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수참여후기 우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부자공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부자공감

2019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우수상/마포구센터 조진룡

 

부자유친(父子有親).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았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며 아들은 아버지를 잘 섬김으로써 진정한 부자간의 도리가 있다는 뜻’이라고 되어있다. 또 다른 곳을 찾아보니 현대적인 의미로는 아빠와 아들의 소통이 부자유친이라고 한다.

집사람이 부른다.

“자기!”

“왜?”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아빠랑 아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있대. 자기랑 연오도 신청해 볼까?”

“그래. 그렇게 해.”

한창 불이 붙은 엘지의 추격전이 시작되는 순간, 아내와의 대화는 나를 집중시키지 못했다. 참고로 난 프로야구 엘지 트윈스 골수팬이다. 암튼 그렇게 이 교육은 시작되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란다. ‘직장 여건상 주말 휴무가 늘 보장되는 상황도 아닌데 그때 너무 건성으로 대답했나?’ 때늦은 후회를 해본다. 하지만 아이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라있었다.

 

1) 4월 13일 토요일 1교시

271번 버스를 타고 합정역 근처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간다. 연오는 센터 교육실에서 바람개비를 만들고 나는 ‘자녀와의 대화법’ 강의를 듣는다. 아주 정답, 이상적인 해답을 제시하시는 강사님께 아빠들은 ‘아’, ‘그렇구나’, ‘끄덕끄덕’ 등의 반응을 보인다. ‘저분들, 집에서 정말 교육받은 대로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몹쓸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아이와 대면한다.

“아빠!”

“어. 그래. 재미있었어?”

“이것 봐라. 이거 내가 만들었다!!”

한 시간 수업 듣는 동안에 센터 교육실에서 만든 바람개비를 보여주며 좋아한다.

 

2부 순서는 신체놀이 시간이다. ‘스킨십 및 생활 도구를 이용한 응용 놀이’.

안 그래도 몸으로 일하는 사람인데 쉬는 날까지, 그것도 합정역 홀트아동복지회까지 와서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고 암울하다. 놀이 강사 선생님과 연오는 뭐 완전 신이 나서 혼연일체가 된다. 처음엔 비행기 태우고 손잡고 돌고 안아주고 그러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보자기로 썰매 태워주고 구름다리 건너기, 풍선으로 배구하고, 2인 1조로 종이컵 탑 쌓기… ‘아이쿠. 이건 뭐 내 실수다 내 실수, 후회막급이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하다.’

“재미있냐?”

“아빠! 완전 신나!! 우리 아빠 최고!!!”

 

2) 5월 11일 토요일 2교시

“자기. 늦겠어. 빨리, 빨리빨리”

“아빠! 언제 갈 거야?”

‘하.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티지?’

오늘도 어김없이 271번 버스는 연오와 나를 싣고 합정역 홀트아동복지회로 데려다준다. 나는 ‘자녀 훈육법’을 배우고 연오는 종이로 우리 집을 접는다. 오늘도 강사님은 아주 이상적인 정답을 알려주시고 아빠들은 선생님의 해박한 지식과 타고난 전달력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또 의구심이 든다. ‘이 아빠들 진짜 집에 가서 교육받은 대로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몹쓸 부정적인 마인드가 평소에도 잘하는 선량한 아빠들을 욕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조금 반성한다.

“아빠! 이것 봐라. 내가 우리 집 만들었다.”

‘또 신났다. 또 신났어. 내 새끼…’

오늘도 어김없이 하이라이트는 2부에 준비된다. 미술 놀이 ‘나만의 물감 만들기’.

신체놀이도 모자라 이제는 미술이라니. 나는 어릴 때부터 미술이라면 경기를 한다. 중학교 때는 수우미양가 중에 무려 가를 맞은 적도 있다. 그 정도로 적성에 안 맞고 재능도 없고 재미도 못 느끼는 종목인데,

“아빠! 재미있지?”

“……”

심지어 선생님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또 왜 좋아하는지까지 물어보신다. 연오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색을 섞어서 크리스마스트리도 그리고 뭉게구름도, 개구리도 그려본다. 나만의 작품을 들고 사진도 찍고 친구들 그림과 비교도 해본다. 덤으로 집에 올 때 좋아하는 색을 섞어서 만든 연오만의 물감 3종 세트, 시원이, 슈바, 라이스(연오가 각 물감 통에 붙인 이름)는 특별선물이다.

 

3) 6월 8일 토요일 3교시

“연오야 늦겠다. 빨리 가자.”

“자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신났어?”

‘왜 신났냐구? 몰라 물어? 이제 끝났잖아. 끝!’

