 책 읽어줘. 엄마가 해줘. 엄마 앞치마 벗어.” 벌써 심통이 난 아이는 엄마 앞치마를 붙잡고 징징거린다. 결국 엄마는 아이와 책을 읽고, 앞치마는 아빠의 차지가 되었다. 그렇게 맞벌이 부부 겸 주말부부의 하루는 시작된다. “서현아! 옷 입자.” “엄마가 해줘.” “서현아! 이 닦자.” “엄마가 해줘.” “서현아! 유모차타자.” “엄마가 해줘.” 엄마가 더 친숙한 아이는 모든 것을 엄마에게 부탁하며 엄마가 꿈꿔온 주말의 모습을 상상속으로 밀어버린다. 이럴 때마다 엄마는 몸이 힘들어 울고, 아빠는 마음이 서운해 운다. 그래도 어찌하랴. 아이에게는 일요일 밤이면 또다시 훌쩍 떠나는 아빠가 낯설은 걸.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주말마저도 쉴 틈을 주지 않는 아이와 아빠가 야속하기만 하다. Closing. 워킹맘은 사표를 항상 가슴에 품고 산다. 혹여나 내 아이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는 날, 아이를 돌봐주던 시어머니가 힘들다고 하소연 하는 날, 울고불고 떨어지기 싫다고 매달리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잰 걸음으로 출근하는 날!! 워킹맘은 마음의 사표를 던지고 퇴근한다. 내일부터는 내 아이에게 전념을 하겠다고 마음다짐을 하며 사표를 던진다. 다음날, 아침 6시! 알람이 울리고 어제 마음의 사표를 던졌던 엄마는 다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출근준비를 한다. 마음의 사표는 마음일 뿐이라고 외치며... “나 엄마 따라 회사갈꺼야!” “서현이 벌써 돈벌러 갈꺼야?” “응! 돈 벌러 갈꺼야.” “서현아! 할머니랑 있다가 어린이집가서 놀자.” “싫어! 어린이집 싫어. 선생님 싫어. 할머니 싫어.” 오늘도 어김없이 3살난 딸아이는 엄마와 할머니를 바쁘게 만든다. 그래도 나의 이름 석자를 걸고 하는 나의 일이 있고, 집에 돌아왔을 때 반갑게 맞아주는 이쁜 딸이 있고, 주말에만 만나지만 여전히 그리운 신랑이 있기에 나의 오늘 출근길은 조금 더 가볍다. 아이가 엄마를 붙잡던 손길도, 어머니의 피곤가득한 얼굴도, 남편과 아이가 싸우던 목소리도 “엄마!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소리로 여기며 난 오늘도 출근길에 오른다. 서현아, 항상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신랑, 주말에 쉬고싶을텐데, 아이랑 잘 안놀아준다고 짜증내서 미안해. 어머님,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너무도 힘들다 여기지만 몇 년 뒤, 이 시간이 소중히 여겨지는 날이 분명히 올꺼라고 믿으며, 그렇게 우리 가족은 오늘도 사랑울타리를 더 굳게 세운다. 세상의 모든 워킹맘 파이팅이라고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