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수참여후기 장려 "아빠가 되고 있어요"

아빠가 되고 있어요

2019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장려상 / 강동구센터 최원식

 

부자유친프로젝트는 3년 동안 아이와 같이할 수 있는 시간, 아내를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나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삶을 행복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강동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수민이가 초등학교 2학년 ‘학교로 찾아가는 아빠와 놀이’ 시간을 통해서입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다닌다며 아이보다 더 긴장하며 알림장도 꼼꼼히 살피고, 학교 적응 잘하는지 이것저것 학교생활에 대해 질문하며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두 동생들을 챙기느라 소원했을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참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금요일 오후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둔 아빠들이 모여 육아로 인한 고민을 부끄럽게 공유하면서 걱정거리를 좀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강당에 모여 풍선 오래 날리기, 꼬리 찾기, 아빠 자동차 등 동생이 생기면서 못 했던 놀이들을 얼마나 좋아하고 신나하는지 너무 즐거워하는 녀석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수민이가 3학년이 되었을 때 센터에서 ‘아빠랑 나랑’ 프로그램이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신청하였습니다. 올해처럼 많은 횟수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물놀이 시간에 흔히 접할 수 있는 북, 장구뿐만 아니라 태평소, 퉁소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퉁소와 소금, 대금을 구별하는 것을 배우며 우리 악기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소리 내기 어려운 나각을 경쟁하듯이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 속에서 처음에 소심하게 뒤로 물러서던 주혁이, 수혁이가 김광수 선생님의 “우와! 대단한데, 이렇게 큰 소리는 어떻게 낼 수 있는 거야?”라며 적극적인 반응에 다른 아이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한 두 녀석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의 작은 변화를 인지하고 그것을 관심을 갖고 칭찬하는 모습은 나를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이 앎에 그치고 있었는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을 통해 ‘나도 이렇게 해 봐야겠다.’ 그리고 ‘좀 더 말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이야기해야지.’라는 작은 다짐과 노력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년 첫 번째 시간으로 만나게 된 사물놀이와 김광수 선생님은 늘 똑같이 아이들 입장에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칭찬을 담은 말씀을 하려는 모습과 배울

내용을 매번 바꿔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 주셔서 나의 직업의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매번 아이들과 봄바람이 부는 날 ‘연날리기’ 과제는 아이들과 연싸움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3년 동안 4월의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선물로 주신 연이 매년 점점 커지고 독수리의 모습도 멋지게 변하여서 동생의 연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말려야 하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동화낭독 시간을 통해 소원해졌던 잠자리에서 책 읽어 주기를 처음의 마음으로 다시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수민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거의 매일 밤 책을 읽어 주다 잠들었습니다. 수민이도 훌쩍 크고 또 첫째에 비해 둘째, 셋째에 대한 마음이 좀 느슨해지다 보니…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드문드문’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같이 책 읽는 것의 장점과 단순히 읽어주기에서 발전하여 대화와 생각을 이끄는 책읽기 과정을 같이 경험하면서 세 명의 아이의 눈높이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은 힘들지만, 각자의 취향을 이해할 수 있는 잠자리 책 읽기가 되었습니다.

 

드론교실, 3D펜 창의 아트를 통해 4차 산업시대를 준비하는 신기술을 접하는 뜻깊은 시간의 이면에 아이와 함께하는 것을 잊고 몰입한 나만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엇인가에 몰두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들어 보고 조작해 본 것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결과물이 아이 것에 비해 멋진 것도 아니었고, 아이와 경쟁한 드론경주는 서로 처음 해보는 드론 조작으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치는 동안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놀며’ 모두 신났습니다.