얼른 마치고 집에 와서 아주 편안한 자세로 엘지의 승리를 염원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없던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게다가 오늘은 ‘성교육’이다. 자녀 성교육이지만 솔직히 다른 주제보다는 솔깃해진다. 유능한 선생님을 통해 자녀와 나누기 다소 부담스러웠던 성과 사랑에 대한 명강의를 듣고 나니 그동안 내가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잘 돌아가지?“

연오가 이번에는 자원봉사 나온 형, 누나들의 도움으로 만든 종이 팽이를 신나게 돌린다.

'어! 나 왜 이러지.'

우리 연오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종이 팽이를 돌리는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진다.

‘어. 이거 정말 아닌데…’

마지막 시간은 투명 얼굴 가면과 나들이 도시락 만들기다. 연오와 나는 서로의 얼굴에 투명판을 갖다 대고는 키득키득 웃으며 신이 난다.

“아. 아빠! 무슨 이게 나야. 내가 이렇게 못생겼어?"

"연오야! 아빠는 왜 눈이 한 개고 코는 없냐?”

“하하하하하…”

연오는 서툰 솜씨로 크로와상 빵의 배를 가르고 햄을 썰고, 맛살을 자른다. 치즈 껍질을 벗기고 빵 사이에 햄, 맛살, 치즈를 차례대로 넣으니 샌드위치가 꽤 그럴듯하다. 이번에는 과일 꼬치 만들 차례. 껍질이 단단한 키위는 아빠 몫, 바나나, 키위, 파인애플, 방울이를 꼬치에 꽂는다. 삐뚤빼뚤 못난이지만 연오의 마음은 벌써 유명한 요리사가 된다. 우리는 서로를 토닥이며 샌드위치와 과일 꼬치를 맛있게 먹는다.

“이건 뭐야?”

“엄마랑 누나도 가져다줘야지.”

나누어준 도시락통에 엄마랑 누나를 주겠다며 샌드위치 두 개, 과일 꼬치 두 개를 나름 야무지게 싼다. 엄마와 누나에게 가져다줄 도시락을 안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다.

‘뭐지. 이 허전한 느낌은...’

 

4) 7월 4일 목요일 4교시

지난 3개월간 진행되었던 부자유친프로젝트 '아빠의 사랑을 싣고'를 생각해 본다. 시작은 짜증이었다. 조리사로 일하는 나는 하루종일 서서 뜨거운 불과 마주하며 살아가기에 쉬는 날은 그냥 야구 보면서 쉬고 싶다. 그런데 아내가 덜컥 프로그램 신청을 해 버린 거다. 실은 ‘내가 동의하긴 했다. 얼떨결에...’

 

첫날은 거의 연오 손에 끌려가다시피 했던 것 같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망연자실 축 늘어져 있는 나와는 사뭇 다르게 전장에서도 끝까지 버티며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이름 모를 들꽃처럼 눈망울을 반짝이며 행복해하는 내 아들 연오를 보았다. 신체놀이 시간에도 이제 그만하고 끝냈으면 하는 내 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내가 고달픈 만큼 연오는 기뻐했다. 아빠랑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똑같다며 박수 치며 좋아하고, 나만의 물감을 만들었다며 엄마랑 누나에게 자랑하며 신이나 하는 연오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변하고 있는 내가 느껴졌다. 오늘은 요리 활동이 있다며 우리 아빠는 요리사니까 우리가 제일 잘 할 거라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내 아들을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프로그램을 마치면 홀가분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많이 아쉽고 섭섭하다. 아니 어쩌면 이런 기분이 드는 것조차 부끄럽고 미안하다. 좀 더 몸을 던져 신체놀이를 할걸, 좀 더 열심히 물감 놀이를 할걸, 좀 더 예쁘게 도시락을 담을걸… 주워 담을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을 쓸어 담으려 애써보지만 남는 건 아쉬움뿐이다. 그래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확실히 얻은 게 있다. 내 아들 연오가 이제껏 내가 알고 있던 것 보다 나를 더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3개월(부자유친프로젝트 진행 기간) 동안 우리 부자 사이에는 작은 변화가 있었다. 아빠가 퇴근하든지 말든지 관심 없던 아이가 이제 현관문 소리만 나면 뛰어와서 반긴다. 퇴근 후 야구 보는 시간에 풍선 배구를 하고 보자기 그네를 태운다. 어린이 삼국지를 함께 읽으며 멋진 관우 장군을 동경한다. 끝말잇기를 한다(지는 역할은 항상 내 담당이지만...). 목욕을 하면서 게임캐릭터를 주제로 연오는 문제를 내고 나는 맞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당연히 더 잘 아는 연오에게 주도권이 있기에 이 게임으로 연오의 자존감은 업그레이드된다. 그러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부자는 공감이라는 걸 배워가고 있다. 생각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가슴으로 그렇게…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시고 나누어주신 서울시와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여러분

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다. “정말 감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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