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수참여후기 최우수 "가시고기"
가시고기
2019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최우수상/마포구센터 장천용
‘가시고기는 참 이상한 물고기에요.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알들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은 채 열심히 지켜내죠. 아빠 가시고기 덕분에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납니다. 아빠 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말아요. 새끼들은 아빠가시고기의 살을 뜯어 먹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결국 아빠 가시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 조창인 장편소설 ‘가시고기’ 중 -
‘부자유친’이란 뜻이 ‘부모는 자식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섬김을 다하라.’는 뜻이라는 걸,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본 의미를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한자 그대로인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친해진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뜻이 무엇이든,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한 ‘부자유친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은 다섯 살 된 아들과 제게는 서로의 인생에 있어서 잊지 못할 소중한 기회이자 출발점이었고 저를 가시고기로 만들어 준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부모의 잘못과 이기심으로 올 초부터 어린 아들과 저는 두 식구가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저 또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을 때, 그런 저를 위해 주변에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대하여 알려 주었고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그렇게 저와 먼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우리가족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아 해매 던 중 꼭 아빠하고만 참여해야 한다는 ‘부자유친프로젝트 아빠의 사랑을 싣고’는 마치 저희 부자를 위해 누가 일부러 준비해 준 프로그램인 것만 같았고, 망설임 없이 신청하였습니다.
첫 회기가 시작되기 전날인 4월 12일 금요일 저녁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매 주말 이번 주는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아빠의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고민만 하던 저에게 그날만큼은 자신 있게 아들에게 ‘내일 아빠랑 엄청 재미있는 곳에 갈 거야.’라는 말과 함께 내일부턴 아들과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던 날이었습니다. 저도 그 전까지는 결코 아이의 입장에서 행동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그저 그런 수준의 아빠였습니다. 항상 회사 일과 내 피곤함이 먼저였고, 아이와의 대화도 나의 편함을 위한 명령조나 훈계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아이가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많은 양육서를 빌려 읽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지만, 머릿속으로만 메아리칠 뿐 실제 실행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럴 때쯤 참 기막힌 타이밍으로 ‘부자유친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첫 회기 아침, 아이와 부지런히 준비하고 시간에 맞춰 교육 장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전에 심리상담을 받으러 혼자 우울하게 다니던 그 길이 그날은 웃으면서 옆에 따라오는 아이가 있으니 저 또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프로그램은 한 시간 부모교육 후 아이와 함께하는 신체놀이 시간이었지만, 낯선 환경과 처음 보는 사람들 때문인지 아이가 저랑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을 때 감사하게도 담당자께서 저만 아이와 함께 부모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아이들 시간에 진행한 바람개비 만들기는 하지 못했지만, 부모 교육시간에 아빠가 강사님의 질문에 발표하고 참여하는 모습에 약간 놀라면서 멋져하는 아이의 얼굴표정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회기 때에도 아이가 저와 함께 부모교육을 듣게 배려해주신 부분에 대해서 후기를 통해 담당자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부모교육시간은 같이 참여하신 다른 아버님들의 양육관이나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번째 시간에 진행된 아이들과의 신체활동시간은 저에게는 더욱 큰 의미였습니다. 그동안 서먹하거나 방법을 잘 몰라 서툴렀던 저에게 어떻게 아이와 놀아주고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몸으로 알게 해 준 기회였습니다. 첫 회기 때 강사님이 진행하셨던 신체놀이 시간의 도구들은 비싼 장난감이 아닌 비닐봉지, 종이컵, 철사옷걸이 등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으며, 비닐봉지 하나만 있어도 하루 종일 아이와 심심할 틈이 없다는 말씀은 저에게 너무나도 큰 울림이었습니다. 어떤 개그맨이 그러더군요. 아이에게 아무리 비싼 옷 비싼 장난감을 사주어도 행복해하지 않던 아이가 잠깐 같이 놀아줬을 뿐인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고.
두 번째 회기 때 진행했던 미술 놀이와 세 번째 음식 만들기 시간도 아이가 잘하든 못하든, 맛있든 맛없든 상관없었습니다. 그저 아이가 하는 것을 지켜봐 주고, 반응해주고, 눈 마주쳐주고, 웃어주는 것만 했을 뿐인데 아이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이고 아빠가 최고라고 했습니다. 음식 만들기 때 강사님께서 아이와 저를 보시더니 ‘서로 눈 마주치고 웃어주는 게 너무 자연스럽네요. 평소에도 많이 그러시나 봐요.’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저도 모르게 속으로 울컥했습니다.
이제 어느덧 부자유친프로젝트 3회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다른 참가자들이 느꼈을 변화보다도 저희 부자에게 느껴지는 변화는 더욱 크고 특별했습니다. 3회기 동안 아이만 즐거웠던 것이 아니라 저도 진정으로 함께 즐거웠고 재미있고 또 기다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부자유친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는 함께하고 서로 공감하고 반응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많은 돈을 주면 이보다 훨씬 좋은 장소에서 값비싼 교구를 사용하여 진행되는 교육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행복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자유친프로젝트’를 통해서 부모로서의 욕심은 버리고 진정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이의 기준에서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해 줘야 한다는 것에 대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각 회기가 끝날 때마다 아이의 요청으로 그때그때 활동사진들을 어린이집 알림장에도 같이 업로드하였습니다. 아마 아빠와 함께 무엇인가를 했다는 것이 본인도 너무 뿌듯하여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도 자랑하고 싶었나 봅니다. 세 번의 회기가 모두 끝난 지금도 저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다른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신청을 했습니다. 아직 아이와의 생활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부자유친프로젝트’를 통하여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동안 잘 보지 못했던 아이의 행복한 웃음도 보면서 아이와의 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이제 저는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알들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알들이 부화해서 헤엄칠 때도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닌, 뒤에서 지켜보고 공감하며 묵묵히 따라가는 아빠 가시고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원활하고 좋은 교육을 위해서 아침부터 열심히 준비해주시고, 3회기 모두 아빠들 교육시간에 아이와 함께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마포구 건강가정지원센터 담당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