 

오하브 테마파크에 처음으로 내가 계획하지 않은 가족 여행을 떠나며 아내와 여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 아이들을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되어 여행 시작부터 서로 칭찬하고 즐거운 이야기만 하였습니다. ‘이래서 여행상품으로 여행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비를 감안하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 그리고 의미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웹사이트를 이곳저곳 살피고, 지인들에게 물어보며 계획하는 것은 나의 몫.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준비하는 것은 아내의 몫이다 보니, 여행 전부터 끝날 때까지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스한 5월 강이 내려다보이는 식당에서 우아한 식사와 아이들과 같이 피자도 만들고 비보잉 춤도 춰 보며, 온전히 아이들 그리고 아내와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깜짝 이벤트로 그동안 못했던 말과 미안했던 말을 꾹꾹 눌러쓴 아내에게 전하는 편지를 갑자기 “앞에서 낭독하기로 했다”며 나가 있던 시간은 내 생애에서 가장 길게 머릿속이 백지가 된 상태였습니다. 별 이야기도 아닌데 왜 그렇게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말로 끄집어내지 못한 미안함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아내와 이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가족들 앞에서 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참 고마웠습니다. 그날 밤 방 한편에서 혼자 편지를 보며 미소 짓는 씩씩한 아내의 색다른 모습에 또 다른 아내를 만났습니다.

 

아이와 활동을 하는 시간이 중심이다 보니 아버님들과 간단한 인사만 나눌 뿐 이야기를 나누기가 조심스러운 관계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이 어려울 뿐, ‘미술로 알아보는 나의 심리’시간을 통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희숙 선생님의 마음을 여는 간단한 미술 표현 이후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상 위의 큐브, 아름드리나무, 양복을 입고 배낭을 멘 남자, 지팡이 그리고 복잡한 머리 등 각자의 그림을 심혈을 기울여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 제목을 붙이고 그것의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은 무거움으로 꽤 길게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에 꿈꾸고 있는 것과 현실이 달라 힘들어하는 점들이 말을 통해 그림이 더욱 크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공감하는 말에 적극적으로 맞장구치며 자신의 이야기도 덧붙이고, 자기 나름의 해결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 부모님의 아들 그리고 자신이라는 다양한 모습 속에서 부족하고 모자라는 점들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특히, 아버님의 “결혼하고 애 낳으면 좋은 아빠가 될 줄 알았어요.”라는 말씀에 선생님은 “토요일 오전에 아이들과 같이하려는 아버님들이야말로 좋은 아빠의 90%는 된 거예요.”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좋은 아빠여서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 아이와 또는 아내와 같이 한 시간이 내가 원하고 바라는 아빠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주어진 것’ 그리고 ‘만들어진 것’은 없고, 대화하고 서로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면서 만들어 가는 시간들이 중요하고 또한 그런 시간들이 추억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빠들과의 대화도 같습니다. 나만 부족하고 짐으로 느껴졌던 삶의 무게를 ‘아빠 그리고 남편’의 이름으로 똑같은 고민을 다들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나눔의 시간으로 ‘좀 더 힘을 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각자의 그림에 작은 변화를 주었는데 그림이 밝아지고 제목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각자의 얼굴도 미소를 머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변화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처음으로 100점 맞은 초등학생처럼 자랑스럽게 아빠들의 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큰 것을 얻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에서 아내를 만나 하나가 되었고, 아이들을 통해 우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내가 있고, 아이와 내가 있습니다. 각각의 역할을 잘 하려고 힘이 들어가 경직되게 열심히 살려다 보니 힘도 들기도 하고, 나를 잃어버려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년간 ‘아빠랑 나랑 놀이’ 시간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강사님들의 생각과 말씀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내도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서 용기 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힘이 많이 들어가고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는 부족한 아빠이고 남편이지만 지금까지 해 왔듯이 조금씩 말에도 행동에도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면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좀 아빠가 되었네요.

 

늘 다른 가정을 위해 노력하시며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 밤늦게까지 프로그램 운영하시고 주말에도 쉬지 않는 모습에 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당신의 가정의 가족들은 괜찮으신지 걱정이 듭니다. 일이라 생각지 않으시고 늘 열심히 일하시는 강동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가족분들에게 큰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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