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부녀유친

부녀유친 

2020 부자유친프로젝트(現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최우수 (최광복/노원구센터)

 

저는 딸만 셋 가진 딸 부잣집 아빠입니다. 저를 닮은 듯 안 닮은 듯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세 아이와 함께하면 박장대소를 터트릴 일도,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혼낼 일도 세 배로 많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 서윤이는 이해력이 빠르고 애교도 많고 포용력도 좋아서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동생들도 잘 돌봐주는 착한 딸이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착하게만 자랄 줄 알았던 서윤이가 얼마 전부터 저나 와이프 말을 들어도 들은 체 만 체, 해야 할 일은 뒷전이고 게임이나 미디어 영상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들이 빈번해졌습니다. 당연히 전 타일러보기도 하고, 큰소리로 혼내보기도 했지요. 이렇게 저와 서윤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나 봅니다.

어느 날, 와이프가 문자를 보내 이번 주 토요일부터 6주에 걸친 긴 기간 동안 강의가 있으니 참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제약회사라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회사일로 바쁘고 정신없고 힘든데 내 황금 같은 주말을 2시간이나, 게다가 6주간 할애하라니요. 약간은 반발심이 생겼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내려놓고 첫날 Zoom 프로그램을 켰습니다. 내심 ‘아빠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얼마나 참여하겠어? 소수만 참여해서 괜히 뻘쭘한 거 아냐?’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지요. 생각보다 많은 아빠들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려 접속해 계셨습니다.

1, 2회기 강사님은 같은 분이셨는데 점잖고 차분한 목소리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부모들이 해야 할 일, 특히 아빠들의 역할과 사례들을 잘 설명해주셨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겨주셨습니다. 평소 아이들 앞에서는 와이프와 손잡고 걷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강사님 말씀을 듣고 외출 시 손도 잡고 다니고, 팔짱도 끼고 하니 뭔가 연애 때의 감정도 생각나고 기분이 좋아졌네요. 좋은 기분으로 아이들을 대하니 아이들 표정도, 말투도 너무 사랑스럽더라구요. ‘아! 행복이 이런 작은 행동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3회기부터는 새로운 강사님을 만나게 되었고, 저와 아이와 함께하는 창의과학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3회기 수업 전, 택배박스 하나를 보내주셨는데 이 키트가 나머지 강의의 준비물이 되었습니다. 부자유친 강의의 타이틀인 <창의력이 팡팡>에 걸맞은 준비물들이 들어있었는데 <메이키메이키>라는 코딩 프로그램 계에서 나름 유명한 아이템이더라구요.

저와 서윤이는 팀명과 구호를 정하고 강사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열심히 만들어 종이로 된 건반을 만들어냈습니다. 부품이 망가져 접촉이 되었다 안되었다 하긴 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동요나 좋아하는 곡들을 연주해보며 신난 아이의 얼굴을 보니 저도 아이 때로 돌아간 듯 신나고 재미있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연신 연주해보며 놀던 아이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더니 “아빠! 이 구리 테이프 대신 연필로 색칠해도 연주가 된대요!” 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또 다른 종이건반을 만들어 왔습니다. 전도체와 부전도체의 정확한 역할을 알고 스스로 찾아 배움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서윤이가 이 강의를 많이 즐기고 있구나. ‘역시 듣길 잘했구나’ 하고 뿌듯해졌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4회기차 수업에는 이전에 스스로 찾아봤던 연필을 소재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한 번 해봐서 재미가 없을 법 하기도 한데 꼼꼼히 연필로 칠한 후 DDR 게임을 즐겨봅니다. 아뿔싸! 지난주에 말썽을 부렸던 부품이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연결이 되었다 안되었다 하는 겁니다. 강사님께서 한 아이씩 차례차례 연주해보라고 하는 시간에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아서 아이 얼굴이 많이 굳어졌습니다. 자신만 연주를 못 마쳤으니 속상하긴 했겠지요. 그래도 잘 다독여가며 수업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에 Zoom 수업을 준비해주신 담당자님께서 마무리 인사를 해주시면서 서윤이 연주 다시 해보라고 하셨는데 이번엔 다행히 잘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더군요.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작은 일이었음에도 배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5, 6회기의 수업이 남아있습니다. 비록 2시간의 짧은 활동이지만 아이와 제가 한 팀을 이뤄 대화를 하고, 뭔가를 이루어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정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아빠와 친밀감을 느껴서일까요? 그동안 영상이나 게임에 몰두하던 모습은 많이 줄어들었고, 제가 퇴근하면 제 옆에 쪼르르 달려와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얘기해주는 모습에 이게 바로 부녀유친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과학적인 지식까지 차곡차곡 쌓여 정신적으로도, 지식적으로도 튼튼해지는 너무 유익한 프로그램이라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제가 먼저 참여하고, 주변에도 널리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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